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살 넘은 소나무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경기 포천시 부부송
300살 넘은 소나무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경기 포천시 부부송
  • 이한청 기자
  • 승인 2020.12.1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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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가보고 싶은 곳
부부송 1
경기도 포천시 군내면 산골마을에 있는 부부송.  이한청 기자

 

경기도 포천시 군내면 직두리에는 하늘을 가릴 듯 우람한 '산지나무'가 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꼼짝없이 갇혀 아무 데도 갈 수 없게 높은 산들이 울타리를 하고 있는 이 산골마을에는 단 세 가구가 살고 있다. 산지나무는 산제(山祭)나무를 일컫는 지방사투리이다. 산제나무란 이름 그대로 산에 제사를 드리는 나무라는 뜻이다. 산지나무는 수백 년 된 소나무 두 그루인데, 지금은 천연기념물 제460호(2005.6.13)로 지정되어 각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

두 소나무의 키는 약 7m 정도고 수령은 3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부부송은 하늘을 향해 키가 높게 자라는 일반 소나무와 달리 옆으로 20m 넘는 길이에 어른 몸통보다 굵은 가지를 길게 뻗은 나무이다. 이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놀이터 같은 나무였다.

이 소나무는 높이 자라지 않고 두 그루가 부부처럼 사이좋게 굵은 가지를 옆으로 넓게 펼치고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다.  주민 이 모 씨는 "어린시절엔 가지를 꺽거나 상처를 입히면 곧 죽게 된다는 어르신들의 엄포에 정말 죽는줄 알고 겁이 났다"며,  "그래서 솔잎 하나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가지를 타고 오르내리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고조 때부터 그 나무 곁에 집을 짓고 살았다는 이 씨는 "부모님께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배 고프고 가난하던 시절이라 아랫마을에 살던 조부께서 배고픈 자녀들이 혹시 남의 집 식사 때에 기웃거리는 추한 모습을 보일까 아무도 없는 산골로 들어와 큰 소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 속에는 철 따라 고비 고사리 두릅 등 산나물과 더덕, 머루, 다래 그리고 개울에는 가재가 많아서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6·25전쟁 때 중공군이 이곳까지 들어와 넓게 가지를 펴서 하늘을 가린 소나무 아래 방공호 2개를 파서 하나는 우리집이, 다른 하나는 작은집 사람들이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던 집은 그들이 한동안 차지하고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부부송 안내문
부부송 안내문

1960년대에는 주민들이 혹시라도 북한에서 남파되는 간첩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산골에 살지 말고 아랫마을로 이주하라고 관청에서 강권했다. 그런 가운데 어느덧 자녀들이 성장하여 직장문제로 혹은 혼인으로 모두 분가해 떠나며 이 마을의 집들은 자연스럽게 빈집들이 되었다. 지금은 전원주택이 수없이 들어섰고 도로가 비교적 잘 닦여 드나드는 데 지장이 없지만 50~70년대는 장마철이면 개울에 물이 넘쳐 학교를 갈수 없는 날이 많았던 곳이다.

지금은 부부송이라는 새 이름으로 두 그루의 소나무는 각별한 대우를 받으며 관광객들이 제법 찾아오고 있다. 길게 뻗은 가지에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지가 찢어진 곳은 보형물로 메꾸어 주고 가지 무게를 지탱해주는 지지대를 세워 보살핌을 받고 있다.

옛 산골마을 오두막집이 있던 곳엔 호텔같이 큰 전원주택이 들어섰고 마당 곁에 큰 대추나무 매실나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동네 아이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버섯 따고 잔대를 캐던 동산은 이제는 평지가 되었고 각종 산나물이 지천이던 깊은 산도 주인이 바뀌어 사유지니 입산이나 산나물 하나도 채취하지 말라고 산나물 채취금지를 경고하는 팻말이 곳곳에 걸려 있다. 오염이 없어 물맑고 공기 좋은 수원산에 팬션이 들어오고 전기가 들어와 살기는 좋아졌지만 옛날에 넉넉했던 인심이 아쉽기만 하다.

서울에서 가깝고 정말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 잠시동안 다녀갈만 한 곳이기도 하다. 조그마한 폭포도 있고 인근에 울미 연꽃마을이 있다.  

부부송의 모습1
부부송의 굵은 가지들이 넓게 펼쳐져 자라고 있다.  이한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