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차가워져도 문학의 샘은 계속 솟아오른다
날씨는 차가워져도 문학의 샘은 계속 솟아오른다
  • 김영근 기자
  • 승인 2020.12.03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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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의 문인, 제16차 소재 발굴 답사 모임 가져
참석회원들이 학도의용군참전 기념비를 참배한 후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근 기자
참석회원들이 학도의용군참전 기념비를 참배한 후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근 기자

입동을 지나 날씨가 차가워져도 문학인들의 마음은 따뜻하였다. 집필 소재 발굴 답사를 위한 모임(대표 심후섭 늘푸른문학창작연구소 소장)에서 반가운 얼굴로 만나 제16차 답사를 지난달 29일 오후 2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했다.

휴일인데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문인들과 교류하고 집필 소재도 찾기 위하여 지하철 2호선 신매역에 모여 인사를 나누고 출발했다. 이 행사는 주로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까운 곳에 있으나 놓치고 있는 우리 둘레의 집필 소재를 발굴하여 글쓰기를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이다.

첫 목적지는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로 옛날에는 대구농업고등학교로 불리던 명문이다. 먼저 경내에 서 있는 학도 의용군참전 기념비와 2·28민주운동기념비에 참배했다. 백척간두에 서 있던 조국을 구하기 위하여 피 끓는 청년학도들이 전쟁터로 달려가 전사하였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자유당 독재에 항거하여 마침내 4·19혁명을 끌어냈으니 이에 대한 참배는 당연한 예의였다.

이어 학교 설립 100주년 기념탑 옆면에 새겨져 있는 이동순 시인의 시를 낭송하며 그 문학적 향기를 누렸다. 평론가이자 대중문화 해설가이기도 한 이동순 시인은 이 학교 졸업생이었다.

이어 건너편에 있는 최상대 수필가 겸 건축가가 설계한 큰 숲 맑은샘교회와 병자호란 의병인 정동범 선생의 사당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기도와 명상 공간을 강조한 이 교회는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는 현대 교회 건축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정 선생의 사당은 잠겨있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하였으나, 이곳 신매동에서 나라를 구하고자 멀리 남한산성까지 달려간 의인의 기개가 느껴졌다.

심후섭 집필 소재 발굴 답사 모임 대표가 노변동 사적지의 역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심후섭 집필 소재 발굴 답사 모임 대표가 노변동 사적지의 역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이어서 노변동 사직단(社稷壇)을 탐방하였다.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단이다. 이에 비롯되어 사직(社稷)이라고 하면 곧 국가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으니 당시 농경시대의 가치 기준에 대해 느낄 수 있다. 사직단 입구에는 당시 돌널무덤 모형이 설치되어 있다. 노변동 고분군에서 조사된 수백 기의 옛 무덤과 이곳에서 수습된 만여 점의 유물은 삼국시대에 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현재 대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노변동 사직단 유적에서 참석회원들이 사직단 문화유산 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있다. 김영근 기자
노변동 사직단 유적에서 참석회원들이 사직단 문화유산 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있다. 김영근 기자

다음 방문지는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望月池)였다. 마른 솔잎 향기를 맡으며 산길을 걸어 도착하였다. 두꺼비는 1급수의 깨끗한 물에서 서식하는 영물이다. 수많은 전설을 가진 만큼 우리 선조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어서 신라 시대 토기 가마터를 방문하였다. 이 가마터로 미루어 보아 흙과 물, 그리고 땔감이 넉넉한 입지 조건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까운 대구 읍내로 토기를 팔 수 있는 시장도 고려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을 돌아보며 아득한 중생대로 돌아가기도 했다. 발자국 화석은 셰일이라고 불리는 퇴적암 위에 찍혀있었다. 안내판에는 육식공룡과 초식공룡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학생들의 흥미와 학습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집필 소재를 찾는 일은 문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녀교육을 위해 힘써야 할 일이다. 집필 소재 발굴 답사 모임에는 회비가 없으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코로나 시국인 만큼 반드시 입마개를 해야 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다음 제17차 모임은 지하철 3호선 달성공원역 1번 출구 광장에 모여 서상돈 감광제 선생이 주도한 국채보상운동의 시발지인 광문사 터와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이병철 회장의 삼성상회 터, 나라를 빼앗기고 일제에 끌려다녔던 순종 임금의 대구 방문 흔적을 돌아볼 예정이다.

심후섭 소장(아동문학가)은 “문인과 일반인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린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