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최고의 취미생활은 자전거!
언택트 시대, 최고의 취미생활은 자전거!
  • 김동영 기자
  • 승인 2020.10.12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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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동호인들이 긴 라이딩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긴 라이딩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추석 연휴 ‘테스’형이 던지고 간 강렬한 메시지

1947년생 74세의 나훈아가 툭 던지고 간‘테스형’의 메시지는 2020 추석 막바지를 온통 흔들었다. 공간 거리 약 8천800km, 시간 거리 약 2,500년, 그리스 아테네 골짜기에 잠자던 역사 속 인물을 코로나 시대에 소환한 것은 놀라운 ‘테스형’의 발상이다. 60을 넘어, 70 언저리가 되면 으레껏 ‘나잇값’을 하기 위해 매사 뒷짐을 지고 웅크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부순 벼락같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갔다. 찢어진 청바지(찢청), 민소매, 말아올린 은발의 올림머리, 섹시하다 못해 느끼한 눈빛 그리고 무엇보다 “세월의 모가지를 딱 틀어쥐고서 살아가야 한다”는 그의 일갈은 74세의 나이에 전혀 걸맞지 않다. 그렇다. 나이는 정말 숫자일 뿐이라는 적나라함을 테스형은 몸으로 툭 던져 주었다.

◆72세의 또 다른 청춘이 핸디캡을 극복하는 방법

테스형보다 두 살 어린, 김학만(72, 대구시 남구) 씨는 오늘도 두 바퀴 자전거질에 열심이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이른 아침, 그는 물 한 병, 사과 한 조각, 빵 부스러기를 주섬주섬 담아 자전거에 오른다. 시내를 가로질러, 팔공산 파계사를 거쳐 해발 750m 한티재를 넘어, 부계면으로 접어든다. 벌써 60km 가까이 페달질을 했다.

이제 시작이다. 또다시 약 20km 더 나아간 후, 최근 경상북도의 핫플(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화산산성을 오른다. 꽤나 경사진 오르막만 약 7km에 달한다. 뚝뚝 떨어지는 땀을 흠치며 한 시간 여 페달링 끝에 850m 화산마을에 다다른다. 즐김도 잠시, 집으로 돌아갈 길이 꿈만 같다. 다시 부계 사거리를 거쳐 동명면을 경유하여 밤이 이슥한 시간 집에 당도한다. 거리계를 보니 딱 146km를 딱딱한 자전거 안장 위에 앉아 있었다.

72세의 김학만 씨.
72세의 김학만 씨.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 두 다리는 약 8년 전 심한 디스크를 앓은 후 살짝 절뚝댄다.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누군가 자전거를 권유했다. 다리가 고장 난 사람에게 자전거라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10km, 20km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십수 년 아래 젊은이들과 어울려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다. 어느새, 다리의 아픔은 사라졌다. 그에게 자전거는 제2의 인생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자전거로 산, 강, 계곡 속에서 흘리는 소중한 땀방울은 그에게 새로운 활력의 원천으로 되살아났다. 나이는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다. 장애도 장벽이 아니다. 그는 이미 오히려 충분히 젊어졌다.

◆61세 애늙은이들이 노는 방법

지난 8월, 코로나가 잠시나마 가라앉았을 무렵 약 30여 명의 자전거 동호인들은 남해섬으로 향했다. 이른 새벽, 저마다 마스크를 단단히 하고, 희멀그레한 표정으로 바지런히 자전거를 짐칸에 싣고서 시원스런 남해 바다의 해변을 상상하며 자전거 그림을 그리러 떠났다. 2시간여 후 남해대교를 지나고 이순신의 충렬사에 당도했다. 흩뿌리는 옅은 여름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충렬사 기념관을 기점으로 다랑이논, 독일마을을 거쳐 죽방렴으로 이름 높은 지족면을 지나서 삼천포 창선대교에 이르는 약 60km 거리의 라이딩에 나섰다. 있는 멋, 없는 멋 죄다 요란하게 꾸몄다.

