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박미라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
[장서 산책] 박미라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0.11.30 1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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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지혜 차크라와 현대 심리학의 만남

지은이 박미라는 40대 초반에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심신통합치유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현재 마음칼럼니스트로, 치유하는 글쓰기 안내자로, 그리고 심리 상담자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1부 차크라와 의식의 발달, 2부 차크라 백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의 내용을 중심으로 차크라와 의식의 발달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차크라는 무엇인가

차크라[chakra(영어), cakra(산스크리트)]가 만들어진 역사는 짧게 잡아도 1,000년~1,500년에 이른다. 전통적인 차크라 체계에서 보자면, 꼬리뼈에서 정수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척추를 따라 바퀴나 연꽃 모양의 에너지 센터가 다수 존재한다고 전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차크라다. 대표적으로는 7개의 차크라가 알려져 있다. 물라다라 차크라, 스와디스타나 차크라, 마니푸라 차크라, 아나하타 차크라, 비슛디 차크라, 아즈나 차크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수리에 위치한 사하스라라 차크라가 그것이다.

각 차크라는 각기 다른 의미와 상징을 가지며, 각 차크라에 담긴 정신적·생리적 능력과 잠재력도 다르다. 이런 차크라가 각성되어 그 안에 담긴 능력과 잠재력이 현실화 하는 것은 쿤달리니 샥티의 상승으로 가능해진다. 쿤달리니 샥티는 물라다라에 잠들어 있는 우주적인 에너지이며, 수행자의 노력이나 그 밖의 다양한 이유로 깨어나면 각각의 차크라를 통과하면서 상승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하스라라에 머무는 시바와 합일하게 되는데 이 상태가 바로 의식 진화의 최고 단계다. 이 단계에 이른 사람은 순수의식(참자아) 그 자체가 된다.(19~20쪽)

2. 현대 심리학이 해석한 차크라

'쿤달리니 요가의 심리학'에서 융(C.G. Jung)이 차크라 체계를 의식의 발달과 연결시켜 설명한 부분은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차크라가 상징하는 다섯 원소는 의식의 발달 과정을 나타낸다. 즉 차크라의 5대 원소인 흙, 물, 불, 공기, 에테르로 이동하는 전 과정은 밀도가 낮아지고 휘발성이 더욱 증가되는 원소의 변성 과정이며 이것은 거친 물질에서 정묘한 물질, 그리고 정신적 물질로의 상승 과정을 의미한다.

2) 한 차크라에서 다음 차크라로 이동하는 과정은 대극의 반전, 즉 에난티오드로미(enantiodromie)에 의해 진행된다. 물라다라의 흙의 원소가 흙과는 전혀 다른 물(스와디스타나)로, 물은 다시 상극의 원소라고 할 수 있는 불(마니푸라)의 원소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에난티오드로미는 융에 의해 소개된 개념이다. 그것은 어떤 하나의 입장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필연적으로 다른 극단을 생성해서 대극의 반전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3) 의식의 발달은 일종의 지속성을 가진다. 한 사람이 발달 과정에서 어떤 차크라에 해당하는 심리적 경험을 하면 다음 차크라로 갔다 하더라도 이전 경험을 잊을 수 없다. 한번 도달했던 곳은 결코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최종 차크라를 경험한다 하더라도 인간은 항상 명상 상태에서 살 수 없으므로 살아 있는 한 언제나 물라다라에 머무는 것이 된다. 그렇지만 발달 과정에서 거쳤던 상위 차크라의 심리적 경험 역시 기억한다. 각 차크라마다 자신의 무엇인가를, 특히 '눈'을 남겨 둠으로써 늘 자신이 지나왔던 심연을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나온 차크라가 많을수록 더 많은 차크라를 경험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의식은 더 확장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높은 의식은 모든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가장 확장된 의식을 의미한다.(128~132쪽)

