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의동리 은행나무터널 노랑물감에 빠지다
거창 의동리 은행나무터널 노랑물감에 빠지다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0.10.30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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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동마을 입구 약 100m정도 은행나무가 만든 거창 사진 명소
2011년 제1회 거창관광전국사진공모전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
의동마을은 2009년 2월 깨끗하고 살기 좋은 경남 도내 깨끗한 마을로 선정
황금빛 은행나무 물결에서 가을의 풍미를 느끼고 코로나 지친 심신 힐링
거창 의동리 은행나무길은 거창의 사진명소이다. 장희자 기자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 추억들 읽어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고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곽재구 작 '은행나무'

 

위 시는 삶 속에서 드러나는 진지한  풍경을 시 속에 생생하게 작동시키는 곽재구 시인의 '은행나무'다. 자연물을 인격화시키고 다양한 비유와 상징을 활용하여 인간의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현실 속에서  절망을 느끼고 있지만,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꿋꿋한  은행나무를 본다.    

은행나무 아래 지붕도 이곳에서는 주변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인기있는 포토존이 된다. 장희자 기자

거창 의동리(意洞里) 은행나무거리는 경남 거창군 거창읍 의동1길 36번지에 위치해 있다. 고재면 삼봉산(三峰山, 1,254m)에서 발원하여 거창군과 합천군을 흘러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황강 물줄기가 흐르고. 뒤로는 명산의 고장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진주’ 보해산(912m) 줄기의 금귀봉 자락이다.

은행나무는 의동마을 입구에서 이 마을을 드나드는  주도로 역할을 하는 그리 넓지 않은 마을어귀길 양 옆으로 생육상태가 왕성한 고목 가로수 형태로 군락을 이루면서, 마치 가로수숲 터널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어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10월 중순이 되면 전국에서 샛노란 단풍의 풍경속에 추억을 남기려는 단풍애호가들이 몰린다.

2011년 제1회 거창관광전국사진공모전을 통해서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유명 모델이나 선남선녀의 웨딩촬영 장소로도 선호하는 곳이 되었으며, 가을철이 되면 사진작가들의 출사지 필수코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거창농협 월천권역 영농조합법인은 12개 권역 마을 주민들과 의동마을이 전국적으로 아름다운 사진 명소가 되고 있는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2018년 10월 27일에는 축하공연을 개최했다.

의동마을의 거창 학리(鶴里)는 조선 때 음석방(陰石坊)에 속했으며 학동(鶴洞)․의동(意洞)․구례(九禮) 세 마을로 이뤄졌다. 의동마을은 여의골이라고도 한다. 원래 지금 마을의 북동쪽 1㎞ 위에 있었으나 왜란과 호란을 겪은 뒤 선산(善山) 김우봉(金羽鳳) 선생이 영조 때인 1770년 지금 자리로 옮겼다. 남서남으로 트인 말발굽 모양의 작은 분지로서, 마을 어귀 남쪽은 뱀의 머리 모양이고 북쪽에는 자라목 모양의 날이 10여 칸을 사이에 두고 맞대어 마을을 드나드는 길목을 이룬 구사합문(龜蛇合門)의 명당 자리다.

을 안에는 1920년에 구남 김순각이 세운  정의재(正義齋)와 구남서당(龜南書堂)이 있다. 정의재에서는 2017년 ‘고택인문학강좌’가 열렸으며, 마을 안쪽 높은 지대에는 여의정(如意亭)이라는 쉼터가 있다. 2009년 2월 의동마을은 깨끗하고 살기 좋으며 경남 도내 최우수 깨끗한 마을로 선정되었던 마을이다. 이곳에서는 마을 앞을 흐르는 황강을 아월천(阿月川)으로 부른다고 한다. 사방이 트여 달빛을 잘 받아 거위가 노는 것을 밤에도 볼 수 있어 아월천이라 했다고 한다.  아드내 혹은 아달내라고도 불린다.

은행나무가 고목이나 잎이 왕성하다. 장희자 기자

의동마을 가는 길은 광주대구고속도로 거창IC로 나간다. 거창IC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300m 정도 직진 거창소방서 못 미쳐서 우측으로 갈라지는 1089번 도로를 따라 주상면 방향으로 4.5㎞ 정도 직진한다.  모곡(毛谷)마을의 월촌초등학교를 조금 지나면 동변천(모곡천)에 놓인 서변교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 우측으로 마을 이정표를 따라 모곡천변을  0.6㎞정도 달린다. 천변 가로수들의 단풍도 물이 잘 들어 구경하다보면, 모곡천은 곧 황강에 다다른다. 황강(아월천)을 가로지르는 의동교를 건너면 바로 목적지인 은행나무터널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