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첨성대에는 우주가 열리고 있었다
경주 첨성대에는 우주가 열리고 있었다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0.10.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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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동부사적지는 가을꽃 잔치 중
저물어 가는 석양빛을 닮은 빨간 칸나꽃과 첨성대 장희자 기자

할머님 눈물로 첨성대가 되었다
일평생 꺼내보던 손거울 깨뜨리고
소나기 오듯 흘리신 할머니 눈물로
밤이면 나는 홀로 청성대가 되었다 

한단 한단 눈물의 화강암이 되었다
할아버지 대피리 밤새 불던 그믐밤
첨성대 꼭 껴안고 눈을 감은 할머니
수놓던 첨성대의 등잔불이 되었다  
 
밤마다 할머니도 첨성대 되어
댕기댕기  꽃댕기 붉은 댕기 흔들며
별속으로 달아난 순네를 따라
동짓달 흘린 눈물 북극성이 되었다 
 
싸락눈 같은 별들이 싸락싸락 내려와
첨성대 우물속에 퐁당퐁당 빠지고
나는 홀로 빙빙 첨성대를 돌면서
첨성대에 떨어지는 별을 주웠다 
 
별 하나 질때마다 한방울 떨어지는
할머니 눈물 속 별들의 언덕 위에
버려진 버선 한짝 남몰래 흐느끼고
붉은 명주 옷고름도 밤새 울었다 
 
여우가 아기 무덤 몰래 하나 파먹고
토함산 별을 따라 산을 내려와
첨성대에 던져논 할머니 은비녀에
밤이면 내려 앉는 산여우 울음소리 
 
첨성대 창문 턱을 날마다 넘나드는
동해바다 별 재우는 잔물결 소리
첨성대 앞 푸른 봄길 보리밭길을
빚쟁이 따라가던 송아지 울음소리 
 
빙빙 청성대를 따라 돌다가
보름달이 첨성대에 내려 앉는다
할아버지 대지팡이 첨성대에 기대놓고
온 마을 석등마다 불을 밝힌다 
 
할아버지 첫날밤 켠 촛불을 켜고
첨성대 속으로만 산길을 걸어가서
나는 홀로 별을 보는 日官(일관)이 된다 
 
지게에 별을 지고 머슴은 따라가고
할머니 소반에 새벽별 가득 이고
인두로 고이 누빈 누이 베동전 같은
반월성 고갯길을 따라 오신다  
 
단오날 밤 그네타고 계림숲을 떠오르면
흰 달밤 모시치마 홀로 선 누님이여 
 
오늘밤 어머니도 첨성 댈 낳고
나는 수놓은 할머니의 첨성대가 되었다
할머니의 눈물이 화강암이 되었다 (첨성대 정호승)

대구 범어천변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자란 정호승 시인의 1973년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노란 칸나꽃과 첨성대 장희자 기자

첨성대가 경주를 상징한다. 계절 꽃도 순례한다. 

 
열매맺은 해바라기와 첨성대 장희자 기자

초딩시절 등교길에 코스모스길을 조성하고 건물 화단에 채송화와 봉숭아를 심던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   

 

서양 봉선화와 첨성대 장희자 기자

첨성대 주변의 넓은 동부사적지대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빈틈없이 계절 꽃이 피어난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백일홍, 가을엔 코스모스, 해바리가 등 계절꽃들이  유혹한다.

인파가 가장 많이 몰려 인기 있는 핑크뮬리와 첨성대 장희자 기자

최근에 들어와서는 외래종인 핑크뮬리와 팜파스 등이 우리나라 토종 꽃들을 밀쳐 버리고 관광지 꽃밭들을 점령해 버렸다. .

꽃말이 여인인 나비바늘꽃은 홍접초, 가우라, 장희자 기자

이곳 첨성대에도 경주시에서 2018년 첨성대 인근 빈 땅 840에 처음 핑크뮬리를 심었다. 이후 행락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자 2019년도에는 군락지 면적을 4170로 5배 가량 늘렸다.

딸기송이 같은 천일홍은 적색, 분홍색, 흰색도 있다. 장희자 기자

핑크뮬리는 지급까지 가을의 전령사로 군림하던 코스모스를 밀어 내어 버리고  새롭게 가을꽃의 대명사로 자리잡아버렸다.

분홍색 청일홍이 가장 예뻔것 같다. 장희자 기자

전국의 `핑크뮬리 군락지`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특히 2020년 2월초에 창궐한 코로나의 영향으로 실내 대신 실외 여가 활동이 많아지자 그야말로 행락객을 모두 빨아 들여 버렸다.

생태터널의 덩쿨식물 꽃들 장희자 기자

 초딩시절 등교길에 코스모스 꽃길을 조성하고, 학교 건물 처마밑 화단에 채송화, 붕숭아를 심던 추억들이 있다

이태리갈대라 불리는 팜파스도 빵강, 노랑, 분홍 등 여러가지가 있다. 장희자 기자

 

갈대의 군락이 솜이불같이 느껴진다. 장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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