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기자의 포토 에세이] 술래잡기
[방 기자의 포토 에세이] 술래잡기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0.11.04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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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인연 부부
신혼 중년 말년  글 방종현   삽화 현영진
신혼 중년 말년의 모습.   삽화 현영진

 

술래잡기/방종현

눈 가린 신부 신랑은 손뼉 치며

신부를 어룬다.

"나 잡아 봐라"

깨소금 맛이다.

 

문득 옛 생각이 난 부인

스스로 눈 가리고 남편더러 손뼉 치라한다.

무심한 남편의 말

"와 이카노 치아라 마"

참, 객쩍다.

 

아들딸 둥지 틀고 떠나고

산그늘 내리는 저녁답

마실 다녀온 할배

“할멈 어디 있오?”

서로 찾느라 술래가 된다.

 

억겁의 인연으로 맺어진 부부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 시간은 '탄지'라고 합니다. 숨 한번 쉬는 시간을 '순식간'이라고 합니다. 부부가 되려면 억겁의 인연이 있어야 된답니다.

겁이란 헤아릴 수 없이 길고 긴 시간을 일컫는 말입니다. 힌두교에서는 43억2천만 년을 '한 겁'이라고 합니다. 떨어지는 낙숫물이 집채만한 바위를 뚫는 시간을 '한 겁'이라 하기도 하며, 잠자리가 날갯짓으로 바윗돌이 닳아 없어지게 하는 시간이라고도 합니다.

옷깃 한번 스치는 인연이 되려면 500겁의 인연이 있어야 하고, 하룻밤을 같이 잘 수 있게 되는 인연도 6천 겁의 인연이 되어야 합니다. 부부가 되려면 억 겁의 세월을 넘어서야 평생을 함께 살 수 있게 된다고 한답니다.

이렇게 귀중한 연으로 부부가 되었습니다. 서로 자라온 환경과 생활습관도 달랐겠지만 살아가며 공통분모를 찾게 되지요. 그것을 찾기까지 마찰음이 들립니다. 헤어질듯 극한 상황도 있었지만 칼로 물 베기로 봉합이 됩니다.

공통분모는 빨리 찾을수록 좋습니다

이러구러 세월은 흘러 분신들도 둥지를 떠나고 두 늙은이만 동그마니 남게 됩니다. 귀하게 맺은 인연 저 세상 가는 날까지 알콩달콩 살다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