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인 '뉴노멀의 철학'
김재인 '뉴노멀의 철학'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0.11.16 10:0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환의 시대를 구축할 사상적 토대
김재인 교수, 뉴노멀과 새로운 인문학의 탄생을 말하다

저자 김재인은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철학과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코로나19를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에 이은 대격변의 마침표로 보고 있다. 인류는 코로나 19와 함께 근대를 대비해야 하고, 지금이야말로 뉴노멀의 철학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그 중심에 인문학의 개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6장 '인문X과학X예술: 뉴리버럴아츠의 탄생'을 요약한다.

한국에서 인문학이란 개화기 때 서양을 흉내 내어 만들어졌다. 개화기 전에 '인문학' 또는 '인문학 비슷한 그 무엇'이 있었다고 여기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인문학은 서양 근대의 제도를 수용하면서 개화기 조선이 만들어낸 발명품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인문학을 문사철(文史哲), 즉 문학, 역사, 철학으로 구분한 것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며, 이런 일본을 답습하여 한국 역시 인문학의 핵심에는 문사철이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사실 '철학'이라는 개념은 1874년 일본 학자 니시 아마네가 처음 만들었으며, 우리가 오늘날 '문학'이라는 개념으로 떠올리는 내용을 마련한 것은 이광수다. 그러니 어찌 과거에 문사철 인문학 같은 것이 있었겠는가. 따라서 문사철 인문학에 미련을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184쪽)

근래에 인문학은 '위기'와 '열풍'이라는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말하자면 대학에서는 몇몇 경제·경영 계열을 제외한 대다수 인문·사회 계열의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는 반면, 대중적으로는 아이폰 열풍의 주역인 스티브 잡스의 선언이 시발점이 되어 '위안을 주는 인문학 강의'와 '통찰을 준다는 가벼운 당의정 인문학 입문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순된 상황을 둘러싸고 이른바 '전공인문학'은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해 대학원 과정에서 가르치고 학부 과정에서는 '교양인문학'만 가르치자는 주장이 논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185~186쪽)

나(저자)는 인문학이 처한 이런 모순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인문학을 구성하자고 제안한다. 그 동안 인문학은 공동체를 위해 올바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인문학은 새롭게 구성됨으로써, 삶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인문학의 변신은 시대의 과제다.(186쪽)

인문학을 규정하는 관용어 중 하나는 '비판' 또는 '비판적 사고'다. 그러나 수학과 자연과학은 물론 예술과 사회과학 분과들도 충분히 비판적 성찰을 한다는 점에서, 이 특징은 인문학만의 것이 아니다. 칸트가 지적했듯이, 위기를 직시하며 위험을 무릅쓸 수 있는 성숙함과 용기와 자유로운 정신, "과감히 알려고 하라(sapere aude)!"라는 표현에 비판의 핵심이 있다.(190~191쪽)

이렇게 보면, 로마에서 자유시민이 갖춰야 할 소양으로 여겨졌던 '아르테스 리베랄레스(artes liberales)', 즉 영어 리버럴아츠(Liberal Arts)야말로 새로운 시대 조건에서 전통적 인문학을 확장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아르테스 리베랄레스의 삼학(三學, trivium)을 이루는 '문법, 논리학, 수사학'은 대체로 문사철 인문학에 대응하지만, 사과(四科, quardrivium)를 이루는 '산술, 지리, 음악, 천문학'은 좁은 의미의 인문학으로 환원될 수 없다. 넉넉하게 해석하자면, 사과는 '수학, 자연과학, 예술, 공학, 사회과학'을 망라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문사철 인문학을 폐지하고, 과거의 리버럴아츠 전통을 갱신해서 '뉴리버럴아츠(New Liberal Arts)'로서의 인문학을 제안한다.(191쪽)

문과와 이과, 예술까지 통합하는 학문 체계인 뉴리버럴아츠의 쟁점은 대학 학부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다. 나는 3년 정도의 학부 과정은 뉴리버럴아츠를 중심으로 교육하고, 구체적인 전공교육은 대학원에서 해도 충분하다고 본다. 내가 이런 고등교육 방안을 제안하는 이유는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첫째, 현재 대학 교육과정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나 어울리는 것이었는데, 관성에 따라 너무 오래 남아 있었다. 둘째, 과거 선진국들로부터 배워온 현재 교육과정은 기존 지식을 빨리 따라잡는 데 적합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 지식을 따라잡는 것 말고도 새로운 지식을 '먼저' 알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셋째,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한국은 전 세계에 새로운 고등교육과정 모델을 선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한 조건은 무르익었다.(201~202쪽)

내(저자)가 제안하고 싶은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중등교육과정에서는 문과를 폐지하고 모든 학생에게 수학과 자연과학을 포함한 동일한 내용의 필수 공통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② 학부에서의 고등교육은 뉴리버럴아츠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③ 전문 지식과 기능은 대학원에서 떠맡아야 한다.(202쪽)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민석 2020-11-23 21:58:20
시대의 변화와 함께 교육시스템도 그에 맞게 변화를 맞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최대한 자유롭게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다 보장되고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집불통 2020-11-17 07:55:32
급변하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각 학문의 통합과 분리등의 재편성의 필요는 충분히 공감이되나 각 분야별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으니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가 쉽지는 않을듯~ 언젠가 통섭이라는 학문이 필요는 공감하나 주의를 끌지 못하듯

배정희 2020-11-16 22:08:18
코로나로 인해 빠르게 모든것이 달라지니 우리의 생각이나 사상도 자연스레 변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