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의 백미(白眉) 울산 간월재 억새평원
영남알프스의 백미(白眉) 울산 간월재 억새평원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0.10.06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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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산과 신불산을 잇는 고갯마루 10만평 억새평원


영남알프스 7개산의 하늘억새길 5구간 연계 215만평 억새 연계산행
간월재 10만평 규모의 억새평원 뒷편으로 간월재의 상징인 돌탑이 보인다. 장희자 기자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멀리서 빈다. 나태주)

 

 가을에는 부디 아프지마라는  구절이 가슴에  엉겨붙는다.

 단풍보다 먼저 가을을 알리는 억새 명소를 찾았다.

영남알프스는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재약산, 천황산, 가지산, 고헌산 등 해발 1,000m 이상  7개 산의 풍경이 유럽 알프스 못지 않다고 해서 붙여졌다. 영남알프스는 전체 면적 255㎢ 중 억새 면적이 710만여㎡(215만 평)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신불산·영축산을 낀 신불산 일원 60만여 평, 간월산 일원 10만여 평, 고헌산 일원 20만여 평, 재약산·천황산 일원인 사자평 125만여 평에서 억새의 장관이 펼쳐진다. 

영남알프스에는 울산시에서 밀양에 속한 가지산과 고헌산을 제외한 5개 산군과 능동산을 이어 걸으며 억새를 만끽할 수 있도록 등산로를 조성했다하늘 위에서 억새를 내려다보는 듯하다고 해서 이름도 하늘억새길로 붙였으며, 능선구간이 많아서 비교적 산행이 수월하다.

하늘억새길은 총 5개 구간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1구간은 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4.5㎞), 2구간은 영축산~청수좌골~국도69호선~죽전마을(6.6㎞), 3구간은 죽전마을~향로산갈림길~재약산~천황재~천황산(6.8㎞), 4구간은 천황산~샘물상회~능동산~배내고개(7㎞), 5구간은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을 거쳐 다시 간월재까지(4.8㎞)에 이르는 총 30㎞ 거리의 걷기길이다.

간월재휴게소 옆 나무테크길을 이용하여 800m를 올라가면 달맞이산인 간월간 정상에 닿는다. 장희자 기자

간월재는 1구간의 출발지이기도 하지만 5구간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신불산(神佛山)과 간월산(肝月山) 두 형제봉 사이를 잇는 고갯마루로 울산 울주군 상북면 간월산길 614번지에 위치한다. 요즘은 간월재억새평원이라고 부르며 영남알프스의 매인이며 관문이다 고개 주변이 억새군락지이기 때문에 이 왕고개를 일러 선인들은 왕방재, 또는 왕뱅이 억새만디라 불렀다. 해발 900m 고도에 바람에 따라 역광일대는 흰빛으로 포말 파도처럼 일렁이고 순광일 때는 갈색으로, 노을빛을 받을 때는 노란색을 띠는 10만 평의 억새밭은 탄성을  자아낸다.

간월재에 가는 길은 등억온천단지 부근 임도를 따라 약 2시간 정도 오르면 간월재 억새 평원이다  급경사여서 시니어 세대는 배내고개를 지나 사슴농장에서 임도를 따라 2시간 코스로 갈 수도 있다   임도를 따라 간월재에 도착하면 왼쪽은 간월산, 오른쪽은 신불산이다. 간월산 정상까지는 800m, 신불산까지는 1.6㎞다. 간월산은 배내봉으로, 신불산은 영축산과 통도사로 이어진다. 간월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계단길이다.

중턱에는 간월재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간월산 정상은 너덜지대다. 많은 사람들이 달맞이를 즐기는 곳이다. 너덜지대 위에 간월산(肝月山) 해발 1,083m라고 정상 비석이 두 개 세워져 있다1540년 전 이 산기슭에 간월사라는 사찰이 있어서 산 이름도 간월산이라고  한다.  간월산이라는 이름은 신불산(神佛山)과 같이 신성한 이름이다. 1861년(철종 12)에 간행된 김정호(金正浩)의 '대동여지도'에는 간월산이 ‘看月山(간월산)’으로 표기되어 있고, 등억리의 사찰은 ‘澗月寺(간월사)’로 표기되는 등 간월산의 표기가 다양하다.

석양빛에 손짓하는 억새와 간월재대피소, 잣나무숲이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장희자 기자

간월재는 백악기시대 공룡들의 놀이터이자 호랑이 표범과 같은 맹수들의 천국이었다. 간월산 표범은 촛대바위에 숨어 지나가는 길손을 노렸고, 간월산을 지키던 소나무는 목재화석이 되었다. 간월재 서쪽 아래에 있는 왕방골은 우리 민족사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한 골짜기이다. 사방이 원시림 협곡이라 박해받던 천주교인들의 은신처였고, 한때는 빨치산의 아지트(사령관 남도부)가 되기도 하였다.

지금도 왕방골에는 생쌀을 씹으며 천주의 믿음을 죽음으로 지킨 죽림굴과 숯쟁이가 기거하던 숯막이 남아 있다. 왕방골 산 발치에 있는 파래소폭포는 소원 한 가지를 들어준다고 하여 바래소로 불린다. 간월재는 삶의 길이기도 했다. 배내골 주민, 울산 소금장수, 언양 소장수, 장꾼들이 줄을 지어 넘었다. 주민들은 시월이면 간월재에 올라 억새를 베 날랐다. 벤 억새는 다발로 묶어 소 질매에 지우고, 사람들은 지게에 한 짐씩 지고 내려와 억새지붕을 이었다.

간월재 우측으로 신불산 정상까지 펼쳐진 억새평원은 영남알프스의 메인으로, 오르막길에는 나무테크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장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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