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물들이는 단풍... 고운 빛깔의 비밀
가을을 물들이는 단풍... 고운 빛깔의 비밀
  • 김차식 기자
  • 승인 2020.10.23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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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물든 단풍, 계절의 풍요로움을 만끽하자.

가을의 향을 뿜기 시작한 고즈넉한 숲길은 깊어가는 가을 정취와 황금빛 물결이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곳이다. 가을의 백미는 단연 오색빛깔의 단풍이다. 청명한 하늘아래 곱게 물든 단풍을 감상할 수 있고 저마다 다른 풍경이 전개되는 최고의 운치이다. 오색찬란함이 어우러진 단풍에서 화려한 전통의 멋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녹음 짙던 산천에는 어느덧 단풍이 들고 가을의 입김을 뿜어내고 있다. 이렇게 계절은 소리 없이 흘러가나 보다. 발걸음은 상쾌하다. 만추의 산야! 이대로 멈춰도 좋을 것 같은 시간이 흘러간다. 온 산야에 가을 단풍이 머물고 있기에... 가슴 속 시름을 잠시나마 잊으며 흘러가는 시간, 조금이나 잡아도 좋을 듯싶다.

초록초록한 녹색의 봄과 여름이 지나고 알록달록 물드는 가을이 왔다. 강력한 원색을 가지며 선명하게 곱게 물든 단풍. 붉은 단풍잎은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다. 자연의 이치가 만들어 낸 화려함이다. 그 뒤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과감히 잎을 포기해야 하는 생존 전략이 있을 것이다.

왜 가을이 되면 알록달록하게 단풍이 드는 걸까?

나뭇잎들은 봄·여름 동안에는 가장 바쁘다. 사람이 숨쉬는 것처럼 기공을 통해서 나무도 숨을 쉰다. 또 광합성을 통해서 양분을 만들어 나무에 공급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잎들은 봄·여름 동안은 나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 이 일을 하는 것이 엽록소(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여 에너지 생산)라는 세포이다. 잎에는 많은 엽록소가 있다. 이 엽록소가 중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광합성을 하는 능력이다.

가을이 오기 전 잎들은 엽록소의 영향으로 대다수 녹색이다. 식물들은 엽록소가 녹색이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잎이 녹색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다른 색도 가진다. 잎에는 엽록소가 너무 많아서 다른 색들을 가리고 있다. 가을에 색이 변하는 것은 가을이 되면 건조해지고, 일교차가 크고, 햇빛 양이 줄어들면서 에너지 받는 양이 줄어든다. 즉 엽록소 생산을 적게 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눈으로 즐기고 싶은 단풍이지만 나무에서 떨어져 낙엽이 되고 만다. 겨울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봄·여름처럼 수분 공급을 많이 하지 못하고, 엽록소가 부족하여 광합성 작용을 원활하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영양공급을 계속 할 수 없고 에너지를 만드는 능력이 떨어진다. 겨울을 이겨내야 하는 나무들은 줄기에 양분을 저장하며 불필요한 잎들을 떨어지게 한다. 자신의 성장을 잠깐 멈추는 시간이 이어진다.

나무에서 잎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영양, 물의 공급을 차단하게 되면 나뭇잎은 점점 말라가게 된다. 동시에 엽록소도 파괴된다. 녹색 빛을 띤 엽록소가 파괴되고 나면 잎은 녹색 빛을 잃게 된다. 숨겨져 남아있던 다른 색소들이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로 단풍이다.

녹색의 엽록소가 파괴되어야 나타나는 고운 빛깔의 단풍은 날씨가 빨리 추워지는 북쪽에서부터 차차 물들게 된다.

◯왜, 단풍나무는 붉은색? 은행나무는 노란색? 등 일까?

나뭇잎에는 붉은색, 노란색, 오렌지색 등 색소가 다양하게 섞여 있다. 단풍나무 잎 같은 경우는 붉은색을 띄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더 많이 섞여있어 붉게 단풍이 드는 것이다. 은행나무 같은 경우는 카로티노이드(carotinoid)라는 노란색 색소가 더 많이 남아있어 노란색을 띠게 된다. 또 어떤 단풍색은 노란색의 카로티노이드, 붉은색의 안토시아닌이 적절하게 섞여있어 저마다 다채로운 색깔의 단풍으로 물든다.

떨어지는 낙엽은 왜 쓸쓸하게 보일까? 단풍잎으로 물든지 얼마 되지 않아 아름다움을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우수수 떨어져 바닥에 쌓인다. 얼마 못가 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뒹굴어 낙엽이 된다. 단풍의 화려함은 낙엽으로 가기 전 마지막 모습이다.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올 가을 만추의 단풍을 만끽하지만, 나무들은 이런 과정으로 겨울 준비에 들어간다. 가을을 물들이는 단풍의 비밀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봄도 좋을 듯하다. 봄·여름에 보지 못했던 예쁜 단풍들이 이제 보이는구나! 가을을 즐겁게 보내시는 것이 어떨까? 오늘 하루도 가을은 익어간다.

곱게 물든 단풍... 계절의 풍요로움을 만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