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넘어 봉사로...색소폰 부는 할배. 할매 '조문국연주단'
취미 넘어 봉사로...색소폰 부는 할배. 할매 '조문국연주단'
  • 원석태 기자
  • 승인 2020.10.12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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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을 위해 바쁜 걸음으로 달려온 단원들.  원석태 기자
연습을 위해 바쁜 걸음으로 달려온 단원들. 원석태 기자

 

2014년 의성군 금성면민 5명으로 출발한 조문국연주단(단장 윤상윤)이 지금은 금성면을 넘어 춘산, 가음, 봉양면에서도 함께 활동하는 색소폰 연주단원이 16명에 이른다.

이른 봄 소소리바람 맞으며 마늘밭으로 나가고, 시린 물에 발을 담그면서 못자리도 하고, 복숭아, 사과 꽃은 꽃이 아니라 일거리라고 바쁘게 꽃순을 따 주어야 한다. 무더운 한여름에도 햇빛과 싸워가며 들로 밭으로 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모두들 백세시대라 인정하면서 사고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대라 한다. 달라진 사회 환경에서, 길어진 삶의 시간만큼 채워야 할 여백이 많아졌다. 땅을 일구며 열심히 앞만 바라보며 살아왔으므로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할 시간들이 온 것 같다고 한다. 단원들은 시대의 변화를 가볍게 여기면서 낫을 들고, 경운기를 몰고, 콤바인을 운전하는 것만이 남은 삶의 시간을 채워가는 게 아님을 깨닫고 또 다른 삶의 색깔을 찾아본 것이 악기 연주라고 했다.

지금의 나이에 찾아와 내 손에 들려 있는 악기는 바꿀 수 없는 또 다른 삶의 동반자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합주 전 개인연습을 하고 있다.  원석태 기자
합주 전 개인연습을 하고 있다. 원석태 기자

 

매주 목요일 오후 2시가 모이는 시간이다.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일을 하고, 보너스 같이 찾아온 시간의 선물을 소중히 하며 연습에 열심이다.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얼어붙게 했지만 배움의 열정은 뜨겁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연주 봉사 기회가 멈춰 버렸지만, 의성군문화원의 배려로 철저한 예방과 방역으로 문화원이 제공한 장소에 모여 배우고 연습하고 있다. 매주 노인시설, 요양병원, 장애자시설 등에서 연주 봉사를 해 왔는데 지금은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영상 제작하여 비대면 공연봉사를 하고 있다.

농삿일로 딱딱하게 굳은 손바닥, 거칠어져 굽혀지지 않는 손가락이었지만 지금은 트로트, 가곡, 민요 등 자유롭게 연주하는 멋쟁이 팀으로 성장했다.

이병건(금성면 산운리) 씨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반복된 농삿일로 지쳐 갈 때 무언가 다른 삶의 활력소를 찾아보자고 생각하던 중, 우연히 이 연주단을 알게 되어 함께 연습도 하고 봉사도 하게 되니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 생성으로 자신감이 생기고, 모든 일에 긍정적 사고로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막내인 정명순(봉양면 도리원) 씨는 “하던 일이 힘들어 잠시 쉬고 있을 때, 바뀐 환경에 불안해지기도 하고, 잠재되어 있던 욕구와 갈등이 우울증 현상으로 몰아가는 것을 느끼고 고민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악기를 배우게 됐다"며, "악기를 접하면서 쓸모 있고 생산적인 사고로 바뀌었고 다시 일을 시작하고픈 의욕도 생겼으며, 지금은 생활의 중요부분이 되었다"고 좋아했다. 정 씨는 그러면서 "배움과 연습의 결과로 노인요양원, 장애시설 등 봉사활동을 하게 되어 정신건강도 좋아지고 기분도 좋아져서 삶의 행복도가 배나 증가함을 느낀다”고 했다.

예술문화 환경이 열악한 농촌에서 연주단을 조직하고 존속에 힘들었지만 초창기 멤버로 묵묵히 연주단을 지켜온 테너색소폰 윤희동(금성면 대리리) 씨는 “처음엔 다른 성격과 환경으로 갈등도 있었지만 지역민에게 문화혜택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자는 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지역단위의 연주를 넘어 건강한 연주단으로 성장함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지금은 어려운 때지만 멈추지 않고 더 부지런히 실력을 쌓아 발전된 연주단이 되었으면 한다” 고 했다.

그들은 말 했다. 연세를 묻지 말고 나이가 얼마냐고 물어 달라고. 

악기는 제2의 목소리라 부른다. 연주단 모두가 열심히 살아왔으니 세상과 사랑하는 이웃과 가족을 향해 제2의 목소리로 마음껏 부르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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