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은 필수불가결, 보다 윤택한 삶을 준다.
취미생활은 필수불가결, 보다 윤택한 삶을 준다.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10.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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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풀어주다 보니 이런저런 핀잔은 들어도 싸다.
그동안에 진 신세도 갚을 겸 모처럼만에 기분을 낸다.
취미생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 같다.
기다림 끝에 촬영한 경주 신선암 여명. 이원선 기자
긴 기다림 끝에 촬영한 경주 신선암 여명. 이원선 기자

한때는 마누라가 극구 말리는 낚시를 악착같이 고집하여 여가시간을 활용했다. 한두 번 따라나선 낚시터에서 일찌감치 지처 나가떨어진 마누라를 뒤로하고 공휴일이나 주말을 이용, 낚시장비를 차에 실을 때면 늘 의기양양이다. 못마땅해 하는 마누라의 얼굴을 애써 외면하고는 저녁 반찬거리로 물고기조림이나 탕은 염려 말라는 제스처는 거의 필연이었다. 일주일동안 인터넷 등으로 장소를 물색하고 미끼를 선정하는 등 벼르고 벼려온 터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호언장담, 기대와는 달리 늘 빈손이다.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오는 초라한 몰골에 “고기는?”하고 물어오면 '방생하라매!'로 답을 대신, 품삯 없는 하루를 얼렁뚱땅 넘긴다.

그러고 보면 낚시에도 어느 정도 어복이 붙어야 하는가 보다. 머피의 법칙일까? 옆자리로 나란히 앉은 동호인이나 이웃한 조사님들은 던져 넣기가 무섭게 낚아 올리는데 반해 손님 없는 가계에 파리만 날 듯 긴 낚싯대 끝에 잠자리만 오락가락 한다. 그 흔한 입질한번 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렵다. 미상불 '멀쩡한 물고기들의 입을 그렇게 쇠꼬챙이로 꿰면 훗날 벌 받아요!'하는 마누라의 조언에 따라 후한을 두려워한 나머지 벌이란 단어에 충실한지도 모른다.

한심한 작태를 보다 못한 마누라가 어느 날은 “살림에 보탬이 된다 싶은 것은 좀 가리면 좀 좋을까? 그것마저 뒷걸음질의 가재 복 모양 주구장창 청개구리 심본지!”또 혀를 찬다. 민물고기의 비린내가 싫다면 서도 마음속으로 은근하게 이는 물욕은 인지상정인 모양이다. 사실 어떤 날은 운 좋게 몇 마리 잡는다. 하지만 그마져도 동행한 일행이나 이웃한 조사님들의 살림망으로 들어가기가 일쑤다. 그도 아니면 진짜로 풀어주다 보니 이런저런 핀잔은 들어도 싸다.

낚시를 취미(趣味: 즐거움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 현대적 의미의 여가 선용 활동.)로 삼는 것도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장비와 시간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온종일 낚시터를 지키는 수고로움은 취미생활 답지 않게 여간 고역인 때가 많다. 취미생활로 즐기기에 망정이지 두 눈을 부릅떠 물위로 고개만 빠금히 내민 찌를 하염없이 노려봐야 하는 꽤나 지난한 시간들이다. 또한 어느 누구는 징그럽다고 손사래를 치고 또 누군가는 보는 것만으로도 뒷걸음질 치는 지렁이를 조롱박의 라인처럼 휘 굽어진 낚싯바늘 끝으로 저승사자의 옥니같이 벌어진 미늘을 마법에 걸리듯 갈무리하여 꿰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 시간들에 취미생활이란 단어를 대입해보면 싫지가 않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로 기억된다. 하지만 현재의 취미생활은 사진으로 방향전환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러움을 사서 고상하다는 취미의 사진생활이건만 겉보기와는 달리 속사정은 좀 다르다. 낚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필수불가결, 장비 역시 필수다, 필름카메라 시절 어렵게 빌려서 촬영할 때는 셔터만 푹푹 누르면 되는 줄 알았다. 이후 일명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로 접어들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디지털시대의 카메라는 필름 값이 없어 무한정인 반면 필름카메라는 필름 값이 만만찮아 늘 계산을 하면서 촬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필름카메라의 경우 결과물을 확인하기까지는 사진관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또 단점이었다. 반면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는 곧바로 확인가능하다. 물론 필름 값도 전혀 들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뒤따른다.

