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악양들은 우리가 지킨다. 허수아비 무리들!
경남 하동 악양들은 우리가 지킨다. 허수아비 무리들!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10.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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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벌거숭이 모양 좌불안석이다.
딸린 식구가 얼만데! 밥벌이는 해야지!
가족을 먹여 살리려는 마음은 여느 아비 못지않다.
참새를 지키는 허수아비 가족! 이원선 기자
참새를 지키는 허수아비 가족! 멀리 부부송이 보인다. 이원선 기자

황금물결이 일렁거리는 경남 하동의 악양들. 풍요로운 가을 들녘이 내 논에 물 들어가는 듯,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듯, 그저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제 멋에 겨워 논둑길로 알알이 영글어 축축 늘어진 벼 이삭들! 그 아래론 참새 떼가 오종종 앉아서 조잘조잘 짹짹, 가을 이야기 속에 배를 불린다. 하지만 두 눈은 두리번두리번 엉덩이에 매달린 꽁지깃은 들썩들썩! 용케도 허수아비의 눈을 피해서 들어앉은 자세가 천둥벌거숭이 모양 좌불안석이다.

경남 하동 황금물결이 일렁대는 악양뜰에는 허수아비 무리가 가을 들녘은 지키고 있다. 이원선 기자
경남 하동 황금물결이 일렁대는 악양들에는 허수아비 무리가 가을 들녘을 지키고 있다. 이원선 기자

이를 지켜보는 눈이 있다.

추석빔으로 한껏 단장을 마친 허수아비 무리다. 들녘 중간 중간으로 늘어선 허수아비들! 발이 묶여서 움직일 순 없지만 주어진 임무에 열중. 시절이 하수상하여 취소된 축제가 아쉽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선 들판을 지키고 섰다. 그 누군가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아비라 비아냥거려 손가락질이지만 바람만 불면 “그까짓 게 무슨 대수냐! 딸린 식구가 얼만데! 밥벌이는 해야지!" 팔불출 모양 양팔을 휘적휘적 내젓는다. 한 톨이라도 알뜰히 지켜서 가족을 먹여 살리려는 마음은 여느 아비 못지않다.

들판을 지키는 일에는 나도 한 몫! 피노키오를 닮은 허수아비가 의자에 앉아서 들녘을 노려보고 있다. 이원선 기자
들판을 지키는 일에는 나도 한 몫! 피노키오를 닮은 허수아비가 의자에 앉아서 들녘을 노려보고 있다. 이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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