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박영규 '인문학 리스타트'
[장서 산책] 박영규 '인문학 리스타트'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0.12.14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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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격을 높이는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

지은이 박영규는 '역사 대중화의 기수', '실록사가'라는 찬사를 받은 대중 역사 저술가이다. 누적 200만부 판매를 기록한 밀리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한 이후 20여 년간 9권의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를 펴냈다.

1장 인류 생존의 세 가지 도구-경제, 정치, 역사

저자는 이 책에서 학문을 크게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세 갈래로 분류한다. 그리고 인문학은 인간에 관한 학문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나 인간의 문화, 인간만이 지닌 자기표현 능력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문제들을 다루는 영역으로, 철학, 역사, 종교, 문학, 예술이 인문학에 포함된다고 한다.

사회과학=인류학+사회학+정치학+경제학+심리학+법학+응용사회과학, 자연과학=물리학+생물학+화학+지구과학+우주과학+과학학이라고 하며, 공학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에 모두 포함된다고 한다.

인간의 지식은 생존의 수단으로 고안된 것이고, 학문은 지식을 축적하고 전달하는 행위 또는 지식 자체를 일컫는다. 따라서 학문이란 근본적으로 생존활동의 일환일 수밖에 없다.

학문이 생존활동이라면 학문의 뿌리 역시 생존활동에서 찾아야 한다. 인간의 생존활동에 관한 모든 것이 경제이고, 경제를 조정하는 모든 행위는 정치이다. 그리고 역사는 경제와 정치의 총합이다.(18~81쪽)

2장 단번에 깨치는 세계사

인류 역사는 '채집시대-농업시대-공업시대-상업시대-지식시대'의 5단계로 발전해왔다.

채집시대는 400만 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나 유물만 있고 기록은 없는 시절이다. 또한 유물도 기껏해야 인류의 유골 화석과 도구가 전부다.

농업시대 1만년의 역사는 인류가 남긴 기록 중에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다른 시대에 비해 비교적 긴 편이다. 왕조시대로 불릴 정도로 군주정치가 중심이 되었던 이 시대의 핵심내용은 문명의 발생과 확대, 그리고 국가의 등장과 대제국의 성립, 대제국 및 각 지역 왕조의 흥망성쇠이다.

공업시대는 산업혁명 이후 200년 남짓 진행된 때로 흔히 근대사회로 불리는 시기다. 이 시기는 현대문명의 기반이 된 기계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이고 동시에 서구 세력이 공업발달에 따른 자원 확대를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식민지로 삼아 제국주의를 구가하던 때다. 따라서 제국주의 열강들이 약소국을 식민화하는 과정과 그 결과가 중심이 된다.

상업시대는 여전히 100년 이상 진행 중이고, 지식시대가 된 것은 이제 겨우 25년에 불과하다. 이 시대의 역사는 흔히 현대사로 불리는 20세기 이후를 말한다.(84~85쪽)

3장 인류생존의 행동지침-종교와 철학

경제, 정치, 역사 등 인류의 생존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이 믿고 따를 수 있는 행동지침이 필요하다. 이 지침은 가급적 영원히 변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고, 절대적인 것이어야 한다. 불변성, 보편성, 절대성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행동지침을 우리는 진리라고 한다.

종교와 철학은 바로 이 진리에 대한 열망에 의해 탄생했다. 하지만 이 두 분야의 형성과 발전은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말하자면 종교와 철학은 인류가 생존을 위한 행동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면서 흘린 피와 땀의 결정체인 셈이다.(176~177쪽)

4장 종교와 철학의 결합과 결별

현재 남아 있는 종교들은 모두 농업시대 이후 탄생한 고등 종교들이다. 그런데 이들 종교들은 생존을 위해 여러 차례 변신을 시도한다. 보다 탄탄한 이론으로 무장한 종교로 거듭난 것이다. 그래서 종교는 생존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철학과 결합한다. 종교는 절대성을 제공하고 철학은 그에 대한 이론을 제공하는 형태로 둘은 하나로 합쳐지곤 했다. 그 과정에서 철학이 종교의 시종 노릇을 하기도 했고, 종교가 철학의 시종이 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성장한 대표적인 종교가 기독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였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흡수한 철학은 그리스 철학이었고, 불교와 힌두교가 흡수한 철학은 베다 철학이었다. 그래서 서양의 로마제국은 기독교를 통해, 인도의 마우리아제국과 굽타제국은 불교와 힌두교를 통해, 그리고 이슬람제국들은 이슬람교를 통해 대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오히려 철학과 종교를 번갈아가며 지배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한제국은 유학을 기반으로 중국인들이 종교처럼 섬기고 있던 노장 사상과 음양오행 사상을 끌어들여 지배력을 확대함으로써 학문을 종교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한제국 멸망 이후에는 불교가 유행하자 불교에 노장 사상과 음양오행설을 결합하여 불교를 지배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러다 송나라 이후에는 유학을 기반으로 불교와 노장 사상 및 음양 사상을 결합하여 성리학을 탄생시킴으로써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렇듯 대제국 시대에는 종교와 철학의 결합을 통해 통치이념을 다져나갔다. 인도와 중국, 이슬람 지역에서는 이런 양상이 19세기까지 지속되었으나 유럽에서는 로마대제국이 무너지고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종교와 철학의 결별이 이뤄졌다. 이른바 15세기 이후 이성에 눈뜨기 시작한 서양철학은 종교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한 것이다.

서양철학이 종교와의 결별을 시작한 것은 합리주의와 경험주의의 등장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후 칸트는 관념론을 통해 합리주의 입장에서 경험주의를 포용하려 했고, 헤겔은 절대정신을 통해 관념을 신격화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사고가 더욱 과학화되는 경향을 띠면서 헤겔의 절대관념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헤겔의 아성을 부수는 작업이 시작됐는데, 그 작업을 본격화한 인물은 니체였다. 니체는 철학의 망치로 헤겔의 절대관념을 깨부수기 시작했고, 이후로 서양철학은 다양한 조류를 형성했다. 그 조류들 중에는 실존철학, 마르크시즘, 언어철학, 도구주의 등의 철학이 있다.(230~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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