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차량 운행은 양심을 외면한 행동
산책길 차량 운행은 양심을 외면한 행동
  • 김종광 기자
  • 승인 2020.11.1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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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의로 인한 다수의 원성에 반성할 줄 알아야
무엇이 배려인지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대구지역 앞산 등산로 중 달비골에서 평안동산 가는 길은 평일에도 많은 시민들이 맑은 공기 속에서 건강을 다지는 산책길 겸 등산로이다.

비포장 길과 시멘트 포장 길이 섞여 있어 제법 넓은 편인데 가을이라 분위기가 아름답다. 입구에서 10여 분 정도 가면 우측에 조그마한 저수지 월곡지가 나름의 모양새를 뽐내며 정갈함이 묻어나는 고요한 시골을 연상케 한다. 비포장 흙길은 맨발 걷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고 낙엽이 뒹굴어 시 한 편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큼 주위 분위기가 더없이 정겹다.

이러한 환경에 힐링의 기쁨을 가지려는 시민들의 얼굴을 찌푸리는 게 있다고 해서 지난 14, 15일 이틀 동안 산책로를 다녀봤다. 시민들ㅇ을 화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차량으로 인한 먼지 때문이다. 입구 도로변이나 인근 청소년수련관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타인의 눈총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산책로 까지 오는 이유가 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비포장 길을 지나가면서 일으키는 먼지는 마스크 시대에 손으로 얼굴을 감싸게 만든다.

느린 속도로 간다고 해도 손가락질 받기는 마찬가지다. 이틀 동안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자의 눈에 비친 차량은 무려 30여 대로 전부 승용차들이었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입구에 세우고 걸어오시면 모두가 좋지 않겠느냐?’ 고 했더니 "앞차에 물어보세요"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올라오는 차량을 보고 내려가는 등산객이 얼굴을 감싸며 손가락질을 하는데도 막무가내다. 자전거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있음에도 자전거도 바쁘게 올라온다. 모든 것이 맘대로 펼쳐지는 원인이 어디 있는지 입구 안내소 근무자에게 물어봤다. 법적 통제가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안 된다는 것이다. ’진입 자제 요청이 먹히지 않는다‘ 는 것이다. 사찰 소속 차량이 올라가니 "절에 가는 차는 되고 나는 왜 안 되는데?"라 한단다. 이러니 근무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앞산공원관리사무소에 문의했다. 휴일이라 담당자가 없어 월요일 이진충 주무관(대구시 공원조성과)과 전반적인 대화를 해보니 "시민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문제는 법적근거 마련이 어렵다"고 했다. 달비골에서 평안동산 가는 길은 도시계획시설에 포함되는 근린공원과는 달리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으로 사유지가 포함되어 있고 차량 진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평안동산은 이북5도민회가 관리하고 있어 화물차가 한번 씩 올라간다. 복잡한 소유권과 관할 문제, 여기에 법적 근거가 없어 규제를 할 수 없으니 더욱 어려운 문제로 남는다.

많은 대구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대구 앞산 달비골~평안동산 산책로 여기저기에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김종광 기자

다수의 시민들이 불편한 현실이라면 현장 확인 후 단체장 권한으로 규제나 실행이 가능한 그런 제도가 아쉬운 현실이다. 산책로나 등산로에는 다수를 위해 차량진입은 처음부터 금지되어야 하지만 종교시설로 인해 설득력이 낮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쾌적한 삶을 위한다는 정부 방침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환경이나 공해, 소음에 대한 많은 과제들도 법적 근거라는 표현에 주눅 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게 근거가 부족하다면 큰 것도 아니고 발 밑에 있는 작은 모래알에 불과한 것을 긴 세월 동안 대책 없이 방치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

시민들은 쾌적한 숲 속에서 먼지를 마셔야 하는 고통에 거부권 행사라도 해야 살 것 같다. 남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은 자신의 복을 차곡차곡 쌓는 일인데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깊이 생각해주기 바란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만큼 우리 사회는 이기주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실상이지만 그래도 돌아보고 배려와 나눔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양심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당당한 운전자가 되길 바라고 청정한 환경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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