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백로 피라미를 낚다
쇠백로 피라미를 낚다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10.1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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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지켜보기에도 허탕이 벌써 세 번째다.
학습효과에 따라서 이동하는 것이다.
쇠백로 눈에 삶의 고단함이 진득하게 묻어난다.
사냥을 위해 물속으로 뛰어 든 쇠백로. 이원선 기자
사냥을 위해 물속으로 뛰어 든 쇠백로. 이원선 기자

대구 신천에서 쇠백로 한 마리가 피라미를 낚았다. 한 눈에 보기에도 초라한 먹잇감으로 볼품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쇠백로의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먹잇감이다. 비록 작지만 그간의 수고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망부석이라도 된 듯 돌부처라도 된 듯 숨을 죽인지 10여 분, 눈 깜짝할 새, 찰나지간 몸을 날린다. 그렇다고 사냥마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허탕이 벌써 세 번째였다.

사냥에 성공한 쇠백로. 이원선 기자
사냥에 성공한 쇠백로. 이원선 기자

수은주가 한층 내려앉은 신천은 한 달 전과는 달리 싸늘한 냉기가 흐른다. 저 피라미를 잡기 위해서 쇠백로는 수차례 물속으로 곤두박질쳤다. 포기할 만도 한데 밤새 주린배를 채우려는 모습이 가히 필사적이다. 그 모습이 땀에 전 체조선수들의 공중제비에 못지않다.

피라미의 꼬리 부분을 물었는지 꾸불텅, 미끄덩거리는 모양새가 영 불안하다. 낚아챔과 동시에 행여 놓칠까 두려운 쇠백로는 안전한 곳으로 날아오른다. 머리부터 삼키려면 또 몇 번을 입속에서 굴려야 한다. 그 과정 또한 신중하기 이를 데 없다. 간혹 떨어뜨리고선 허탈해 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학습효과에 따라서 이동하는 것이다.

안전한 식사를 위해 보 위로 날아오르고 있는 쇠백로. 이원선 기자
안전한 식사를 위해 보 위로 날아오르고 있는 쇠백로. 이원선 기자

날로 추워지는 가을은 곧장 겨울을 부를 것이다. 얼음이 얼고 물고기들이 물속으로 가라앉고 나면 배를 곯는 날이 태반일 것이다. 그 지난한 날을 굳건하게 견디기 위해서는 크고 작을 것을 가릴 여유가 없다.

하얀 포말이 보글보글, 각이 진 콘크리트보의 여울진 물속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쇠백로의 눈에 삶의 고단함이 진득하게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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