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최재붕 'CHANGE 9'
[장서 산책] 최재붕 'CHANGE 9'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0.11.09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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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대전환기를 건너는 포노 사피엔스 9가지 코드

이 책의 지은이 최재붕은 성균관대 기계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마쳤다. 현재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기계공학부 교수이며, 비즈모델 디자이너이다.

2020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디지털 문명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기존 문명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인류는 감염을 피하기 위해 비접촉 생활 방식으로 강제 이동했고, 이로 인해 디지털 문명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8만 년 역사의 호모 사피엔스는 언제나 '생존에 유리한 것을 선택'함으로써 지금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인류 DNA에 심어진 진화 본능은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 인류) 문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한 '정해진 미래', 이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포노 사피엔스 문명에서 지금까지 살아오던 방식대로 살아가겠다는 것은 자처해 도태되거나 조용히 사라지겠다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제, 포노 사피엔스의 본질에 대해 탐색하고 그들이 축이 된 문명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들의 새로운 기준, 아홉 개의 포노 사피엔스 코드를 이해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CODE1. 메타인지(Metacognition):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면 한계가 사라진다

스마트폰이 우리 뇌처럼 신체의 일부고 검색이 허용되는 상황이라면, 어떤 질문이나 잘 모르고 있던 정보 앞에서도 나의 메타인지는 '그건 알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메타인지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작은 출발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을 통해 지식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학습 능력은 폭발적으로 향상된다. 그리고 이것을 오랫동안 익숙하게 익힌 사람이라면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영역이 더욱 확대된다. 더 뛰어난 지적 능력과 성취도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검색할 줄 아는 능력, 검색을 통해 원하는 것을 빠르게 알아내는 능력은 매우 중요한 '지적 능력'이 된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정해진 내용을 배우고 외우는 기존 학습 방식에 '스스로 찾아 학습하기', '검색해서 알아내기'라는 새로운 영역이 학습 방식으로 등장한 것이다.

CODE2. 이매지네이션(Imagination): 생각의 크기가 현실의 크기를 만든다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느냐가 상상력의 폭을 결정한다. 메타인지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엔지니어, 마케터 등 다양한 전문가가 얼마만큼 다른 분야의 지식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따라 해결책의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진다. 그래서 훌륭한 인재의 조건은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를 직접 참여해서 수행해 보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성적이나 학벌보다 다양하고 다층적인 실무 중심의 면접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 대학들은 이렇게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프로젝트 기반의 수업을 크게 늘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CODE3. 휴머니티(Humanity): 자기존중감은 모든 사람의 권리다

인간에 대한 애정을 품는다는 것은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때 시작되는 가장 고귀한 행위이다. 내가 가진 포용의 크기와 성격이 곧 내가 만들 수 있는 팬덤(pandom, 팬 전체)의 크기와 성격이 된다. 사실 인간의 특성상 모든 것을 공감할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생각이 다양해지면 극단적인 대립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보편적 감성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늘 주목하고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 정치 권력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던 시대에는 잘못된 행동들도 권력의 힘으로 묵살하고 대중에게 감출 수도 있었다. 지금은 명백히 소비자가 권력인 시대가 되었고 그래서 인간의 보편적 도덕성을 인지하고 거기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CODE4. 다양성(Diversity): 다른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기존의 사회 시스템도 과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더이상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신 다양한 자발적 팬덤의 힘이 그 자리를 메워가고 있다. 언뜻 하나의 플랫폼이 모든 것을 다 통합하고 지배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세분화된 시장으로 더욱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선 음악이 그렇다. 우리만 다양한 음악을 동시대에 함께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그렇게 자기만의 개성이 풍부한 음악을 만들어 함께 나누고 즐긴다. 영상 콘텐츠도 마찬가지이다. 넷플릭스에서 만든 조선시대 좀비 영화 '킹덤'은 무려 190여 개 국가에서 선택을 받아 열광적인 팬덤을 만들어냈고 2020년 3월 시즌 2를 개봉했다. 봉준호 감독이 한글로 만든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처음으로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제작된 최초의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것도 변화의 상징이다.

CODE5.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모든 부(富)는 디지털 공간으로 모인다

많은 학자들은 기업이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현상을 '혁명의 본질'이라고 본다. 이것도 맞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본질은 오히려 '인류의 진화'이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포노 사피엔스로 문명의 표준이 바뀌는 것이다. 열두 번째 장기인 스마트폰이 모든 개인에게 보급되자 생활 양식과 삶의 표준이 바뀌면서 이것이 인류의 진화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술의 관점이 아닌 인류 문명의 변화에 맞추어 바라보아야 한다. 인류 전체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것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생활 공간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CODE6. 회복탄력성(Resilience): 냉정한 낙관주의자의 길을 간다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무작정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일이 다 잘 풀리지는 않는다.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과 더불어 정확하게 문제를 판단하고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자기조절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원인분석력'이다.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이다. 기준이 제대로 서야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포노 사피엔스 문명이 표준'이라는 확고한 기준이다.

CODE7. 실력(Ability): 데이터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증명한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굳게 믿고 있던 시스템의 권력은 어느새 소비자에게로 많이 넘어가버렸다.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진정한 '실력'이다.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교사, 공무원, 공기업, 은행원, 대기업 사원이 되는 것은 지금도 미래에도 여전히 좋은 직업이고 꿈이다. 그렇지만 그 시스템이 갖고 있던 권력은 줄어드는 반면, 새로운 영역에서 그만큼의 크기와 권력을 대체하는 신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기존의 시스템들도 스펙만 그럴듯하고 조직에 충성하는 인재만으로는 새로운 시스템과 경쟁이 어렵다. 즉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교사, 공무원, 공기업, 은행원, 대기업 사원도 진정한 문제해결 능력인 '실력'을 갖춘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CODE8. 팬덤(Fandom): 가장 큰 권력의 지지를 받다

애플의 아이폰이 빠르게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폰 사용자의 놀라운 경험이 플랫폼을 타고 퍼지면서 엄청난 팬덤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팬덤은 전문 용어가 생길 정도이다. 우리는 '애플빠'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애플 팬보이(fanboy)'라고 한다. 상식과 논리를 뛰어넘어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열정으로 애플의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애플빠라고 한다. 과거에도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의 팬덤 현상은 매우 광범위하고 강력하다. 바로 SNS가 만든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특징이다.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 즐기며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퍼뜨린다. 팬덤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그 힘을 더욱 탄탄히 키우면서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된 것이다.

CODE9. 진정성(Authenticity): 누구나 볼 수 있는 투명한 시대를 살고 있다

진정성은 '내가 정의하는 나의 모습'이다. 그 진정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구독자 수가 되고 좋아요 수가 되는 것이다. 숫자를 높이기 위해서 나의 진정성에 위배되는 자극과 가식을 더하고 싶은 유혹은 언제나 따르기 마련이다.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아이디어와 자극적인 가식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그래서 쉽게 유혹되기도 한다. 그 차이는 오직 자신만이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식이 반복되면 사람들도 그 미묘한 차이를 눈치채기 시작한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비밀이 없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꼭 바람직한 사회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게 현실이다. 방송으로는 정의를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부정한 짓을 저지르는 많은 사람이 축출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내 마음속 진정성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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