검은 안경과 착 달라붙은 몸매가 드러나는 옷매무새가 저마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뒤태를 볼라치면 흡사 20, 30대의 모델을 뺨친다. 시속 25km의 속도로 내달려도 누구 하나 지친 기색 없이 희희낙락하며 연신 바닷길을 만끽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거친 언덕을 오른 후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얼굴을 가린 버퍼를 내리고, 헬멧을 벗고 맨얼굴이 드러나자! 평균 나이 61세다. 목젖까지 보이도록 웃어 제치면서 땀방울을 즐기는 그들에게 나이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렇게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새로운 활력을 되찾아 가는 것이다.

모임의 리더인 이현록(62, 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누가 보아도 청년이다. 동호인들과 계절마다 자전거 명소를 찾는다. 비행기에 자전거를 싣고서 베트남 북부 오지마을인 하장(Ha Giang Loop)도 다녀왔다. 일본의 오사카, 교토도 자전거로 일주했다. 그는 늘 회원들 뒷바라지에 열심이다. 매년 겨울이 되면 400포기 이상의 김장을 한다. 그중 반 이상은 동호인들을 위한 몇 달 동안의 밑반찬으로 항상 등장한다. 다른 운동과 달리 자전거는 땀과 거친 호흡으로 뭉쳐진 모임이라 그의 자전거 사랑은 유별나다. 그렇게 평균 61세 청춘들의 남해 자전거 일주여행은 더욱 젊어지고 새로워져 돌아왔다.

◆언택드 시대의 새로운 여행모델, 자전거

전국적으로 자전거 동호인들이 150만 명을 훌쩍 넘었다. 그중 50, 60대가 단연 중추를 이룬다. 코로나 시대 건강과 면역력 증강에 관심이 높아진 덕에 아웃도어 스포츠의 대명사인 자전거에 대한 열기가 더욱 높아졌다. 툭 트인 야외에서의 자전거 타기는 지금 딱 안성맞춤이다.

계절별로 테마도 다양하다. 1월이 되면 미나리 먹방 라이딩, 봄이 되면 꽃바람 라이딩과 푸르른 숲속 라이딩, 여름이면 계곡 바다 라이딩, 가을이 되면 단풍 라이딩, 추워지는 겨울이 오면 볕이 드는 임도 라이딩 등 무궁무진하다.

이제 자전거는 단순한 운동에서 벗어나 여행과 결합한다. 예컨대, 경주의 보문단지, 동궁과 월지를 거쳐, 불국사, 석굴암 그리고 감포로 이어지는 길을 자전거로 근사하게 돌아보는 것이다. 버스 여행, 자동차 여행, 걷는 여행 등 조합은 다양하지만 자전거로 오밀조밀하게 둘러보는 재미는 여행의 품격과 질을 한껏 높인다.

유명 관광지뿐만 아니라 덜 알려진 숨겨진 명소를 찾아보기에도 자전거는 딱 정답이다. 때론, 운치있게 제법 모델스럽게 숨겨진 비경을 찾아 인생샷이라도 남기게 되면 그 여행의 향미는 극에 달한다.

◆자전거가 주는 무궁무진한 매력

여느 운동이나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은 크다. 자전거는 그중에서도 독특하다. 중년층을 넘어, 노년층에게도 자전거는 꽤나 매력적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다.

첫째, 무엇보다 건강 증진에 최상의 운동이다. 특히 심폐기능, 허리, 관절 보강 그리고 무엇보다 하체 근육 강화에 일등공신이다.

둘째, 정신 건강에 더욱 좋다. 자전거는 좁은 공간을 벗어나서 야외에서 즐긴다. 맑은 공기, 탁 트인 공간 속에 자연이 시시각각으로 선사하는 선물을 즐기기에 한없이 좋다. 요즘처럼 서서히 들판이 무르익고, 코스모스가 만발하고, 지천에 들꽃들이 난무하는 푸른 길을 달리노라면 온갖 잡생각은 완전히 사라진다.

