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통 대구 두류도서관 청수독서회
33년 전통 대구 두류도서관 청수독서회
  • 우남희
  • 승인 2020.10.16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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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
영화 감상 후, 두류공원에서 야외토론  -청수회 제공
청수독서회 회원들이 영화 감상 후 두류공원에 둘러앉아 야외토론을 하고 있다. 청수회 제공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예로부터 춥지도 덥지도 않는 선선한 날씨에 독서하기 좋다는 뜻에서다. 그러나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기보다는,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기 좋은 계절"이라며 "세로토닌 분비량은 일조량과 연동하는데, 세로토닌이 떨어지면 차분해진다. 차분해진 상태니까 집중하기도 좋아 독서습관을 만들기 제격"이라고 답했다.

가을볕이 좋은 지난 10월 13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전환되면서 모임을 갖게 된 청수독서회를 찾았다.

청수독서회(회장 배미경)는 대구 두류도서관 주부독서회로 매월 둘째 화요일 책을 읽고 토론한다. 매년 10월에는 책이 아닌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하는데 이번에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2013년 작)였다.

2013년에 만든 영화로 산드라 블록(라이언 스톤 역), 조지 클루니(맷 코왈스키 역)가 주연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재난 영화다. 위성파편이 다른 위성을 파괴하면서 생기는 여러 위기 상황에서 맷은 생존확률이 많은 라이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우여곡절 끝에 라이언은 지구로 귀환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토론 도서였던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이 계기가 되어 선정되었다. 영화는 매년 도서관 지하 시청각실에서 상영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지하보다 환기가 잘 되는 1층 독서문화실에서 투명아크릴판을 설치해 감상했다.

영화감상 후, 회원들은 도서관과 이웃해 있는 공원에서 야외 감상토론을 가졌다.

“산드라 블록의 연기가 멋지고 작품의 구성이 탄탄하다.”(정화선)

“우주인들의 혹독한 훈련과정은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인간이지 않느냐, 어떻게 위기상황에서 저렇게 침착하고, 여유로울 수 있을까.”(배경희)

“삶의 기로에 놓인 순간 자기 목숨보다 타인의 목숨을 더 소중히 생각하고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책임지고 독려하는 조지 클루니의 연기가 멋지다.”(이채은)

등등 다양한 감상평이 이어졌다.

배미경 회장으로부터 독서회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2020년 청수독서회 토론도서 목록
2020년 청수독서회 토론도서 목록

-대구시립도서관마다 주부독서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두류도서관 청수독서회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1988년 12월에 창립되어 오늘에 이르니 33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두류도서관 측에서 폭넓은 독서를 통해 독서하는 가정풍토를 조성하고, 토론을 통한 활발한 의견교환으로 건전한 여가시간 활용과 자기계발을 도모하며, 회원 상호간의 친목도모 뿐만 아니라 독서 및 도서관 이용의 생활화를 정착시키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회원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대구 시내에 거주하는 주부로 책읽기를 좋아하거나 책에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현 회원은 4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창립회원이 자금까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타 도서관의 어느 독서회보다 활성화되고 있어 다들 부러워합니다.

현재 독서회 회원은 35여 명인데 많을 때는 한두 명 빼고 대부분 참석하고, 적을 때도 17~18명이 참석합니다.

-토론 도서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토론도서는 매년 12월에 문학, 철학, 음악, 미술,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추천받아 월별로 목록을 정합니다. 회원들은 월별로 팀을 구성해 작가연구와 독후감을 준비하지요. 여름에는 날씨가 더워 무거운 내용의 책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을 정하고, 10월에는 도서관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야외에서 감상한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오늘이 바로 영화 보는 날입니다.

-독서회는 토론만 하나요?

▶토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토론하고 격년제로 회원들의 작품(독후감, 수필, 시, 동시 등)을 모아 독서회지를 발간합니다. 또 문학기행, 명사초청 강연도 합니다. 그리고 대구시립도서관 내의 독서회원들과 연합토론회도 개최했는데 청수독서회를 제외한 타 도서관의 독서회가 활성화되지 않아 행사 자체가 유야무야 된 것은 안타깝다고 할 수 있지요.

-독서회의 자랑이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지난 여름, 독서회 막내 회원의 친정 부모님이 감자 농사를 짓는데 판로가 막연했던지 독서회 단체 톡에 올렸던 일이 있었습니다. 회원들의 동참으로 순식간에 매진되었습니다. 회원들의 친목도모가 유달리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한 부분이지요.

코로나19로 독서회를 개최하지 못하니 회원들이 오픈된 공간에서라도 토론을 하자고 해서 7월과 8월엔 야외 카페에서 했답니다. 이렇듯 열정적이니 활성화 되는 건 당연하지요.

지난 7월, 코로나19로 도서관이 아니라 문화예술회관 실외 카페에서 독서토론 중  우남희기자
지난 7월, 코로나19로 도서관이 아니라 문화예술회관 실외 카페에서 독서토론 하는 청수독서회 회원들. 우남희기자

또, 독서회를 통해 문단에 진출하여 활동하는 회원들도 많습니다.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소설가 등등, 이름만 말해도 알 만한 사람들입니다. 책은 마음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고, 자기계발을 위한 디딤돌입니다.

회원들은 토론을 마치고 준비한 김밥, 통닭, 과일, 커피, 음료수를 먹으며 가을을 만끽하느라 좀처럼 자리를 뜰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