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가는 해를 붙잡다
전대미문의 역병에 일상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우리 생애 다시 찾을 수 없는 한 해를 도둑맞았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만인의 축복 속에 치러야 할 결혼식에도 발끈 피붙이 살붙이만 오고,
멋지게 보여야 할 기념사진도 마스크를 씌우니 괴물 같습니다.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학창 시절 수학여행도 코로나가 앗아가고,
문학기행을 통해 글감도 찾고 문학 동인들과 교유의 시간도 코로나가 앗아갔습니다.
정한도 회한도 많았던 한 해가 갑니다.
거역할 수 없는 세월의 순환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지만, 잃어버린 세월이 하도 안타까워서 지는 해를 붙들어다 전신주에 걸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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