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로 가훈을 써드립니다!!
캘리그라피로 가훈을 써드립니다!!
  • 우남희
  • 승인 2020.11.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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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로 묵향이 피어나다

대구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 도동서원이다. 이곳엔 주말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특히 시월의 마지막 날인 주말, 더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은행잎이 물들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찾아온 사람들의 가슴, 가슴에는 노란 물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 31일, 이곳 도동서원에서는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캘리그라피로 가훈과 원하는 문구를 써 주는 재능기부가 이루어졌다.

‘글꽃 캘리그라피 천아트’공방을 운영하는 장병숙(50.달성군 구지면 수리2리)씨가 그 주인공이다.

글꽃 천아트 캘리그래피 소개 사진. 우남희기자
글꽃 캘리그라피 천아트 공방 소개 액자. 우남희기자

캘리그라피의 사전적 의미는 손 글씨를 이용하여 구현하는 시각 예술로 내용을 읽을 수 있으면서 일반 글씨와 달리 상징적인 의미, 글씨의 크기ㆍ모양ㆍ색상ㆍ입체감으로 미적 가치를 높이는 서체라고 되어 있다. 글씨가 화선지 위에서 꽃으로 탄생한다는 뜻에서 글꽃이라고 이름 지었단다.

찰리 채플린의 명언 ‘웃음 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다’라는 문구를 선택한 박지현(45. 달성군 유가읍)씨 부부는 “주말이라 남편과 은행잎이 물들었나 싶어 왔다가 뜻밖의 선물을 받아 기분이 좋다. 이 명언을 거실의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했다.

박지현씨 부부가 선택한 찰리 채플린의 명언. 우남희 기자
박지현씨 부부가 선택한 찰리 채플린의 명언. 우남희 기자

천아트와 캘리그라피를 함께 지도하는 장씨와 일문일답을 했다.

▶재능기부를 하게 된 동기는?

제가 사는 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 도동서원과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요즈음에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 즈음이라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이럴 때 뜻깊은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재능 기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캘리그라피를 하게 된 동기와 경력은 얼마나 되었습니까?

남편이 시를 쓰는 시인입니다. 머잖아 시집을 낼 텐데 남편이 쓴 시에, 제 캘리그라피 글씨로 시집을 내면 어떨까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캘리그라피는 입문한 지 3년, 천아트는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경력이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시간의 깊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바쁜 농사철이라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연습을 하다 보니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한글은 독창적인 글자로 과학적이며 배우기 쉽고 쓰기 쉽다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우리 한글이 아름답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제 공방 이름이 ‘글꽃’입니다. 한글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또 음악을 들으며 묵향에 젖어들면 일이 아니라 ‘이게 힐링이구나’라고 생각한답니다.

가훈을 받으려고 줄을 선 방문객들. 우남희기자
가훈을 받으려고 줄을 선 방문객들. 우남희기자

▶함께 재능기부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저의 스승인 김선혜선생님이십니다. 북구 태전동에 사시는데 제자가 봉사하고 싶다니까 적극적으로 도와주러 오신 겁니다. 다른 제자들보다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이 기특하다며 평소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십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입문한 지 3년 되었기에 경력이 짧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공방을 열라고 적극 권유까지 해 주신 것을 봐도 알 수 있지요.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하는 것이 선생님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틈틈이 재능기부도 할 생각입니다.

이날 재능 기부는 아침 10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3시까지 할 예정이었다. 허나 반응이 좋아 줄을 잇는 방문객들로 한 시간이나 지연되어 4시에 겨우 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