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 갑질,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파크골프장 갑질,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 류영길 기자
  • 승인 2020.10.16 17: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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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조성, 협회가 주인 노릇
대부분 구장에서 회원·비회원 차별
시 직영 강변 구장, 잡음 사라져
동호인들, 지자체 직접 관리 희망
대구시민을 위해 대구 수성구가 조성, 최근 개장한 수성파크골프장.
대구시민을 위해 대구 수성구가 조성, 최근 개장한 수성파크골프장. 류영길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빌미로 파크골프장의 갑질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파크골프 인구는 늘어나는데 시설이 한정된 데다 구장 텃세 현상까지 겹쳐 동호인들은 어디로 가야 공을 칠 수 있을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인해 갈 곳이 없는 어르신들은 파크골프마저 마음껏 칠 수 없어 더 답답하게 되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아무 구장에나 가다간 헛걸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회원홀짝제 실시’  ‘비회원 입장 불가’  '회원등록 바람' 등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엔 외부인의 출입을 거부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심지어 어떤 구장은 “이 구장은 회원이 주인”이라는 현수막을 버젓이 내걸고 있다.

각 구장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눌러앉은 회원 단체가 동호인들에게 회비를 거두고 회비 낸 사람만이 이 구장의 주인이며, 주인은 당연히 타인들로 인해 구장 이용을 방해받을 수 없다는 논리로 제각기 회원 비회원간의 차별 규정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대구 방촌동에 사는 A씨는 2주전 생년 홀짝에 맞춰 수성구 모 구장을 찾았다가 클럽(골프채)에 수성구협회가 발급한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구장 회원으로부터 입장을 거부당해 결국 운동도 못하고 귀가해야만 했다. A씨는 “수성구가 연초에 새로 조성되는 파크골프장은 햇살교 건너 동구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더니 이제 와서는 우리들에겐 그림의 떡이 되게 했다”며 하소연했다.

또 대구 달서구에 사는 동호인 B씨는 대구에서 가까운 칠곡군 친척집에 들렀다가 그 지역 모 구장을 찾아갔는데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열흘 전 대구 동구 모 구장에 갔다가 ‘타 구장 회원은 오후 6시 이후에만 입장할 수 있다’며 막무가내로 떠밀어내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불쾌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는 동호인 C씨는 “6시면 해질녘인데 이것은 공을 치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지 않느냐”며 규탄의 목청을 돋우었다.

그런데 정작 구장을 조성한 지자체는 그 누구에게도 회원증을 발급한 적이 없다. 지자체는 구장 이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시민이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방역차원에서 방명록 기록과 거리두기를 강조할 뿐이다.

대구시가 현장에 요원을 파견하여 관리하고 있는 강변파크골프장. 동호인들로부터 ‘가장 공정하고 질서있게 운영되는 구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류영길 기자
대구시가 현장에 요원을 파견하여 관리하고 있는 강변파크골프장. 동호인들로부터 ‘가장 공정하고 질서있게 운영되는 구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류영길 기자

대구권 구장 중 텃세부림이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구장은 대구시에서 관리요원을 파견하여 생년홀짝제로 운영하고 있는 강변파크골프장과 동호인들이 자율로 이용하고 있는 다사, 서재, 세천공단 구장뿐이다.

이들 구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구장들은 코로나 거리두기를 핑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회원과 비회원을 차별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간대에 따라 한쪽엔 이용자들이 몰려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한쪽엔 한산하여 황제골프를 즐기는 비효율적인 모습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회원은 하루 종일 이용 가능하고 비회원은 아침 8시 이전과 오후 5시 이후에만 이용하라느니 오전에만 오라느니 하는데, 비회원이 다른 시간대에 구장에 입장하려고 하면 구장 터줏대감들이 가만히 둘 리가 없다. 손으로 막아서며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거나, 이미 입장한 사람에겐 불쾌한 언사를 구사하며 내어 쫓기도 한다. 방송을 하여 공개적으로 몰아내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운동하러 갔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안고 돌아가는 일이 다반사다.

이러한 갑질은 일부 회원들의 편협된 이기주의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회원들은 갑질행위에 동의하지 않고 있었다. 텃세 시비가 일어나 시끌시끌한 대구 모 구장 현장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 구장 회원들이라고 하는 한 무리의 동호인들이 한 마디씩 내뱉었다.

“좀 치게 놔두지 왜 저럴까? 이건 같이 죽자는 것과 다름없어. 우리도 타 구장에 가고 싶고 그렇게 하려면 우리 구장도 타 구장 사람들에게 개방해야지. 차라리 입장료를 받고서라도 넣어주는 게 맞지 아예 못 들어오게 하는 건 너무 한 거 아닌가”

일각에선 이러한 갑질 행태는 각 구장을 선점하고 있는 회원 단체의 운영자들이, 단체에 따라 연간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육박하는 회비 및 기타 수입을 목적으로 구장 텃세를 이용, 회원 가입을 유도하려는 데서 기인할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팔순의 한 동호인은 “3세대 스포츠인 파크골프가 노인들의 운동으로 전락되고 말았다”며 “일부 어르신들이 똘똘 뭉쳐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마당에 젊은이와 어린 아이들이 어찌 근접이라도 할 수 있겠나”라고 개탄했다.

많은 동호인들은 지자체의 미온적인 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동호인들은, 협회는 교육과 봉사활동, 회원 친목 도모 등 순수한 기능만 담당하고 구장관리는 전적으로 지자체가 맡아서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강변구장처럼 모든 구장에 지자체가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회비 부담도 줄이고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는 파크골프 본연의 장점을 즐길 수 있는데 많은 동호인들이 회원 단체에 휘둘려 여러 군데 회비를 지불해야만 운동을 할 수 있는 현실적 구조가 서글프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파크골프연맹 천성희 회장은 “많은 동호인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교육을 받고 새로이 배출되는데 특정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으면 필드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며 이렇듯 집단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 구장 텃세 행위는 결국 파크골프 발전과 저변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수차례 건의한 바대로 지자체가 노인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각 구장에 어르신 한두 분씩 배치하여 관리하게 하면 구장 이용에 따른 잡음들이 사라질 것”이라며 파크골프장 운영에 대한 지자체의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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