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군 시골 시니어들의 영어 배우기 열풍
청도군 시골 시니어들의 영어 배우기 열풍
  • 권창근 기자
  • 승인 2019.03.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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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군 여성회관 영어 회화반을 찾아
청도 여성회관 중급 영어회화반 회원
청도 여성회관 중급 영어회화반 회원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은 이제 지구촌의 상식화된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의 평생학습센터나 문화원에 영어강좌가 개설되어 일반인들 특히 시니어들의 영어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청도군에서도 청도여성회관에 개설한 영어강좌가 농촌의 시니어들에게 인기몰이를 톡톡히 하고 있다. 2013년 9월 기초 영어교실로 출발해 2019년 올해까지 6년째 계속 지도하고 계시는 청도 출신의 박말석(여 · 이서면) 선생님을 통해 그간의 내력을 들어 보았다. “처음에는 시골 어르신들이 알파벳을 익혀 외국어로 된 간판이나 상표를 읽어내는 이른바 영어 문해 위주로 시작했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초·중급 두 반으로 나뉘어 문법에 기초한 올바른 영어 문장의 이해 및 원어민 회화반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어르신이 영어 문해 교육에 대한 문의가 쇄도해 그 수요에 다 부응하지 못하는 점이 참 아쉽습니다."

원어민 회화를 중심으로 하는 중급반의 회원 구성을 보니, 20명 정원 중 50대가 4명 그 나머지는 60대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국가 공인 어르신들이다. 그렇지만 교실 안팎에서 들리는 소리는 나이를 잊고 하하! 호호! 아하! 배우는 재미와 깨치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원어민 자원봉사를 하는 Winnie(여. 케냐 출신) 씨도 어르신들이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성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회원들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어르신들의 인생 경험으로부터 진지해짐과 겸손해지는 법을 배워 도리어 감사하다고 한다. 또한 영어 시간이라 해서 영어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영문학 석사를 마치고 영국에서 현지 영어를 공부하신 박말석 선생님으로부터 영국인들의 일상 관습과 영어식 표현법을 소개받는 것도 아주 흥미롭다. 게다가 회원들은 한국식 언어 관습을 어떻게 영어로 옮길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해보고 원어민 선생님에게 확인해 보는 맛은 정말 살아 있는 영어를 배우는 것 같다.

박말석 지도 선생님과 Winnie 원어민 강사
박말석 지도 선생님과 Winnie 원어민 강사

회원들의 영어에 대한 열성은 그뿐 아니다. 회원들이 스스로 동아리를 구성하여 미국 출신의 선교사를 초빙하여 따로 미국식 영어도 병행해서 공부하고 있다. 동아리 회장을 맡은 이정선(여 · 청도읍) 씨의 말을 들어보자. “TV의 미국 드라마를 볼 때 처음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원어민에게 배운 영어식 표현이 가끔 들릴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영·미 원어민 선생님과 매주 2시간씩 번갈아 수업하고 또, 점심을 함께하며 친목 활동을 하다 보니 외국인을 대하는데 두려움도 없어졌습니다. 길거리나 어디서든 외국인을 만나면 배운 영어를 활용해 보고자 막 들이댄답니다. 그래서 우리들끼리 ‘들이대 잉글리시 클래스’라 부르고 있지요.”

미국식 영어 동아리반(사진 위), 동아리반 친목 활동(사진 아래)
미국식 영어 동아리반(사진 위), 동아리반 친목 활동(사진 아래)

회원들의 장래 계획도 알차다. 청도군 내의 큰 행사가 있으면 외국인을 위한 영어 안내 도우미도 해보고,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영어공부도 도와주고 싶다고 한다. 또, 올해에는 케냐에서 온 위니 선생님과 미국에서 온 애덤스 선생님이 서로 자청해 자기 고향을 소개해 주신다고 해 현지 어학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끝으로 회원 가운데 아프리카 르완다에 네 번이나 농업지도 봉사활동을 다녀온 조기동(65 · 농학박사 · 전 청도군 농작물 지도과장) 회원의 영어 공부에 대한 포부는 더 실감이 난다. “아프리카에 매번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현지인과 소통하기 위해 영어 지식은 필수입니다. 우리 영어반에서 영어를 제대로 배워 우수한 우리나라의 작물 재배법을 아프리카에 전역에 소개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수업관련문의: 청도군 문화체육시설사업소(T. 054-370-2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