3. 인간의 의식은 어떻게 발달하는가

1) 점차적이고 점진적으로

대부분의 발달론은 의식의 변화와 발달이 점진적이고 점차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의식의 진화 과정을 일종의 스펙트럼으로 보는 것인데 이에 관해서는 윌버(K. Wilber)가 대표적이다. 스펙트럼 이론에서 의식의 발달은 마치 '사다리'를 오르는 것처럼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것이며, '파동'처럼 점진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차크라를 의식의 발달이나 진화의 체계로 보는 것도 그것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스펙트럼의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파니샤드 시대부터 차크라는 '바퀴'나 '연꽃'에 비유되었다. '바퀴'를 뜻하는 차크라는 인생의 이동과정을 상징한다. 바퀴가 굴러갈수록 앞으로 나아가듯이 인간은 살아가면서 점차로 의식의 진화를 경험한다. 차크라의 또 다른 상징어인 연꽃은 진흙 속의 구근이 물 위에서 만개한 꽃이 되기까지 천천히 펼쳐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꽃의 이런 개화 과정은 원시적인 존재에서 아주 세련되고 정교한 존재로 나아가는 의식의 발달 과정에 비유될 수 있다.(171~172쪽)

2) 부정에서 긍정으로

그런데 이 점진성의 방향을 우리는 대부분 부정적인 상태에서 긍정적인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이고 말썽만 부리던 아이가 타인을 배려하는 성인으로 자랐을 때나 툭하면 화를 내던 사람이 화를 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는 '성장했다'거나 '성숙해졌다'고 말한다.

쿤달리니가 차크라의 하위 센터에서 상위 센터로 이행하는 과정을 발달이라고 본 이유는 마음 작용의 차이 때문이다. 상위 센터로 상승할수록 더 긍정적인 마음 상태를 가진 차크라로 이동하는 것이 된다. 전통적인 차크라 해석에서는 하위 차크라가 의심이나 경멸, 수치심, 나태 같은 특성을 주로 띠고, 상위 차크라는 자비나 인내, 공정함 등의 긍정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위 차크라일수록 양극성의 대립이 극단적이라고 본 아자야(Swami Ajaya)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물라다라의 양극성은 생존과 관련된 원초적인 수준이어서 그 적대성과 대립성이 극단적일 수 밖에 없지만 상승할수록 의식의 대립성은 점점 더 약화되고 정묘해진다. 대상에 대한 감정이 적개심에서 헌신하는 마음으로 변해가는 것이다.(172~173쪽)

3) 물질에서 정신으로

그러나 인간의 마음을 긍정성이나 부정성,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가치는 맥락에 따라서 달라지는 상대적인 의미를 지니며 양가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식의 발달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기준은 무엇일까. 아마도 신체적이고 물질적인 차원에서 정신적 차원으로 이행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인간은 성장할수록 정신의 힘이 강해지며 정체성의 중심을 정신에 둔다. 융이 차크라 체계를 가지고 이에 대해 설명했다.

융은, 물질적 세계에서 살던 인간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스와디스타나)와 정서의 세계(마니푸라)를 지나고 나면 아나하타에서 이성적 힘이 생겨나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전까지는 물질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무의식이나 자신의 정서에 맹목적으로 사로잡혀 살았다면, 의식이 발달한 사람은 그렇게 살아온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나하타의 단계에 이른 사람은 자신을 성찰함으로써 물리적인 삶을 변화시킨다. 단지 심리적인 변화만으로 현실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사를 철회함으로써 인간 관계의 갈등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심리전을 이용해서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느끼는 고통에서 최고의 원인 제공자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나하타를 떠난 것이다. 비슛디에 이른 사람은 심리적인 영역뿐 아니라 물리적인 차원까지 마음이 창조해 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차크라가 상징하는 다섯 가지 원소도 물질에서 정신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흙→물→불→공기→에테르로 변화하는 과정은 융의 말을 빌리자면 밀도가 높은 물질에서 휘발성이 더욱 증가되는, 다시 말해 정신적 특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물질, 신체, 마음, 혼, 영으로 상승하는 윌버의 의식의 스펙트럼도 같은 내용이다.(173~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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