셋째, 자전거는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놀잇감이다. 심심하지 않다. 갈만큼 가다가 마냥 쉬어도 좋다. 볕이 좋은 날엔 맨얼굴을 한껏 내놓고 잠시 눈을 감아도 좋다. 둘이라도 좋다. 여럿이면 또 그대로 좋다. 게다가 음악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넷째, 자전거는 시시때때로 할 수 있다. 준비도 간단하다. 헬멧만 둘러쓰고, 물 한 병이면 준비 끝이다. 아무렇게나 걸쳐도 거리낄 게 없다. 돌아오는 만족은 몇 곱절이다.

◆자전거 타기에 최상의 조건, 대한민국!

전 세계 어디를 다녀 봐도 사실 우리나라만큼 자전거 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은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약 90개국, 600여개 이상의 도시를 서너 번씩 돌아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가 왜 자전거 타기에 좋은 여건인지 금세 느낀다.

첫째, 다양성이다. 산, 강, 계곡, 호수, 바다, 도심 등 자연의 ‘뷔페’이다. 골라서 즐길 수 있다. 이만큼 가지각색인 곳은 없다. 이 자그마한 땅에 갈래갈래 수채화가 놓여 있다.

둘째, 접근성이 용이하다. 20~30분만 벗어나면, 금세 강을 만나고 숲을 만난다. 차에 자전거를 싣고서 1시간만 벗어나면 금방 바다에 다다른다. 동해, 남해, 서해 등 다양한 바다색도 골라서 즐길 수 있다. 바다와 어우러진 기암석들은 더 고맙다. 알프스, 히말라야, 로키는 먼발치에선 멋지지만 때론 단단히 각오하고 즐겨야 한다. 우리나라의 산천은 순둥이처럼 언제나 품속에 쏙 안겨 들어온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언제나 부드럽게 준비를 갖추고 우리를 맞이한다.

셋째, 4계절이 뚜렷하다. ‘뚜렷한 사계절’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어디나 그런 줄 알았다. 이 작은 땅덩어리가 펼치는 사계절의 향연은 놀랍다. 한 그루 소나무의 감동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완연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단풍이 이제 곧 몰려올 우리들 산하는 더욱 그러하리라.

넷째, 잘 갖춰진 다양한 자전거의 인프라이다. 5대강을 기점으로 동네 샛강까지도 자전거를 위한 인프라가 경쟁하듯 꾸며져 있다. 어디서든 먹을 곳, 마실 곳, 볼 곳들이 손닿을 데 있다. 안전대책도 그만이다. 밤이나 낮이나 걱정이 없다.

◆다시금 ‘테스형’을 생각한다.

트로트가 대세인 시대, 모 방송국의 시상식에 93세의 신영균, 94세의 송해 선생이 등장했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자신감 넘치는 입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웃음을 짓게 한다.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가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세월에 끌려가지 말고 세월의 모가지를 탁 틀어쥐고서 나가는 것”이 젊게 사는 비결이라고 테스형은 얘기한다. 그렇다. 세월에 맞닥뜨리는 것이다.

이 시대는 ‘숫자 나이’를 기준으로 청년, 중년, 노년을 나누는 시대가 아니다. 기계처럼 숫자 놀음으로 몇 살 이상은 실버 세대라고 싹둑 구분할 수가 없다. 가슴이 뛰고, 열정이 살아있고, 전진하고자 하고자 한다면 언제나 청춘이다. Age-less, Time-less의 시대이다. 열정이 멈추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발걸음이 멈추면 청춘도 멈춘다. 세월의 멱살을 딱 잡고서 세월을 비켜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번잡함도 제쳐두고, 나이의 높낮이도 잠시 두고, 삶의 무게도 잠시 잊고, 이제 당장 가을의 강바람 쐬러 두 바퀴 자전거 페달을 밟아보는 것도 또 달리 젊어지는 비책이 아닐까! 또 따른 ‘테스형’의 탄생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