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시성(广西城)맛자랑
중국 광시성(广西城)맛자랑
  • 김한영 기자
  • 승인 2020.10.21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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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시성 3대 국수

중국 광시성(广西城)은 산지가 많은 지형이며, 아열대성 기후이다. 베이징(北京의 기후환경과는 전혀 다른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광시성 대부분의 음식이 산뜻하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간이 세지 않고, 재료에 충실한 조리법을 즐긴다고 한다. 어량(魚量)이 풍부하진 않지만 남쪽에 바다가 있어서 외국문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음식을 조리할 때 재료 쓰임을 특별히 가리지 않고 넉넉히 투입하여 만든다.

밀보다 쌀이 흔한 광서지역은 밥, 쌀국수가 주식(主食)이다. 중국은 지역산지의 생산 환경에 따라 음식의 발전이 다른 양상이다. 예를 들면 '북면남미'(北面南米)라는 말이 있다. 북방 사람들은 면을 좋아하고 남방사람들은 쌀밥을 좋아한다는 속설(俗说)이다. 

남방의 광서지역 3대 쌀국수가 태어나게 된 배경과 맛의 원천은 어디에서, 맛은 어느정도인지를 알아보자. 우선 우리 한국 여행객들이 자주 찿은 관광지 꾸이린(桂林)도 광시성에 속한다. 쌀국수도 유명하다. 서민적이고 가격이 착하고, 맛 또한 일품이어서 인기가 대단하다. 국수의 면(面)은 식감이 쫄깃하고 국물은 담백하고 시원하다. 우수한 품질의 남방쌀을 갈아서 익힌 후 눌러 면을 뽑는다고 한다.

면의 모양은 납작한 것과 둥근 모양 등이 있다. 국물은 돼지뼈와 소뼈를 우려 만들어서 매우 시원하면서도 담백하다. 국물이 있는 '쌀국수'이다. 삶은 쌀국수의 물기를 제거한 다음 돼지고기, 곱창 등을 넣고 기름과 바삭하게 볶은 콩을 넣고, 고추, 다시다와 함께 비벼서 먹는 비빔국수는 씹는 맛과 쌀국수의 부드러운 느낌이 어우러져 일품이다. 고기는 전혀 없이 식초에 절인 콩과 고추만으로 야채 위주의 양념만 쓴 '신맛 쌀국수'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입맛이 없는 더운 여름에 많이 찾는다.   

광시성 쌀국수는 처음으로 중국을 평정하고 통일을 이룬 진시황제로부터 출시된다. 남방을 치기 위해 50만 대군을 일으킨 진나라 군대는 계림지역을 비롯해서 남월(南越)을 정벌하는 동시에 상강(湘江)을 관통하여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하지만 남월을 공격할 때 이동 조건이 열악해서 물자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어 식량보급에 차질이 생긴다. 고향을 떠나 장기간 전투에 투입된 진나라 병사들은 사기도 저하되어 전투력에 심각한 공백이 생기게 되었다. 진시황은 하루 세끼 국수를 즐겨먹는 군사들을 위해 밀이 없는 남방이지만 현지 쌀로 긴급하게 국수 메뉴를 개발 완성케 해서 군사들에게 공급해 사기진작을 이루었다고 한다. 남방쌀국수의 탄생 원조이다. 

류저우 뤼스펀(柳州 螺蛳粉은 중국말로 뤼스(螺蛳)라는 '우렁이' 와 쌀국수의 미펀(米粉)이 합친 말로 광시성 장족(壮族) 자치구 류저우(柳州)의 특색음식 국수이다. 매콤하고 새콤한 맛이 독특하며 데친 죽순을 불린 후 식초를 넣어 만든 산순(酸笋)이 면과 함께 어우러진 국수이다. 냄새가 코를 찌르고 악취에 가까워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지만 한번 맛보면 중독성이 강해 계속 찾게 된다고 한다.

당나라 문학가 유정원이 광시성 류저우로 유배 갔을 때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고 식사마저 끊은 탓에 허약해 질대로 허약해졌다. 약해진 '유정원'을 보다못한 동행한 집사가 우렁이 몇 마리를 넣은 국수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내놓자, 원기를 회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1970년대 중국의 문화혁명 이후 금지된 개인 상거래가 재개되면서 류저우의 구이시장(市场)에는 우렁이 도매시장이 번성했는데 중국 최대의 집산지로 유명했다. 시장에 근거를 둔 많은 외지 장사꾼들은 야밤에 이동이 많아서 식사를 해결하기 쉽지 않았는데, 노점 국수집에 많이 몰려 이용했다. 하루는 국수집에 육수가 떨어지자 주인이 궁여지책으로 즉석으로 만든 우렁이 삶은 국물에 국수면을 넣어 끓여 팔았다. 그것이  대박이었다. 노점상 주인의 재치로 레시피를 기억해서 만들어 팔았는데 중국 전역에 입소문이 탄다고 하니 세상 모를 일이다.

난닝 라오요우펀(南宁老友粉) 국수는 광서 난닝市의 대표적인 면요리로, 2007년 난닝 시 정부가 발표한 무형문화재 26종에 선정되었다. 맛은 매콤하고 짭쪼름하며 다양한 풍미를 느끼게 한다. 여름에는 식욕을 돋우고 겨울에는 추위를 쫓는 데 효과가 많다. 라오요우면(老友面)의 탄생 과정을 소개한다. 1930년대 한 노인이 매일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노년을 즐겼는데, 어느 날부터 찻집에 들르지 않았다. 찻집 주인은 걱정이 앞서 수소문을 해보니 심한 감기로 몸져 누웠다는 소식을 듣는다. 다진마늘, 고추, 죽순, 다진 소고기를 넣어 끓인 국수를 만들어 노인에게 들게 했더니 마침내 완쾌되었다. 원기를 회복한 노인은 찻집 주인의 정성에 고마움의 표시로 가게 현판을 써주었는데 바로 '라오창린'(老友常临), 즉 '옛 친구들이 늘 찾아오다' 라는 뜻이다. 바로 지금의 광서성 3대 라오요우면(老友面) 국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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