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에세이 1]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성화 에세이 1]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 이동백 기자
  • 승인 2020.12.08 17: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10년, 프레스코, 280×570cm,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
1510년, 프레스코, 280×570cm,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세기 1장 27절)

“사방과 상하를 ‘宇’라하고, 시간의 가고 옴을 ‘宙’라 한다.” 우주에 관한 동양적 인식은 이러하다. 공간과 시간을 아우르는 개념이 우주일 터이다.

하나님은 첫째 날에 시간을 짓고 둘째 날에 하늘과 땅을 지어서 우주의 기본 얼개를 마련하였다. 우주에 대한 동서의 인식이 이렇듯 비슷하다. 진리는 동서고금을 하나로 묶어내는가 보다.

하나님은 이 우주의 도면을 펼쳐 놓고 자신의 의지를 성취시켜 나가는데, 그 마지막에 성취한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은, 우주 도면에 찍은 하나님의 화룡정점이다. 이에 걸맞게 하나님은 인간에게 땅을 정복할 권세를 부여하였다. 하나님이 지은 세상은 낙원이어서, 하나님은 자신의 기술에 매우 흡족해 한 것이다.

하나님이 6일 만에 지은 천지를 미켈란젤로는 천장에 매달려 등뼈를 혹사시켜가며 4년 반 만에 겨우 재현해 내었다. 미켈란젤로는 이 역사적인 아담의 창조를 어떤 이미지로 그려냈을까?

아담은 아직 힘이 없다. 오른손은 오그라들었고, 목은 스스로 가누지 못한 채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오른쪽 다리도 힘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얼굴빛도 지친 기색이 역력한데, 다만 하나님을 향한 눈빛은 갈구로 가득 차 있다.

마치 바지랑대처럼 세운 다리에 의지한 팔은 쭉 뻗어 하나님을 향했다. 안간힘을 다해 치켜든 손가락 끝으로 아담은 그 갈구하는 눈빛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 손끝에는 아담의 의지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동이 트는 무렵이다. 아담의 긴 그림자가 그를 암시하는데, 하나님은 햇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아담에게로 날아든다. 하나님은 이 시각에 맞추어 아담을 찾은 것이리라.

큰 휘장을 날개 삼아 펼치고 아담에게 다가드는 하나님의 동선(動線)은 무척 장엄하고 역동적이다. 천사들의 호위를 받은 하나님의 얼굴 또한 위엄이 넘친다.

늘어뜨린 아담의 손가락 끝을 정확하게 조준하여 다가드는 하나님의 검지에는 생명의 에너지로 넘쳐나서일까. 하나님의 팔이 짧다. 이 생명의 에너지가 아담에게 전해지는 찰나, 하나님의 눈동자도 오로지 한 곳으로 집중한다. 그 눈빛은 형형하고 치열하다.

손가락과 손가락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명의 불꽃은 활활 타오르게 될 터이다. 저 아담의 근육을 보라. 그 근육이 이를 말하지 않는가.

나는 이 그림을 로마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친견하던 날, 내 가슴에 어쭙잖은 문장 하나를 갈무리하였다.

‘갈대와 같이 약하고, 겨자씨보다 작은 인간이 그래도 신 앞에 떳떳할 수 있다면 인간의 역사 속에 미켈란젤로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