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를 위한 인문학
시니어를 위한 인문학
  • 권정숙 기자
  • 승인 2020.10.13 10: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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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간다는 말

어떻게 하면 나이를 잘 먹을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내 화두가 되었다. 어쩌면 모든 이들의 고민이 아닌가 싶다. 요즘 나오는 노랫말에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가사가 있다. 참 아름다운 표현이라 생각하면서 따라 부르기도 한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노년기, 어떻게 익어가는 것이 좀 더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지하철을 타면 나이 드신 분들의 면면을 살펴보게 된다. 대부분 삶의 신산한 흔적들을 지우지 못한 채 찡그리고 있거나 불만스런 눈빛이 역력하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들은 옆 좌석 승객은 아랑곳 않고 목소리를 최대한 높인다. 듣고 싶지 않아도 다 들릴 정도다. 일행과 긴 대화를 나눌 때도 배려심이 전혀 없다. 마스크는 착용했지만 솔직히 거슬린다. 어떤 사람들은 대놓고 자리 양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잘 씻지 않아서인지 젊은 사람들은 옆에 앉는 것조차 꺼린다.

집에 와서도 그 장면들이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예의나 염치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분들도 한때는 가정에서 사회에서 소중한 한 몫을 담당했을 거 아닌가. 어쩌다 조용히 사색하거나 책을 읽는 어른을 만나면 오히려 이상하고 경외심까지 든다. 사람들이 나이 들면서 익어가는 모습이 어떻게 저토록 다른 모습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학벌과 지위, 빈부의 차이는 아닐 것 같다. 다만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습관이 아닐까?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서로 다른 것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익어가는 색깔이나 모양, 크기 같은 것 말이다.

평생공부란 말이 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라나는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시니어들의 인성에 대한 재교육도 정말 절실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라든가 공공장소에서의 예의 등등. 물론 이론은 잘 알면서도 어쩌다 보니 실천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자연은 내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빌려서 잘 쓰고 후손에게 물려 줘야 한다는 아주 기초적인 상식부터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니어를 위한 인문학 강좌라도 개설이 되면 좋겠다. 심오한 철학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즐거움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것 정도면 되겠다.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잘 익어갈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면 충분하리라.

그리고 남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었을 때 내게 되돌아오는 은은한 향기 같은 행복감을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것도 좋다. 여러 가지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각자에게 맞는 봉사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보람이 있는 일 아닐까? 사람뿐만이 아니라 어떤 동물도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다. 무리를 지어 더불어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과 그러한 노력이 바로 아름답게 익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노인을 위한 국가 지원 사업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취미 활동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도 있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체육시설을 마련해 놓은 곳도 많다. 기본 질서를 지키면서 배려하는 마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일깨워주면서 젊은이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강좌가 열린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그런 강의를 자주 접하다보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고 조금씩 나를 다듬어 알차고 아름답게 익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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