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으러 가는 길
썩으러 가는 길
  • 유무근 기자
  • 승인 2020.10.19 10: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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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 아들 서 모씨 황제휴가 운운 국감장을 지켜 보며

군에서 제대한 후 부대 쪽으로 소변도 보기 싫다는 속어가 있다. 병영생활 중 반 이상은 선임들의 구타와 시달림, 공포 속 불안의 연속이었다. 차라리 보초라도 나가 단체기합 순간을 피하든지 초저녁에 폭풍이 지나가 버리면 잠을 푹 잘 수 있었던 당시는 구타 군기가 들어 있었다. 구타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입대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겪어야 하는 3년 동안 사병들 사회에 내려온 생활이었다. 1960~70년대 군 생활을 했던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다소 포장되고 과장된 군대생활 이야기를 안주로 술잔을 기울였던 추억은 대동소이했으리라 여긴다.

과거 36개월이었던 군 복무기간은 몇 단계를 거쳐 2020년 6월부터는 18개월로 단축되었다. 구타가 근절되고 현대식 병영이 되었다지만, 지원병을 제외하고는 군대 가고 싶은 젊은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군대는 다시는 가기 싫은 곳인 것 같다. 요즘 청년들은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허송세월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시간만 소비하는 기간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 기간을 활용하여 성공한 사례도 더러 접할 수 있다.

필자의 군(軍) 동기는 중장비 건설공병 부대에 배치되면서 동기들이 선호하는 행정반을 마다하고 건설 현장에 자원하여, 크라샤(Crusher). 크레인 등 중장비 면허증을 6개나 확보하였다. 선임병 다수도 1~2개의 면허증을 획득하여 제대했다. 도전해 보려는 열정에 부대장의 지원 배려가 있었다. 20년이 지난 그는 경남 지역 굴지의 중장비건설사 대부로 업계에 자리매김하여 지역에 기여도가 높다.

또 한 사람은 사업가 집안의 막내였다. 집에서는 엄마바라기 말썽꾸러기로 소위 '골통'이었다. 필자의 동네 후배다. 단체 기합이나 힘든 일이 닥치면 엄마 찾으며 울기도 하고, 야간 보초를 서다가 귀신 봤다며 초소를 이탈해 달려와 내무반에서 소동을 곧잘 일으키던 후배 일병은 별칭 고문관이었다. 그는 상병 계급장을 달고부터는 효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초소 근무나 불침번 때 쓴 '부모님 전상서'라는 눈물로 얼룩진 일기는 책을 엮은 듯 구구절절하였다. 청개구리 골통이 군 생활 제대 후에는 믿기 어려운 효자가 되어 돌아왔다고 집안에 기쁨을 주었고 온 동네가 수근대었다.

군 생활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허송세월만이 아니다. 군에 입대하면 처음 배우는 노래가 ‘진짜 사나이’ 였다. 이 노래를 부르고 행진하면 힘이 절로 생기고 씩씩하게 걸을 수 있었다. 진짜 사나이란 무엇일까? 우선 진짜 사나이란, 용감하고 비굴하지 않으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적을 단호히 무찌르되 약자와 여성을 배려할 줄 알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조를 지킬 줄 아는 자로 본다.

“소설 쓰고 있네!”란 거짓 증언이 사실로 밝혀진 추 장관의 아들 서 모 씨의 황제휴가 공방은 국감에서도 논쟁이 뜨거웠다. 형평성에 맞지 않아 흙수저로서 분통이 터진다는 여론이 높다. 과연 장관의 아들 서 모 씨는 ‘진짜 사나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행군해 보았을까?

“굵은 눈물 흘리며/ 따라온 후배에게/ 이 못난 선배는 줄 것이 없다/ ....../ 썩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푸른 제복에 갇힌 세월 어느 하루도/ 헛되이 버릴 수 없는 고귀한 삶이다// 그대는 군에서도 열심히 살아라/....../행정반이나 편안한 보직을 탐내지 말고/ 동료들 속에서 열외치지 말아라/....../ 똑같이 군복 입고 똑같이 짬밥 먹고/ 똑같이 땀 흘리는 군 생활 속에서도/ 많이 배우고 가진 놈들의 치사한 처세 앞에/ 오직 성실성과 부지런한 노동으로만/ 당당하게 인정을 받아라/ ....../ 고참들의 횡포나 윗동기의 한따까리가/ 억울할지 몰라도/ 혼자서만 헛고생한다고 회의할지 몰라도/ 세월 가면 그대로 고참이 되는 것/....../ 평등하게 돌고도는 군대생활이/ 오히려 공평하고 깨끗하지 않으냐"(박노해 시 '썩으러 가는 길')

좀처럼 숙지지 않을 듯한 추 장관 아들 서 씨의 황제 휴가 사건이 입대를 앞둔 젊은 흙수저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민망스럽다. 추 장관을 비호하는 측근세력들이 또한 가관이다. 군에서는 2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싫든 좋든 질서와 윤리를 지키면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 그걸 통해서 건실한 사회인의 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라. 기간이 짧아진 입대는 썩으러 가는 길이 아니고 사회 구성원으로 다져지는 관문의 길이다. 그런 곳이 군대다. 중요한 것은 국방의 의무이며 대한민국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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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사랑 2020-10-20 11:49:23
자기들이 받드는 문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의 말은 믿지 않고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간 사기꾼의 말만 듣고 옳다구나 하루만에 지휘권을 발동한 대단한 추장관, 이것이 공정과 평등의 정상적인 국가의 법무부장관인가? 정말 부끄럽다. 좌빨들이 판치는 오늘의 대한민국

김용수 2020-10-20 10:59:43
너무 너무 공감되는 글입니다~
잘 읽엇습니다^^

김일태 2020-10-19 15:55:30
공감이 갑니다.
법과 규정에 저촉되지 않았다 하드라도
창군이래
장교도 그런 황제휴가를 간 사람 없을겁니다.
도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국민 정서라는 것도 있고요.
속이 시원한 기사입니다.

김교환 2020-10-19 15:36:01
유기지님 -
반값습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 .......
유기자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 당시 우리 군대 생활을 아련히 떠올려보며 혼자 피식 -웃었네요 .

청라지앵 2020-10-19 13:14:19
좋은 칼럼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