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 순백의 우아한 멋 '김천 치유의 숲'
자작나무 숲 순백의 우아한 멋 '김천 치유의 숲'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0.10.28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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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산 8부능선 7ha 규모, 25년생의 ‘자작나무 숲의 순백의 우아한 멋
자연과 숲 치료 부문으로 2020 웰니스 관광 신규 관광지로 선정
2020년 8월 국유림 명품숲 선정, 10월 수도산 자작나무숲 김천 8경 선정
2020년 10월 23일 한국관광공사 가을 비대면관광지 100선’ 에 선정
국내에서 평균 고도가 가장 높은 수도산 8부 능선 부근에 있는 자작나무숲은 저지대 숲과는 다른 상쾌함을 선사한다. 장희자 기자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甘露)같이 단 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平安道)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백석 작 '백화'(白樺) )

 

백석(1912~1995)이 1938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쓴 '백화'(흰 자작나무)란 시이다. 시인은 자작나무에서 평안을 느낀다. 자작나무는 백석의 또 다른  시 ‘북방(北方)에서'에도 등장하는데  “나는 그때/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던 것을 기억한다“고 했다. 자작나무는 백석에게 고향이면서 조선이었다.

자작나무는 시베리아나 바이칼호수 주변 등 추운지방에서 잘 자라는데 우리나라는 주로 함경도 지방이 고향이다.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이 유명하지만 거리상 대구에서 쉽게 접근할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대구에서 가까운 김천 치유의숲에 자작나무숲이 조성되어 상시 개방되고 있다.  

김천 치유의숲은 앞으로는 옥동촌이 흐르는 수도산 자락인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산 9-2번지 일대에 위치한다. 수도산은 김천시 증산면ㆍ대덕면과 거창군 가북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가야산맥의 고봉(높이 1317m) 중 하나이다. 가야산맥은 소백산맥의 대덕산(大德山·1,290m)에서 동쪽으로 뻗어나간 한 지맥으로 우두령(牛頭嶺)에서 소백산맥과 분리된 독립산으로 간주할 수 있다.

수도산은 이 산맥 중 가장 서쪽에 있는 고봉이며, 이에 연하여 경남과 경북의 도계를 따라 단지봉(丹芝峯, 1327m), ·두리봉(1133m), 가야산(1430m) 등 1,000m 이상의 명산이 솟아 있다. 또한, 수도산에는 가야산맥과 분기하여 염속산(厭俗山, 870m), 백마산(白馬山,716m), ·금오산(金烏山,977m)을 연결하는 북동 방향의 산맥이 형성되어 있다.

이 산의 능선은 편마암, 그 남북에는 화강암이 분포하여 차별침식의 결과 높은 산릉을 이루고 있다. 수도산 중복에는 청암사(靑巖寺)와 수도암(修道庵)이 있는데, 청암사는 신라 헌강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하고 조선조의 허정화상이 중창하여 화엄종을 선양한 곳이다. 숙종의 비인 인현왕후의 원당(願堂)으로 유명하다. 청암사의 산내암자로서 1,360m의 고지대에 있는 수도암에는 보물 제307호인 청암사수도암석조비로자나불좌상, 보물 제 297호인 청암사수도암삼층석탑, 보물 제296호인 청암사수도암약광전석불좌상 등이 있다

피톤치드가 물씬 풍기는 울창한 숲속 정자 앞에는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장희자 기자

옥동천은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수도산과 단지봉에서 발원하여 증산면 유성리에서 대가천으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조선 광해군 때 판서를 지낸 정술이 이곳에 놀러 왔다가 바위에 부딪혀서 흘러가는 냇물이 마치 옥이 굴러가는 것 같아 옥동천이라 했다.

수도산과 단지봉을 연결하는 능선 북쪽 비탈면으로 흐르다가 평촌리에서 물길을 바꾸어 유성리 백천교에서 대가천으로 합류하는 길이 7.5㎞ 소하천으로, 이곳 암석들은 흰색을 띠며, 하천 바닥에 기반암이 노출되어 있어 곳곳에 포트홀이 분포하여, 수온이 낮은 계곡의 물은 오염되지 않아 푸른빛을 띤다. 

옥동천 상류는 가릇재도랑, 청암사계곡, 수도계곡으로 나누어지는데, 치유의숲 부근의 수도계곡 및 청암사계곡도 하천 바닥에 기반암이 노출되어 기암 절경을 이루면서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다. 옥동천 상류에는 한강 정구가 중국 남송시대 주희의 '무이구곡'을 본떠 지은 '무흘구곡' 계곡 가운데 제9곡 용소폭포 등이 있다.

김천 치유의숲은 이처럼  수도산과 옥동천의 천혜의 조건을 갖춘 명당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가을철이 되면 탐방객들로 북적인다. 이곳은 면적이 16만평 규모로 2016년 11월 조성을 시작해서 2018년 12월 완공한 후 2019년 봄에 개장하였으며,  힐링센터, 숲속명상소, 세심지, 잣나무 숲 데크로드, 자작나무 숲, 한반도 습지 등으로 분류된다. 

치유의 숲으로 오르는 산속 오솔길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장희자 기자

힐링센터는 세미나실, 건강측정실, 관리실 등이 있으며 산림치유프로그램 공간 및 활동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심정은 숲 속의 연못과 정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숲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숲속명상소는 숲 속의 데크를 활용하여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숲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반도습지는 한반도 모양의 연못으로 경관, 햇빛, 산소 등 다양한 산림치유인자를 통해 치유효과를 높일 산림치유 프로그램 공간이다. 잣나무숲테크로드는 잣나무 숲 데크로드를 통해 누구나 잣나무 숲의 산림치유효과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작나무 숲은 가장 인기 있는 코스로7만여㎡ 규모로 2001년 어린 나무를 가꾸기 시작해 약 20년 만에 지금 모습이 됐다. 북유럽과 시베리아, 우리나라 등에 자생하는 자작나무는 뽀얀 수피가 아름다운 수종이다. 껍질은 기름기가 많아 잘 썩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을 붙이면 잘 붙고 오래간다. 불쏘시개로 부엌 한구석을 차지했으며, 탈 때 나는 자작자작 소리를 듣고 자작나무란 이름을 붙였다. 한자 표기는 지금과 다르지만 결혼식에 불을 켤 수 있는 나무란 뜻으로 화혼(華婚)이라 했는데,  화촉을 밝힌다는 표현 또한 자작나무 껍질에서 온 말이다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자작나무군락을 보면 하이틴 시절 단체로 관람했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195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던 ‘닥터지바고’ 영화에서 설원의 자작나무 숲 속에서 주인공 지바고와 라라가 사랑을 속삭이던 장면,  지금 그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든다. 또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 에서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열차의 차창에서 바라보이는 눈덮인 자작나무숲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정비석의 '산정무한'(山情無限)에서는 “ 비로봉 동쪽은 아낙네의 살결보다도 흰 자작나무의 수해(樹海)였다. 설 자리를 삼가, 구중심처(九重深處)가 아니면 살지 않는 자작나무는 무슨 수중공주(樹中公主)이던가.” 라고 했다.  

숲과 전원생활을 사랑했고 우리에게는 ‘걸어보지 못한 길’로 유명한 미국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나는 자작나무 타듯 살아가고 싶다. 하늘을 향해 설백의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에 올라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 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다. ”라고 했다. 

자작나무는 공해없는 깊은 산속 높은곳에서만 자란다.  분별하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싶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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