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0.12.29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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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신우주론적 생태대의 詩 해설

21세기 신우주론적 생태대의 詩 해설

설준원 시인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게 하시고,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1연에 「주여」는 주 예수께서, 「때가 왔습니다」는 결실의 시기에 추수할 시간이 되었음을 말하며 갈라디아서 6장9절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는 무덥고 힘든 상황[핍박 속에서도 인내하며 고통을 함께하면서도 증거의 말씀을 선포하신 일]들은 속죄양을 풀어주시기 위한 것임에 그리스도의 희생과 구원의 역사하심에 위대하다는 것이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는 시간이 다 되었음을 말한다. 해시계에 그림자로 가려져 있으면 시간을 알 수 없다고 표현하기보다 시간이 없어졌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는 세상[들녘]에 심판[바람]을 하겠다는 의미로 경고하는 것이다. 주 예수께서 계시록7장1절에 바람을 붙잡아 있는 상태에서 추수하고 난 후에는 세상 끝이라 마13장40절에 [불에 사르는 것 같이 세상 끝에도 그러하리라]하고 우리들에게 일깨우고 있다.

2연의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는 때가 이르러 주께서 잔치할 즈음이 되었다. 그때 예수께서는 손님을 청하니 밭을 사서 못 오고 또 다른 이는 장가를 들어 못 가겠다고 하고 소 다섯 마리 사서 못 간다고 하니 시내의 거리와 골목을 돌아 가난한 자, 병신들, 소경들, 다리 저는 자들을 데려 오라고 하였으니(누가복음14장21절) 이틀만 더 시간을 달라고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게 하시고,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소서 」에서는 성경 속에 있는 말씀(포도주)을 깨달아 그들을 온전한 자가 되게 해달라는 간청인 것이다. 릴케는 「가을날」 이 시를 읽는 자 모두에게 축복이 있음을 기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연의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에서는 이사야56장7절의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 하셨듯이 잔치에 청해도 오지 않은 사람은 더 이상 하늘에 높으신 그 분의 집은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그래서 성 밖으로 내 몰리고는 뒤 늦게 말씀을 듣고 깨달아 회개하고 반성을 해 본들,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 일 것입니다.」 추수의 계절 가을날에는 오갈 데 없어 헤매 이게 된다는 것이다.

릴케는 이처럼 신에 대한 갈망을 내면 적에서 이상적 상징을 외부적 현실로 가까이 왔음을 분명히 깨닫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테의 수기〉에서는 "이처럼 혼돈의 세계 위에 매달린 생은 불가능하다"라는 말로 표현되다가, 〈비가〉에서는 생을 본질로서 찬양과 정당화되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1925년 발표한 〈비가〉에서는 삶과 죽음에 대한 동일성을 말하며 선택적 긍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비가〉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온 것인가‘ 에 대한 갈등 속에서 솟아오르는 행복만을 생각하며 그리스도교 정신의 우주론적 관념으로부터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의식의 깨달음을 반영하는 새로운 신화로 볼 수 있는데 그것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조화롭고 강력한 '신'의 세계였고 '생태적 미래형 인간세계'를 말하며, '자연'을 이해하고 함께 사랑해야 함으로서 '신 우주적' 차원의 세계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본다.

설준원 시인
설준원 시인

 

[설준원 : 시인, 성서고고학자, 독도문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