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의 추억-세 여자, 높이 90m 짚와이어에 도전하다
이 가을의 추억-세 여자, 높이 90m 짚와이어에 도전하다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0.11.17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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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면 몇 해 전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던 영천 보현산 나들이가 생각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보현산댐(경북 영천시 화북면 배나무정길 196) 짚와이어 타기에 도전했다. 보현산 짚와이어 구간은 길이 1천411m로 출발지와 표고 차가 530cm, 구간 최고높이는 90m에 달한다. 2개의 라인이 동시에 120km/h 의 속도로 하강하는 아찔한 스릴과 가슴 떨리는 전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우리들은 오색 단풍이 눈부신 보현산 가파른 기슭을 모노레일을 타고 올랐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한 친구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무섭다고 난리를 쳤다. 느릿느릿 기어오르는 모노레일도 두렵다는 친구가 짚와이어는 어떻게 탈지 걱정이 앞섰다. 나는 그녀에게 용기를 주려고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

정상에 오르니 억새숲과 어우러진 데크길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겼다. 이름모를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으며 짚와이어 탐승장에 다다랐다. 일행은 와이어를 타기도 전에 보현산 아래로 펼쳐진 광활한 풍광에 압도되었다. 안내요원의 구령에 맞추어 친구와 나란히 쌍줄 와이어에 몸을 실었다. 우리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눈 깜짝할 사이에 댐 위를 가로질렀다. 갈색빛 산야는 가슴을 불태우고, 발 아래 반짝이는 금빛물결이 황홀했다. 멀리 와이어에 매달린 친구가 신이 났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연신 '야호'를 외쳤다. 가슴 벅찬 스릴을 느껴 본지가 언제였던가.

보현산 댐 위로 함성을 지르며 날던 우리는 드디어 랜딩지점에 도착했다.

무섭다고 하면서도 서로에게 용기를 준 친구들이 자랑스러웠다. 차가운 칼바람이 불어도 그들과 함께라면 두렵지 않으리라. 가을걷이가 끝난 황량한 들녘, 가로수길에서 부르던 우리들의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길가에 가로수 옷을 벗으면/ 멀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그 모습 보려고 가까이 가면/ 나를 두고 저만큼 또 멀어지네/ 아~이 길은 끝이 없는 길/ 계절이 다 가도록 걸어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