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의 섬, 세부(CEBU)에 빠지다⑤
천연의 섬, 세부(CEBU)에 빠지다⑤
  • 임승백 기자
  • 승인 2020.10.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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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Cebu Island) 북쪽에 있는 반타얀(Bantayan Island)은 '숨겨진 천국'
반타얀섬(Bantayan Island) 전경. ⓒunsplash.com(by Big Dogzy@bigdodzy)
반타얀섬(Bantayan Island) 전경. ⓒunsplash.com(by Big Dogzy)

반타얀(Bantayan Island)은 세부(Cebu Island)의 하그나야(Hagnaya)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택시에서 내려 들어선 북부버스터미널은 북부 지역으로 가려는 사람들로 인해 어수선하다. 혼잡함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이국적인  풍경이 흥미롭다. 하그나야로 가는 에어컨 버스가 방금 떠났단다. 창문 없는 버스와 달리 기다릴 수밖에 없다. 괜히 앞에 몇 명이나 있는지 세어보기도 하고 함께 타고 갈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구경도 하면서 지루함을 달랜다. 버스가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하나둘 버스에 오르자 버스는 이내 차버린다.

세부 북부버스터미널 전경. 임승백 기자
세부 북부버스터미널 전경. 임승백 기자

맨 뒷좌석에 앉은 게 잘못이다. 옆에 앉은 서양인들로 인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일행인 듯한 필리핀 여인네와 함께 시끄럽게 떠들며 술까지 마셔댄다. 에티켓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젠장, 편안히 가기는 글렀다.’ 좌석이 다 채워지고 버스 차장은 버스 안을 휙 돌아보고선 갑자기 통로에 간이의자를 펼쳐댄다. 잠깐만에 열 한 명의 열외 승객이 채워지고 버스 안은 콩나물시루가 되어 버린다. 터미널을 벗어난 버스는 교통체증으로 가다 섰다를 반복한다. 한참 만에 시내를 벗어나 시골 도로의 푸르름과 마주한다. 그렇게 서너 시간을 달리어 도착한 하그나냐 항구는 빛바랜 간판 마냥 시골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그나야 항구(Hagnaya Port) 전경. 임승백 기자
여러 종류의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하그나야 항구(Hagnaya Port). 임승백 기자

반타얀으로 가는 배는 맑디맑은 바다를 가로질러 반타얀의 산타페(Santa Fe) 항구로 접어들고 색다른 풍경에 여행자의 마음이 설렌다. 여느 항구와 마찬가지로  항구 입구엔 호객꾼과 트라이시클(Tricycle) 그리고 사람들로 혼잡스럽다.

반타얀은 '제2의 보라카이(Boracay)', '숨겨진 천국' 등 온갖 수식어가 붙은 곳이다. 필리핀 영화 'Camp Sawi'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이곳은 자연경관과 함께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배 도착 시각에 맞춰 나와 있던 리조트 직원은 우리를 트라이시클에 태워 숙소로 향한다. 항구에서 십여 분 거리에 있는 숙소를 보는 순간 헛웃음이 절로 난다. 소위 ‘뽀샵(Photoshop)’이 된 숙소다. ‘속았다!’ 그런대로 괜찮은 수압이나 에어컨 시설이 다행일 뿐이다.

늦은 오후 숙소 직원 루벤(Ruben)이 방랑자 거리(MJ Square)까지 데려 준다며 내려오란다. 루벤은 지적장애가 있지만 밝고 쾌활한 친구다. 가끔 약속을 잊어버려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 말고는 말이다. MJ 광장 인근에 있는 코타비치 리조트(Kota Beach Resort) 앞에 내려놓고선 아무런 말도 없이 휭하니 가버린다.

섬의 남동쪽 끝에 있는 코타비치(Kota Beach)는 코타비치 리조트 이외도 부종 리조트(Budyong Resort) 등 아름다운 바닷가 리조트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리조트의 레스토랑에 앉아 바다와 하늘을 바라볼 양이면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해는 서쪽 너머로 향하고 멀리 보이는 세부섬이 회색빛으로 변하더니 붉은색 하나 없이 이내 어두워진다. ‘아니, 석양은?’ 바다만 보고 있으면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멍청함에 섬의 동쪽에 앉아 일몰을 보겠다고 기다렸으니 ‘허당’도 이런 ‘허당’이 없다.

코타비치(Kota Beach)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며 일몰을 기다림. 임승백 기자
코타비치(Kota Beach)에서 동쪽을 바라보며 일몰을 기다린다. 임승백 기자

멋진 석양을 보려던 희망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두워진 골목길을 터벅터벅 걸어 MJ 광장으로 들어선다. 입구부터 음악 소리와 여행객들로 요란하다. 가게마다 켜진 불빛은 불야성을 이루고 후끈한 분위기가 관광지답다. 늦은 밤까지 방랑자의 추억은 쌓여간다.

반타얀의 방랑자 거리 MJ Sqare 내 음악 레스토랑. 임승백 기자
반타얀의 방랑자 거리 MJ Sqare 내 음악 레스토랑. 임승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