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호스의 달인! 이대석 범물전문대장
소방 호스의 달인! 이대석 범물전문대장
  • 이철락 기자
  • 승인 2020.10.05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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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차 의용소방대원으로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도 참가

불이 나면 전문적인 소방공무원만 급한 게 아니다. 화재 때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므로 소방공무원을 보조할 조직이 필요하다. 이에 평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면서 특별한 경우에만 출동하는 의용소방대가 생기게 되었다. 대구수성소방서(서장 이광성)도 2003년 의용소방대를 창설하여 소방서장이 관장하는 소방 업무를 257명의 의용소방대원이 일선에서 보조하고 있다.

5일 오전 대구수성소방서 관내 11개 의용소방대 중 범물전통시장전문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대석(54・대구 수성구) 전문대장을 만났다.

5일 오전 대구수성소방서에서 이대석(54) 남성의용소방대 범물전통시장 전문대장이 인터뷰에 협조하고 있다. 이철락 기자
5일 오전 대구수성소방서에서 이대석(54) 남성의용소방대 범물전통시장 전문대장이 인터뷰에 협조하고 있다. 이철락 기자

 

-의용소방대에서 몇 년이나 활동하였으며, 그동안 활동 과정에 대하여 궁금합니다.

▶2010년 3월 21일부터 활동했으니까 올해로 10년 차가 되는 셈입니다. 가입 후 3년쯤 활동하다가 총무를 6년간 했고, 올해 1월 1일부터는 ‘대구수성소방서 남성의용소방대 범물전통시장 전문대(이하 범물전문대)’ 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의용소방대의 주요 활동에 대하여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요즘은 소방 지원 업무뿐만 아니라, 관변단체로서 수성못 관광지나 버스정류장 같은 곳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현수막 설치 및 캠페인 등의 활동도 합니다.

지난 8월 대구 수성못에서 범물전문대와 가창여성의방용소방대가 합동 캠페인을 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대석(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제공
지난 8월 대구 수성못에서 범물전문대와 가창여성의방용소방대가 합동 캠페인을 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대석(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씨 제공

 

-첫발을 디딘 계기가 궁금합니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故 지성우 씨)가 생전에 봉사단체 참여를 부탁했었는데, 늘 마음에 담고 있었습니다. 총무를 맡던 친구가 49세의 일기로 갑자기 별세하자, 친구의 유지를 받들려고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범물전문대에는 몇 명이나 활동하고 있는지요?

▶27명이 평시에는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면서 특별한 경우에만 출동합니다.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을 것 같은데.

▶2016년 대구 수성구 범물동 ‘진밭골’ 화재 때 출동했었는데, 그날이 설 다음날(음력 1월 2일) 이른 새벽이어서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2018 충주 세계소방관경기대회’가 충북 충주에서 8일간 개최되었습니다. 화재와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전세계 소방관들이 2년마다 모여 우정과 화합을 다지는 대회입니다. 이 행사에는 축구, 농구, 수영 등 37개 필수종목과 개최국에서 정하는 30여 개의 종목으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소방차 운전, 인명구조, 암벽 등반 등 소방관 직무와 관련된 경기도 있었는데, 저는 홍콩, 대만 등 8개국 팀이 참가한 카누(12인승) 종목에 참가했습니다. 노젓기가 힘들었지만, 무척 재미있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지난 2018년 2월 28일부터 이틀간 만촌동 형제봉에서 발생한  산불을 의용소방대원이 진화하고 있다, 이대석 제공
지난 2018년 2월 28일부터 이틀간 만촌동 형제봉에서 발생한 산불을 의용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이대석 씨 제공

 

-활동하면서 수상 경력도 있다던데 들려주시겠습니까?

▶ ‘2018 대구의용소방대기술경연대회’에서 ‘수관연장 & 방수자세’ 분야 1위를 하여 전국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고, 5명을 한 팀으로 구성한 대구광역시 의용소방대가 이 부문 소방청장상(전국 2위)을 차지하는 데 함께했습니다. 이 당시 대구는 4개 분야(소방호스끌기, 수관연장 & 방수자세, 개인장비착장 & 릴레이, 단체줄넘기)에서 모두 최선을 다하여 종합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18 대구 의용소방대기술경연대회’에서 1위를 하여 전국대회의 출전 자격을 얻었고, 대구광역시 의용소방대가 소방청장상(전국 2위)을 차지하는 데 함께 했다. 이철락 기자
‘2018 대구의용소방대기술경연대회’ 1위 상장. 이철락 기자

-수상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준비를 많이 했었나요?

▶대회 준비는 며칠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이미 키가 160cm로 커서 농구, 배구뿐만 아니라, 달리기 같은 육상 운동도 잘하는 편이었죠.

-별명도 있을 것 같은데요?

▶친구들이 ‘지산 갈매기’라고 부릅니다. 재빠르고 날래다는 뜻으로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아요.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관변단체로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예방 캠페인 활동도 했습니다. 이때 일부 시민이 격려는커녕 “소방과 관련 없는 일에 당신들은 왜 모여 있나?”라는 식의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활동이 생업과 관련이 있나요?

▶아닙니다. 봉사로만 생각할 뿐입니다.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가 캠페인 같은 활동이 있으면, 며칠 전에 공문으로 계획을 통지받는 식입니다.

-생업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전기, 목작업 등에서 손재주가 많이 있는 편입니다. 현재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악기 수리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우쿨렐레 등의 현악기 조율이나 관악기인 플루트의 찌그러짐을 펴는 일도 합니다. 고가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의 음향 판이 갈라진 것이 있으면 파손된 부분을 메워서 도색 작업도 해드립니다.

-마무리 말씀을 해 주십시오.

▶의용소방대원은 그 지역의 주민 중 희망하는 자로 구성하는데, 시간이 자유롭고 봉사정신이 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신입 대원을 모집할 때 가입 신청을 받아 이력서와 면접을 보는데, 봉사정신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파악해서 가입을 승인합니다.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이후, 그는 대구수성소방서 의용소방대원 선수 코치를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엔 ‘대구 의용소방대원 소방기술경연대회’에서 2위 입상을 지도했다. 곽철호 대구 수성소방서 홍보주임은 그를 ‘소방 호스의 달인!’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