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회분 시집 ‘흐린 날의 고흐’ 출간
차회분 시집 ‘흐린 날의 고흐’ 출간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0.10.20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회분 첫시집 '흐린날의 고흐'
차회분 시집 '흐린 날의 고흐'
차회분 시집 '흐린 날의 고흐'

너에게 닿는 일은

저 초록 동백나무 이거나 까마귀 말이거나

대나무 쭉 뻗은 고집불통이거나 한쪽이 한쪽을 지우는

무딘 발걸음이거나

적막한 저녁

차회분 시인이 2020년 가을에 첫시집을 출간했다. 시 행간마다 허공의 무게로 허공이라는 섬에 닿고자 흐느낀다. 그녀의 시는 고요하다. 바람이 분다.

3부 57편 작품으로 엮은 시집은 1부 '난청지대', 2부 '오후의 여자', 3부 '벚꽃엔딩'이며 이덕주 문학평론가가 해설했다. 

 

낯설다, 푸르다, 핀다, 진다, 흐느낀다, 웃는다, 바보, 천재

왼손으로 팔꿈치를 툭 쳐 본다

너에게 해야 할 말이

두부에서 짜낸 물감처럼 흘러내린다

질주하던 말은 아직 정착지를 찾지 못 하고,

더 이상 가변도로를 찾을 수 없는 사랑은

브레이크를 놓아버린 채 허공에 걸린다

고요는 거추장스러운 장애

울컥

토해져버린 물감들로 고요했던 풍경들이 갈래갈래 찢어진다

성한 데 하나 없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하늘에 걸리고

쩍, 쩍

서로의 몸에서 흘러내린 진액이 엉킨 채로

풀어질 시간을 기다린다

하늘과 땅 사이

분열의 밀밭 위를 까마귀떼 날고 있다-흐린 날의 고흐

 

위 시의 발상은 고흐의 그림 ‘까마귀 나는 밀밭’을 보며 시인의 내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시인은 배경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고흐의 정신세계 변화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며 고흐의 심경을 살펴나가듯이 고흐의 영혼과 화장의 영혼을 교차시킨다. 화장의 지향은 ‘흐린 날의 고흐’를 닮아 끝내 긍정과 부정을 교차시키는 것이다. 시집에 담긴 풍경들은 다양한 체험 속에서 채록된 자신의 자화상을 드러내며 자신의 비의를 자문자답하듯 조용히 펼쳐 보여준다. 존재 하나하나에 대한 긍정과 함께 존재마다 총체적 시각과 심미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따라서 그의 시는 시적 대상들과 연대감을 조성하며 공존을 지향한다’-이덕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