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선구자 ‘호애 농원’ 손제순 부부
귀농 선구자 ‘호애 농원’ 손제순 부부
  • 유무근 기자
  • 승인 2020.12.2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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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산물로 숙성 체험장 운영
지역농산물 ‘칠칠곡곡 조합’ 운영
‘호애 농원’에는 둥근 달이 3개나 뜬다

 

손제순·이태보 부부가 가족을 동원해 농가 맛집 김장을 하고 있다.  유무근 기자

 

윤택한 생활을 접고 시골로 투신한 당시 40대 후반의 젊은 부부 이야기다. 그들에겐 농촌 근대화에 야무진 꿈이 있었다. 유명(有名) 택시회사 사장이 귀농을 결심하고 귀촌한 손제순·이태보 부부는 ‘호애 농원’을 이룬지가 16년이 되었다.

‘호애 농원’은 전통식품, 야생화, 생활도자기 등 귀농 체험장이다. 계절별 음식 숙성실에는 저염도 장아찌부터 마늘, 고추, 양파, 가죽, 김장김치까지 15가지의 교육과 체험을 겸하는 농원 학습장이기도 하다. 귀농·귀촌을 염두에 둔 이들에게 바른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부부는 칠곡군 지역 발전협의회 단체에도 소임을 다한다. 손제순 대표는 항렬 돌림 자로 짓다 보니, 이름이 여성스러워, 아내 이태보 씨와 호칭이 바뀌어 웃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내 이 씨는 칠곡군 야생화 ‘들풀 동호회’ 회장으로 다년간 봉사해 왔으며, 손 씨는 칠곡군 지역농산물 가공업 판매 협동조합 '칠칠곡곡’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 창평리에 있는 '호애 농원' 전경.  유무근 기자

-호애 농원은 어떤 일을 하나요?

▶전통식품의 숙성, 가공 체험과 귀농에 대비한 바른 인식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대구의 단체 모임, 농협 지부, 대구소비자대학, 농업기술원 등에서 농촌 체험 위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귀농·귀촌 반, 소비자와 도·농간을 연결하는 사관학교 과목도 있습니다. 주로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옵니다. 야생화 꽃모임, 음식 모임, 영양사 단체 등에서 연중 체험하러 올 수 있도록 분야별 모임도 실시합니다만,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체험 위주의 수강생 교육 일정이 거의 취소되고, 11월부터는 중지한 상태입니다. 새 프로그램으로 대구 거주 희망 주부들을 대상으로 경상북도 농산물을 홍보하는 ‘소비자 대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애담’과 ‘호애 농원’ 두 개의 간판이 있던데요?

▶호애 농원은 각종 체험, 야생화 전통식품의 달임, 숙성, 가공, 수강생 교육을 전담합니다. 호애담은 수강생의 식사를 전담합니다. 아내 명의로 농가 맛집을 겸하고 있습니다. 외부손님은 5인 이상, 주 1회 예약제로만 운영합니다.

호애 농원의 저온 창고 숙성실에서 아내 이태보 씨가 숙성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유무근 기자

 

-숙성 교육과정이 궁금합니다.

▶전통식품인 계절별 장아찌와 김장 체험 교육을 하는데 숙성한 완제품을 사가기도 합니다. 숙성실에서 저염도 장아찌를 하면 쉽게 변하니까 반드시 저온에서 해야 합니다. 보통 15가지 종류를 숙성 발효시키고 있습니다. 주요 품목으로 마늘, 고추, 양파는 기본이고, 새순 가죽, 오가피 즙과 술도 요청을 받아 담습니다. 요즘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으로 체온을 올려주는 생강, 칡, 도라지 조청도 달입니다. 불을 조절 하며 9시간을 저어 주어야 하기에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식품이죠. 산도라지는 기관지와 목을 보호해주고 칡 조청은 골다공증 예방과 갱년기에 효과가 좋습니다. 무 조청은 신청이 오면 달이고요. 완제품은 모두 3가지입니다. 먹기 편리하고 위생적이란 호평을 듣습니다.

부부가 코로나19 예방 식품인 생도라지 조청을 정성껏 달이고 있다.  유무근 기자

 

-호애 농원을 설립한 지 16년 동안 어떤 일 들을 했나요?

▶처음 꿈과는 달랐습니다. 시골에서 아내와 여유롭게 지내려고 왔으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활동도 하게 돼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아내 몫이 더 커졌기 때문이죠. 교육생이 들어오면 분야에 맞는 교육도 분담합니다. 특히 귀농 귀촌에 대해 많은 분이 꿈꾸고 있는데, 여건이 맞지 않으면 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섣불리 판단하면 후회하며 퇴촌하기 때문이죠. 처음에 오면 1년은 놀아보라고 합니다. 초창기부터 돈을 많이 투자하기보다, 지역의 환경과 토질분석 등을 농업기술원과 협의하면서 살아보며 투자해야 한다며 조언합니다. 초창기에 너무 무리하면 환상이 깨어지니까요.

-도자기 가마에는 어떤 품목이 생산되며, 맛집 농가 운영은 어떻게?

▶주로 생활자기를 생산합니다. 이정림 선생이 운영하면서 도(道)내 연수원, 여성 단체, 학교 등 강의도 나갑니다. 호애 농원에 수강생이 입소하면 도자기 빚기 실습 체험과 강의도 전담하는 데 인기가 좋습니다.

호애 농원에서 이정림 씨가 생활 도자기를 손질하고 있다.  유무근 기자

호애담 맛집 농가는 음식이 깔끔하고 대장금 맛집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밥 한번 먹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는 후문도 있다. 일주일에 한 팀만 받기 때문이다. 일반 식당이 아닌 맛집 농가로 등록되어 있고, 도우미가 없다. 부부가 손수 시장 보기부터 조리, 상차림까지 하느라 힘에 부대낀다. 체험 반 수강생을 우선으로, 한 주간에 한 팀밖에 받을 수 없다고 한다. 

호애 농원은 일대는 관광 명소이다. 낙화암(落花岩)과 낙화담(潭)을 마주하고 있어 경관이 수려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왜적들로부터 정조를 지키기 위해 막다른 언덕 바위 끝에서 낙화담으로 몸을 날려 순결을 지킨 아낙네들이 꽃잎처럼 보였다 하여 낙화암이라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지역 개발을 위해 낙화담 권역별 사업 40억 원이 투입되었다. 목조 구름다리, 낙화암 산책로, 둘레길 조성과 아치형 공연 무대를 신축하여 지자체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또한, 낙화담의 홍보 전령사로 자리매김한 사설(私設) ‘지천 수상랜드’는 낙화담의 지킴이이기도 하다. 주말이면 수상 스키 동호인들의 멋진 묘기를 멀리서도 보며 즐길 수 있다.

호애담에서 바라본 창평지에서 낙화암과 낙화담이 출렁이고 있다.  유무근 기자

 

낙화담 준공식 때 국악인 초청 어울림 한마당 장면.  유무근 기자

 

교통도 좋다. 3호선 만평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이다. 호애 농원에서는 둥근 보름달이 세 개나 뜬다. 낙화담 위 밤하늘에 둥근달, 낙화담에 내려앉은 또 하나의 달, 그리고 안내해주는 주인장 부부 눈망울에도 밝게 떠 있다.

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 귀농해서 먼저 정착한 손제순 씨 부부는 귀농·귀촌을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분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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