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실천교육교사모임 '코로나 시대의 교육'
[장서 산책] 실천교육교사모임 '코로나 시대의 교육'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0.12.21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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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교육을 다시 생각하다

지은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직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교육 실천을 나누고 자유롭게 활동하며 함께 성장하는 교사 공동체다. 이 책은 2020년 6월 13일 실천교육교사 모임 특별 좌담회에 참석한 권재원 등 6명의 교사들이 코로나19 이후의 교육에 대해 나눈 대담을 기록한 책이다.

1. 코로나19와 학생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의 모든 유·초·중·고등학교가 동시에 휴업을 결정했으며 5월이 지난 시점에야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다. 아무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들의 연속으로 교육 당국이나 학교 현장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러한 혼란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대책이 매우 급하게 발표되다 보니 유·초·중·고 학생들의 저마다 다른 특성과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부족했다. 취약 계층이나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 대책이 크게 부족해 코로나19에 따른 교육의 격차, 돌봄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취약 계층 학생에 대한 지원은 전적으로 학교에만 의존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복지관, 다문화지원센터, 도서관, 지역문화센터, 청소년 수련원과 같은 기관들도 최소한의 기능은 유지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초등과 달리 돌봄 교실도 이용할 수 없는 발달 장애 중·고등학생 등에 대한 복지관이나 지자체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아이들은 없었다. 아이들의 배움과 요구에 대한 깊은 고민이 따라 주지 않았고, 학부모의 어려움, 수능 일정, 교육 과정의 틀과 수업 시수만을 따졌다.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다각적으로 마련해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83~84쪽)

2. 코로나19와 교사

온라인 학습을 위한 물리적 제반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일선 학교에서는 걱정과 우려 속에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 분투했다. 언택트 시대에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사들의 헌신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교육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유치원의 경우 유아의 특성상 온라인 수업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2019 개정 누리 과정을 반영한 놀이 활동 자료를 제작했다. 또한 놀이 인식 개선을 위한 부모 교육, 개별 학부모 상담 등을 통한 정서적 지원에도 주력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EBS, 구글 클래스룸, 줌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한 블렌디드 교육을 실시했으며, 교사들은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통해 집단 지성과 동료성을 발휘함으로써 최고의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미래 교육을 대비함으로써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는 마중물이 되었다.(115~116쪽)

3. 코로나19와 학교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에서 학교의 장은 '전달'이 아니라 '결정'을 해야 했지만 기존의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방향을 정해주는 것이라면 시도교육청은 지역의 실정에 맞게 지침을 더 세부화한다. 다시 지역교육청을 경유하면 지침은 더 촘촘해져서 도대체 무엇이 바뀐 것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이런 관행은 역으로도 작동한다. 교육부가 보도 자료로 이미 공개한 사항에 대해서도 '공문으로 내려오기 전까진 변경이 안 된다'라는 학교장의 지시가 그렇다.

교육청의 칸막이 행정 또한 학교 현장에 혼란을 부추겼다. 감염병으로 휴업이 계속 연장되고,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각 부서별 사업 계획은 공문으로 계속 내려왔다. 현 상황을 반영하여 수정하거나 축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학교 현장의 아우성과 불만이 쏟아지자 그제야 수업과 방역 중심으로 정리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사태는 평소의 관행이 코로나19로 극명하게 드러난 것일 뿐이다. 평소에도 교사들이 자율성을 발휘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 모든 게 교장의 지시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고, 교장의 지시는 공문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이다.(149~150쪽)

4. 코로나19와 교육

코로나19는 학교 현장을 시험대에 오르게 했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였기에 교육부-시도교육청-지역교육청으로 이어지는 행정 라인에서 당황해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의사 결정과 메시지가 일관되지 못하고, 교육부와 교육청간 지침과 재량 사이에서 기본적인 의사 결정 구조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교육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학생이다. 이번 사태에서 학생은 일방적인 관리의 대상일 뿐 그들의 어려움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은 나타나지 않는다.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않았다. 어른도 컴퓨터 화면을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으면 매우 힘든데 아이들은 어떤 입장일지 생각했어야 한다.

이 모든 현상은 입시와 연결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단점들이다. 공정한 입시 담론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 또한 일시에 시험을 쳐서 학생들을 선발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지금의 걱정들이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오늘의 교육 현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공교육이 멈출 때 얼마나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상하위권 간의 학습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가득하다. 그렇기에 마지막까지 남은 희망은 교육의 본질을 잃어선 안 될 학교일 수밖에 없다.(182~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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