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사랑 가(歌)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사랑 가(歌)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0.12.23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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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다 한 번쯤은 사랑의 홍역을 앓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너무 지나친 사랑의 덫은 때로는 삶의 장애를 가져온다는 것을 예이츠(1865~1939)를 보면서 느껴본다. 사랑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따뜻한 관심이다. 또한 책임이기도 하다. 암탉이 날개 아래 자기 새끼를 모으려 함같이 우리를 품으려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모두를 가슴 속에 온기로 품고 싶은 충동이 생길 것이다.

예이츠는 자기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숙명적인 사람을 만나게 된다. 아름다운 여배우였으며, 열렬한 민족주의자이기도 한 모드 곤(Maud Gonne:1866~1953)이다. 20년 동안 예이츠는 줄곧 그녀에게 구혼을 했다. 지나칠 정도로 구애를 했다고 한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저는 아직 독신이 아닐지도 모른다. 열정적인 여인 모드 곤은 예이츠가 자기의 남편이 되기에는 너무나 나약하며 몽상적이고, 이상주의적이며, 소극적이라고 느꼈다. 예이츠 자신도 그녀가 좋아할 수 있는 그런 능동적 정치인인 되기 위하여 무한히 노력했다. 평생에 회복할 수 없었던 커다란 충격을 남긴 채 존 맥브라이드(John MacBride) 소령과 결혼해 버렸다.

사랑의 시련은 작품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쓰디 쓴 것으로 변모해 갔으며, 초기의 몽상적인 사랑의 시가에서 수놓았던 정교하고도 장식적인 이미지를 벗어나서 극적인 수법을 띠게 되었다. 훨씬 현실적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 예이츠의 사랑의 아픔이 서려 있어서 독자들에게도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1916년 부활절 봉기 사건의 주동자로 모드 곤의 남편 존 맥브라이드 소령이 처형되고 나서 그녀에게 마지막 청원했다가 다시 거절당하면서 많은 아픔과 고독을 느끼게 된다. 얼마나 사랑이 정열적인지 알 수 있다. 사랑은 많은 에너지를 주는 반면 또한 이렇게 쓰라린 아픔은 때로는 심적 고통을 주기도 한다. 모드 곤의 짧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의 처형에 얼마나 마음이 고통스러웠을까 함께 마음이 저려온다.

예이츠는 어느 덧 50세를 넘어서게 된다. 오랜 독신 생활과 모드 곤에 대한 헛된 구애 등, 불행했던 사랑의 상처를 받은 해 예이츠는 여전히 미혼이었다. 불행과 좌절 속에서 예이츠는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고자 했다. 그 이후 50세가 훨씬 넘어 쾌활하고 영리한 아내를 만났다. 아내의 도움으로 많은 훌륭한 시작(詩作)을 남기게 되었다. 노후에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미게 되었다.

The Wild Swans at Coole

The trees are in their autumn beauty,

The woodland paths are dry,

Under the October twilight the water

Mirrors a still sky;

Upon the brimming water among the stones

Are nine-and-fifty sw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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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looked upon those brilliant creatures,

And now my heart is sore.

All's changed since I, hearing at twilight,

The first time on this shore,

The bell-beat of their wings above my head,

Trod with a lighter t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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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호수의 야생 백조

나무는 가을의 아름다움으로 단장하고

숲 속의 오솔길은 메마른데,

시월의 저녁 노을 밑에서, 물은

고요한 하늘을 비치고 있다.

돌 사이로 넘쳐흐르는 물위에는

쉰 아홉 마리의 백조가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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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 찬란한 새들을 오래 보아 왔지만,

지금 나의 가슴은 아프다.

해질 녘, 머리 위에 영롱한 나래 소리

들으며, 이 호숫가를 처음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닐던 그때 이래로

모든 것은 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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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얻지 못한 채 가슴에 멍들고 힘없는 늙은이가 된 시인과는 달리 저 백조들은 지치거나 늙지도 않고 여전히 열정과 패기를 지니고서 차가운 물속에서도 짝들끼리 다정하게 헤엄치거나 힘차게 하늘을 솟아오른다. 신비로운 존재로서 지상과 하늘이 두 영역을 넘나드는 불멸의 이중적 존재이다.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나 활기차게 사는 백조를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시인 자신이 죽어서 불멸의 영적 존재가 되고 나면 저 백조들은 또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면서 불멸의 세계로 이끌어 주리라는 믿음의 피력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드 곤의 아름다운 모습
1932년 미국에서 세 번째의 강연 여행에서 엘리어트를 만났다.

 

 

예이츠 가족들 왼쪽부터 딸 앤, 부인, 예이츠, 아들 마이클. 단란한 모습.

 

W.B.예이츠詩全集(사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