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편안한 산죽길, 장수 장안산 억새여행
길고 편안한 산죽길, 장수 장안산 억새여행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0.10.1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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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덕유산, 지리산능선 등을 한눈에 조망
장안산은 백두대간 산줄기에서 뻗어 내린 우리나라 8대 종산 중에 호남 종산
1986년 장수 군립(郡立)공원으로 지정,. 금남호남정맥의 출발지이자 어머니산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가을엽서, 안도현)

 

첫번째 억새능선과 전망대 모습. 억새들이 마치 전망대를 떠받치고 있는 것 같다. 장희자 기자

무진장(茂鎭長)이란 전라북도의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 지역의 앞말을 딴 단어로, 이 세 지역은 전북에서 가장 내륙지방이고, 산세가 험해 사람의 접근이 힘들어 우리나라 오지의 대명사로 예로부터 '무진장 지역'이라 불려왔다.

이 지역은 공통적으로 명산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장안산(長安山)은 전북 장수군 장수읍ㆍ계남면ㆍ번암면의 경계를 이루고 서 있는 산으로 높이는 1,237m이다. 무진장지역 중 장수의 진산이다무주의 진산은 덕유산이고, 진안의 진산은 말의 귀를 닮았다는 마이산이다.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이 인식하던 산줄기는 하나의 대간(大幹)과 하나의 정간(正幹), 그리고 13개 정맥(正脈)으로 나누어져 있다. 10대강의 유역을 가름하는 분수령들을 기본정맥으로 삼고 있어 대부분의 산맥 이름이 강 이름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 산하를 남북으로 이으며 등뼈 역할을 하고 있는 백두대간의 본줄기는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영취산을 거쳐 지리산에서 끝이 난다.  영취산에서 서쪽으로 금남호남정맥이 갈라지는데 장안산은 그 첫머리에 솟아난 봉우리로 호남정맥의 시점이다. 장안산은 이 정맥에 솟아 있는 산 중에서도 제일 높고 호남지방에서는 지리산, 덕유산, 남덕유산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산이다.

첫번째 억새능선 너머로 연연히 이어진 연봉너머로 장안산 정상봉이 보인다. 장희자 기자

옛날 이곳에 장안사(長安寺)라는 절이 있어 그 이름을 따서 장안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긴 장(長) 편안할 안(安)자를 이름으로 삼았듯이 산세가 매우 부드럽고 산자락이 길게 뻗어나 장수읍을 감싸 안아 진산으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밀목재와 수분재라는 중요한 고갯마루를 거쳐 장수와 진안의 경계를 이루는 팔공산으로 이어진다동쪽은 백운산과의 사이에 물을 모아 섬진강의 상류가 되는 백운천이 되고, 북쪽 비탈면에서 흘러 내린 계류는 계남면의 벽남제를 거쳐 금강으로 흘러든다.

장안산은 또 백두대간 지리산과 호남정맥을 연결해주는 산맥의 환승지이자 산상(山上) 터미널이다. 이런 위상 때문에 장안산은 우리나라 8대 종산(宗山) 중 호남의 종산으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대간과 정맥의 교차로라 하여 산꾼들 사이에서는 필수코스로 여겨진다.

장안산은 덕산계곡을 비롯한 크고 작은 계곡과 윗용소, 아랫용소 등 연못 및 기암괴석이 산림과 어우러져 있어 여름에는 피서지로, 가을철에는 동쪽 능선으로 펼쳐진 광활한 갈대밭이 유명하여 198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2010년부터 덕산용소와 방화동가족휴가촌을 잇는 산책로 조성에 이어 장안산 억새숲과 방화동가족휴가촌 일원의  복원사업을 했다.

장안산 산행은 크게 네가지 코스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높은 들머리인 무령고개 코스와 계남면 장안리 괴목 기점 코스, 덕산리 법년동-남서릉 능선 코스와 연주-덕산계곡-남릉 코스이다. 장안산 산행로 중 가장 인기가 있다   출발하여 10분 정도 오르면 우측에 산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팔각정 조망대가  서 있다. 이곳에서는 육십령 너머 할미봉과 남덕유 그리고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덕유산 연봉이  조망된다.

언덕배기에 있는 두번째 억새능선이다. 장희자 기자

 낙엽송이 울창하고 양쪽으로 산죽이 반겨주는 길을 따르면 괴목마을 길림과 샘터가 나타난다. 샘에서 목을 축이고 난 후 계속하여 오르면 첫번째 전망대와 함께 억새군락이 나타난다. 능선을 타고 하얗고 환하게 반짝이는 넓은 억새밭에 바람이 불어와 살랑거리는 억새의 손짓은 한폭의 그림 같다. 전망대에 올라 조금 휴식을 취하면서 남쪽으로 눈길을 바라보면 백운산 너머로 천왕봉과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언덕배기에 2번째 억새군락지가 나타난다. 장안산 억새밭은 간월재처럼 넓고 장대하지는 않지만 억새를 구경하면서 백두대간이 이어지는 백운산, 저멀리 지리산, 덕유산 등을 볼수 있는 사방팔방 최고의 조망처여서 산행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모두 맛볼 수 있다. 경사진 억새군락지 옆으로 10분정도 오르면 정상 상봉이 나타난다. 커다란 공터에 덩치 큰 정상석이다.

정상에서는 세 갈래의 등산로가 있는데 동쪽은 무령고개로, 남쪽은 법연동으로 그리고 정상 표지석이 있는 호남정맥 종주로는 북쪽인 정상 표지석 좌측으로 들어서면 된다. 정상까지는 길도 평탄해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하다. 오지의 대명사였던 장수는 이제 교통도시로 새롭게 도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광주~대구고속도로가 장수를 지나고 대전-장수고속도로, 익산-장수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호남의 교통요지로 부상했다.

억새들이 지는 해를 바라보는듯하다. 장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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