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이나 이사, 기구한 운명의 은행나무
두번이나 이사, 기구한 운명의 은행나무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0.11.2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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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년 된 범어네거리 은행나무의 끈질긴 생명력과 위풍당당한 자태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모습으로 2번 옮겨심는 과정에서 고목 원둥치는 화석화 되어 있다. 장희자 기자

살아가노라면
가슴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
그걸 사는 거다
봄. 여름. 가을. 긴 겨울을
높은 곳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쉬임 없이
한결같이
사노라면
가슴 상하는 일 한두 가지겠는가.        (나무의 철학.   조병화)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836번지에는 ‘상동은행나무’가 있다.  범어동에 있는데  ‘상동은행나무’라 불리는데는 기막힌 사연이 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모습으로 가지가 살아나서 양방향으로 팔을 활짝 벌리고 있다. 장희자 기자

이 은행나무는 1468년(세조 14년)에 상동 268번지에 심어져 있었다. 대구직할시에서는 1972년 8월 31일 당시 수령 504년, 높이 12m, 몸통 둘레 3m의 이 은행나무를 보호수 제18호로 지정하여 관리해 오던중 상동 동서 도로확장공사로 인하여 이 나무가 철거되어야 할 처지에 이르게 됐다.  이를 안타까와한 동민들이 보존회를 구성하여 1981년 9월 30일 상동 80번지 옛 정화여자고등학교 교정에 옮겨 보존하게 됐다.

이 은행나무는 예로부터 마을주민들의 수호신과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면서 여름철이 되면 당시 마을 노인들이 나무 그늘에 멍석을 펴고 윷놀이를 즐겼는데, 하루는 이 곳을 지나던 소년이 멍석에 물을 뿌리고 난 뒤 번쩍 들어 나무위로 내던지니 마치 연처럼 나무 위로 훨훨 날아갔다. 이 일이 있은후로 은행나무 밑에 물을 뿌려 주는 사람에게는 힘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또 이 은행나무는 상동노인들의 유일한 휴식처로 제공되었으며 동네 이름도 은행나무마을’로 더 작 알려질 만큼 유명한 나무이다. 그러던중 2000년 정화여고 자리에 아파트 건설공사가 이루어지면서  이 은행나무는 또 다시 철거 위기에 처해지게 됐다. 수성구에서 보호 관리키로 하면서  2001년 4월 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836번지로 옮겨 심었다.

이 은행나무는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836번지인  대구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10m정도 앞 교통섬에 위치해 있다. 

나무의 상태를 보면 두번이나 이사하는 온갖 풍파를 다 겪어서 나무의 원둥치는 껍질이 벗겨져 화석화되고 있다. 하지만 나무의 원줄기 속에서 새순이 나온 2세 은행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 범어로타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