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水)과 건축(建築)의 조화 , 봉화 춘양 한수정(寒水亭) 보물
물(水)과 건축(建築)의 조화 , 봉화 춘양 한수정(寒水亭) 보물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0.09.24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2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 2019년 12월 30일 보물 제2048호로 승격
중조천과 운곡천이 합류하는 지점의 절경지, 경암 이한응의 춘양구곡가 중 8곡
와룡연이 삼면을 감싸고 초연대와 보호수 춘양목 살린 조경수법의 특이점과 탁월성
건축공간의 위계에 따른 평면구성,구조양식의 차별성과 다양성
삼면이 와룡연으로 둘러져 , 마루에서 하늘 ,산을 바라보기 좋다. 장희자 기자

  석천공이 보고 즐거워 물가 터를 다듬어 정자를 짓고 언덕을 높여 대(臺)를 만들었다. 남쪽은 방으로 햇살을 받아들이고, 북쪽은 마루로 구름 머문 산을 바라보기 좋다. 대는 여러 무(畝)로 꽃과 과실나무를 심었다. (한수정기 권두경)

위 글은 권벌(權橃)의 5대손인 창설재 권두경이 지은 「한수정기(寒水亭記)」에서 예찬한 내용으로 한수정은 문수산(1205m)과 옥석산(1204m에서 발원한 중조천과 운곡천이 각각 골짜기를 따라 흘러오다 합쳐지는 지점 남쪽 천변인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 134번지 동촌마을에 있는 정자로 3천여평의 평지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 경관이 수려하여 경암 이한응(1778~1864)의 춘양구곡가(春陽九曲歌)중 제8곡(曲)이다.
 
원래 이곳은 조선 중기의 문신 권벌선생이 세운 거연헌(居然軒)이라는 건물이 있었는데 마을 사람이 쓰다가 화재로 이 건물이 소실되자 그의 2대손인 권래(權來)가 1608년(선조31년)에 이 건물을 세우고, 정자의 이름도 한수정이라 지었으며, 1741년(영조 17년)에 중수했다.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한수정의 모습으로, 햇살을 받아들이기 좋은 방으로 꾸며져 있다. 장희자 기자

한수정이란 찬물과 같이 맑은 정신으로 공부를 하는 정자라는 뜻에서 붙인 것이다. 정자의 건물은 T자형 평면으로 앞면 3칸, 옆면 2칸의 규모에 지붕 옆모습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 건물과 바닥을 한단 높여 온돌 2칸과 사방에 마루를 둔 건물이 붙어있다. 

한수정은 1990년 불의의 화재로 건물의 상당 부분이 불에 탔다. 1992년 불에 손상되었던 부분을 원래 모습대로 복원했다. 한수정은 방형의 대지 중앙부에 건물을 남향으로 앉히고, 그 앞쪽에 출입문인 사주문을 두었다.

정자 주위에는 막돌로 축대를 쌓아 만든 와룡연(臥龍淵)이라는 연못이 정자 삼면을 둘러싸고 있으며, 와룡연 주변엔 수령 300여년 느티나무 보호수와 춘양목 등 큰 나무들이 버티고 서서 연못과 정자를 보호하듯 굽어보고 있다. 좌측 연못과 정자 사이에는 초연대(超然臺)라고 음각된 넓은 바위 위에 작은 동산을 가꾸어 놓았다.

서쪽에서 바라본 한수정의 모습으로 낮은 담장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으며 고목 회나무가 우산처럼 정자를 보고하고 있다. 장희자 기자

한수정은 충재 권벌이 1519년(중종14) 봉화 춘양의 현 위치를 별장지(別莊地)로 선정, 1534년(중종29) 이 일대의 토지를 매입하고, 아들 청암 권동보가 1576년(선조9) 부(父)의 유지를 받들어 현 한수정으로부터 약 백 여보 지점에 「거연헌」이란 집을 건립했다.

그후 충재선생의 손자 석천 권래가 조부(祖父)의 유지를 받들어 현 위치에 한수정을 창건했다. 이처럼 한수정의 창건은 3대에 걸쳐 토지매입에서 창건까지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한수정은 기능에 부합되게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고 작은 공간에서도 초연대와 와룡연 그리고 주변에 조경수를 식재하여 정자로서의 요소를 잘 간직하고 있다.

 조경수법의 특이점과 탁월함이 돋보이며 건축 공간의 위계에 따른 평면 구성과 구조양식의 차별성과 다양성은 두드러진 특징으로 평가할 수 있어 1982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 받았다가  2019년 12월 30일 보물 제2048호로 승격됐다. 역사적, 학술적, 건축적 가치가 뛰어나고 조경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는 조상들의 탁월한 지혜와 숨결이 담긴 소중한 자산이다 

상) 춘양목 노송이 정자를 굽어보면서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습, 하) 300여년 느티나무 보호수가 담장울타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장희자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