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시작(詩作)이 주는 마음의 노래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시작(詩作)이 주는 마음의 노래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0.12.04 19: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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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인간에게 평온함과 베푸는 법을 가르친다.

 

‘나이를 먹으면 추억으로 산다’는 말처럼 유년시절 뒷동산에서 뛰어놀던 것이 어른이 된 지금도 아름답게 회상되어 떠오를 것이다. 이런 추억은 아마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쩌면 행복했던 유년시절의 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워즈워드도 유년시절의 숲속을 뛰어다니면서 멋진 시상이 창조되었다. 지금의 불멸의 작품도 자연의 배경이 된 것이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소박한 위안과 풍족한 애정을 받고 자랐으며 전원 속을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로운 삶도 즐길 수 있었다.

낭만주의 시인들에게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상상력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상상력은 시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매체가 된다. 상상력을 통해 평상의 사물을 색다른 모습으로 변모시켜 인식함으로써 객체의 본질, 즉 객체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특별한 의미를 추출해 내는 것이다. 워즈워드는 자연을 시의 소재로 삼되 감각적 경험을 중시하면서도 감각적인 경험을 능가하는 정신의 신비적 경험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워즈워드는 내면 정신과 자연의 외부세계를 결합시키는 정신능력으로서 몹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았다.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육체의 귀와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눈과 귀로 객체의 본질을 감지하여 자연 속에 내재해 있는 생명력을 인지하기에 이른다. 워즈워드는 자기의 시작과정에서 자연의 직접묘사가 아니라 오랜 시일이 경과된 후에 조용히 회상하는 가운데서 진정한 시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의 주된 목적은 흔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사건과 상황 등을 시의 소재로 삼아 거기에 상상적 색체를 가함으로서 일상의 사물을 우리의 마음에 특이한 형태로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주체와 객체의 합일에서 얻어지는 결과의 산물이 바로 시이며, 이때 주체와 객체 사이에서 상상력을 연결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감정이라고 했다.

신성한 사랑과 감정으로 맺어진 결합은 지복의 극치이므로 곧 냉엄한 현실을 평화로운 낙원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흐트러진 감정을 정리하고 정화하여 공허하고 황량한 마음을 숭고한 황홀경으로 보았다. 시인은 자연을 인생의 안내자, 보모로 택하고 있기에 언제나 따뜻한 온정을 갖고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인간과 자연의 교감(communion with nature)은 자연의 본체를 파악하는 올바른 자세이기도 하다. 시인은 깊은 심안으로 솟아 나오는 영적인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되므로 모든 것은 영혼을 가진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워즈워드에게 시작에 있어서 중요한 객체는 자연이다. 이 자연은 본질적으로 인간과 잘 부합되는 성질을 갖고 있기에 자연과 인간을 동일선상에 두고 있다. 시인은 인간의 순수정신은 신(神)과 같다고 했다.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꿈, 기대, 욕망은 모두 정신의 무한한 세계로 향한 것이며 비젼을 제시하는 위대한 정신 또한 인간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워즈워드는 주체와 객체가 하나가 되어 ‘one life' 즉 하나가 되면 곧 신의 존재도 감지하기에 이른다. 나와 네가 분별이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라는 존재 속에 밉고 좋고 하는 감정이 사라지게 된다.

A beauteous evening

It is beauteous evening, calm and free,

The holy time is quiet as a Nun

Breathless with adoration; the broad sun

Is sinking down in its tranquillity;

The gentleness of heaven broods o'er the sea;

Listen! the mighty being is awake,

And doth with his eternal motion make

A sound like thunder-ever lasting.

아름다운 저녁

고요하고 한가롭고 아름다운 저녁

성스러운 이 시각이 마치

찬미로 숨죽이며 예배하는 수녀같이 조용하구나.

거대한 태양은 고요 속에 기울고

평온한 하늘은 바다를 품고 있다.

귀 기울여 보라! 위대한 존재가 잠에서 깨어나

그 영원한 움직임으로

천둥 같은 소리를 울려대고 있다-영원토록,

시인은 감각을 초월한 순수정신의 상태에서 자연의 본질을 파악한다. 이때 시인은 자연에서 숭엄함을 느끼게 되고 또 자연인 객체도 자신의 옷을 스스로 벗고 알몸으로 신 앞에 서게 되는 것이다. 워즈워드의 자연 사상은 불후의 기념비적 자연 철학으로 높이 평가된다. 가슴속의 본질적인 열정과 위대하고도 소박한 애정은 자연의 아름답고 영원한 형상들과 상호작용을 했다. 인간의 꾸밈없는 위엄과 인간이 알고 느끼고 살아가고 움직이는 기준이 되는 쾌락의 숭고한 기본원리에 경의를 표현하는 시인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평범’한 것을 소재로 삼아 누구나다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조금은 특별하고 개성이 넘치는 것을 좋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워드워드의 시세계를 감상하면서 바람, 꽃, 하늘, 태양 자연의 소리에 귀기우리면서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