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없는 내일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코로나 없는 내일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 김채영 기자
  • 승인 2022.02.18 17:05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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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히 달려온 시간을 되새겨
새로운 꿈을 설계하는 사람들

 

 

코로나19 확진 판정자의 숫자가 나날이 경신되고 있다. 백신 3차 접종을 마치고 고생중인 사람으로서 심히 억울하고 속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아침 인터넷에서 읽은 109,831이라는 빨간색 글자는 불안을 고조시키기 충분했다. 오랫동안 누적된 코로나의 피로감에다 늦추위까지 겹쳐 정신이 혼미해진다. 지친 일상에서 빼앗긴 기운을 무엇으로 보충 받을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치유의 종류는 다양하고 수혈 방법도 많을 것이다. 어쨌든 결국은 마음이 조종하는 길로 따라가는 것이 순리일 것 같다.

견물생심의 맥락이랄까. 춤추는 데 가면 춤을 배우고 싶고 글 쓰는 데 가면 글이 쓰고 싶어진다. 타고난 소질이란 것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지 않던가. 꿈의 끄나풀을 부여잡고 도전하는 자세, 그것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시작이 용기에서 비롯되었다면 끝은 노력에 달린 문제다. 기사문이든 수필 한 꼭지든 글을 읽었을 때 퇴고의 정성이 한눈에 드러난다. 정성을 얼마만큼 기울였는가에 따라 글의 완성도가 달라지고 독자의 평가도 달라질 것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초안 작성보다 퇴고가 더 힘든 작업이 아닌가 싶다. 퇴고가 어렵기에 완벽한 문장을 쓴다는 것은 욕심인지 모르겠다. 그저 최선을 다해보는 것일 뿐.

퇴고란 용어는 글을 지을 때 문장을 다듬는 것을 의미한다. 그 유래에 대한 일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 당나라 시대, ‘가도’라는 사람이 과거를 보러 장안으로 가고 있었다. 시상이 떠올라서 시를 한 수 지었다. '새는 못가의 나무에서 잠자고, 스님은 달 아래의 문을 두드리네(鳥宿池邊樹僧推月下門)'다. 그런데 마지막 구절에서 문을 '민다(推 → 밀 퇴)'는 표현과 문을 '두드린다(敲 → 두드릴 고)'는 표현 중에 무엇을 써야할 지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경조윤 ‘한유’의 행차와 부딪혔다. 가도는 한유 앞에 끌려가서 행차와 부딪힌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한유는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고(敲)' 자를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그리하여 둘은 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고,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대구지역 수필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수필사랑문학회’(회장 조이섭)를 방문하게 되었다. 매일신문사 바로 뒤쪽에 있는 허름한 한옥인데 ‘隨筆軒’이란 현판이 근사하게 걸려있었다. 방바닥의 온기가 낯선 이방인을 따뜻이 맞아주는 것 같았다. 한 생을 이끌고 부단히 달려온 시간을 되새기며 새로운 꿈을 설계하려는 각오가 엿보였다. 10여 명의 회원들이 모여 다음카페 ‘수필사랑’에서 미리 읽어온 작품에 대한 소견을 먼저 밝히고 자문위원(신현식 씨)이 총평을 하는 방식이었다. 등단을 한 분도 계셨으나 대개가 수필 입문자들 같았다.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무릇 그보다 더 훌륭한 교수법은 없지 싶다. 눌러쓴 마스크 속의 표정까지야 볼 수 없었지만 사뭇 진지하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퇴직하고 달리 할 것이 없어서 심심파적으로 글이나 써보려고... 이러한 심산으로 가볍게 덤볐다가는 큰코다친다. 사실 수필을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하여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상을 읊는 일기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문학적인 형상화를 갖춘 작품을 쓰려면 타 장르와 견주어 다를 바 없는 고민과 사유가 필요하다. 진전은 없고 마음만 앞서 나갈 때 문우의 진심이 담긴 조언은 명약이 되리라. 文友, 한자 그대로 글로 사귄 벗이란 뜻이다. 사회가 점점 개인주의가 되어가면서 좋은 벗을 사귀기란 쉽지 않다. 나이를 먹을수록 벗은커녕 마음 맞는 대화 상대 하나 만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상부상조를 미덕으로 삼으며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집합체는 바깥의 기온과 코로나마저 잊게 할 만큼 훈훈했다. 코로나 없는 내일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버스를 기다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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