장점에 이끌렸다기보다 우연한 기회에 사진을 취미로 접하게 되었다. 사진 또한 다른 취미생활과 마찬가지로 많은 공부를 요하고 있다. 이를 등한시할 시 남보다 뒤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현대문명에 의해서 태어난 것이 디지털카메라다. 따라서 다양한 기능을 내포하고 있는 과학이다. 과학은 예외가 없다. 남녀노소를 불문하여 사람들이 대입하는 조건에 따라서 그에 맞는 결과물을 나타낼 따름이다. 이는 과학이 가지는 특성이다. 따라서 100%의 기능을 습득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기본은 알아야 하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배운 만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확률은 높은 것은 말해서 무엇 할까? 흔히 사진을 찰나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이는 그림이나 서예, 조각, 무용, 음악 등등 다른 예술에 비해서 순식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1/8000초가 얼마만큼 빠른 속도인지 사람들이 인식하기에는 그 한계를 넘었다. 단지 숫자로만 존재하는 스피드다. 1/8000초가 정해진 값은 아니어서 그때그때 다르지만 그 찰나의 순간을 카메라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원활하게 또 가장 멋진 장면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끝임없는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예천 금당실 마을 앞 솔숲의 안개 속의 여명. 이원선 기자
예천 금당실 마을 앞 솔숲의 안개 속의 여명. 이원선 기자

사진 외에도 간혹 등산을 즐긴다. 하지만 현재는 그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몇 년 전만하더라도 정상이 최고라며 엄지를 추켜세우는 등 날다람쥐처럼 산을 찾던 친구들이 근자에 들어서는 은근히 겁을 내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이는 그동안 동적인 취미생활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정적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술과 매에는 장사가 없고 특히나 세월 앞에는 더욱 그렇다, 결국 세월과 나이에 맞게 취미생활도 변해가는 것이다. 그럼 의미에서 사진생활도 꽤나 괜찮아 보인다.

어떤 사람은 “꽃을 예쁘게 찍고 싶었어요!” 또 어떤 사람은 “우리 마나님의 얼굴을 어느 여배우처럼 예쁘고 멋있게 남기고 싶었어요!, 어쩌다 공모전에 출품을 했는데 입상을 했지 뭐예요! 상장도 주고 상금도 주잖아요! 이참에 아예 작가로 나설까 봐요!, 카메라 기능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촬영하다보니 남들이 작가 같다며 칭찬하잖아요!, 멋진 풍경사진 한 장을 거실에 걸고 싶어서 사방팔방 돌아다니다가 보니 나도 모르게 이 길로 들어섰네요!”하는 핑계 없는 무덤처럼 사연도 가지가지다. 나 같은 경우도 보급형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여 기능을 배운다는 것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카메라를 구입 후 곧장 모대학교 평생교육원에 등록하여 일주일에 2시간, 삼 개월을 학원에 다니 듯 배웠다. 이후는 거의가 독학이다. 어깨 너머로 배우고 이런저런 질문과 카메라 구입 시 받은 안내책자를 독해하였다. 그 결과 각종 공모전을 통해서 상금도 여러 번에 걸쳐 받았다. 그러한 돈이 어찌 살림에 보탬이 되고 투자에 종자돈이 될까?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고 또 그런 날이면 가까운 친구들을 불러서 무용담에 걸맞게 삼겹살 파티나 치킨을 곁들인 맥주 등으로 그동안에 진 신세도 갚을 겸 모처럼만에 기분을 낸다.

사람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가늠하고 설계도를 그리지만 때로는 과거를 통해 생에 대한 활력을 얻어 지탱할 때도 있다. 대부분 즐거웠던 기억보다는 몸이 겪고 머리가 기억하는 과거로의 회귀다. 이는 그때의 삶이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녹아들어 뿌리가 되고 자양분이 되어 현재를 윤택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각종 취미생활은 ‘코로나불루’, ‘코로나레드’라는 희귀병의 퇴치 및 치료에도 특효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나아가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보면 분명 몇몇 가지의 취미생활을 거쳐 왔을 것이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독서, 중학교에는 바둑, 고등학교에는 여행 등등 그때그때의 취미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세월에 편승도 하거니와 생활하는 환경과 만나는 사람과 지탱하고 의지하는 상대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의 취미생활이 향후에는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동적에서 서서히 정적으로 가는 것처럼 서예나 악기연주, 파크골프 등등으로 말이다. 결국 취미생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 같다. 이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홀로 독야청청 살 수는 없다. 그런 까닭에 가족이 필요하고 친구가 필요하고 각종 모임이나 동아리 등등 마음과 생활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취미생활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원활한 취미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하고 나아가 봉사정신 및 얼마간의 시간과 비용 등의 투자는 필수적이다. 이를 기본 바탕으로 어울리고 부딪치는 과정을 윤활유로 삼아 하여가(何如歌)의 한 대목처럼 만수산 드렁츩(드렁칡의 옛말)처럼 얽혀 마음을 나누어가는 삶을 누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