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동행하기, 마음 준비부터 먼저
반려동물과 동행하기, 마음 준비부터 먼저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0.09.28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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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키우면 자식 같은 느낌
눈치 9단 애완견
안쓰러움에 방치하면 버릇 나빠져
반려견 '아지'와 반려묘 '랑구'. 노정희 기자

대개는 강아지가 귀여워서, 예뻐서 키운다고 한다. 금이야 옥이야 몇 년 동안 돌보던 개를 형편이 어려워지고, 이사한다는 이유로 버리는 경우를 본다. 집안에서 주인이 주는 사료만 먹고 지내던 개가 하루아침에 야생으로 내몰리는 참담함, 그 개는 어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떠돌이 개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주인을 찾아 헤매다 사고를 당하고 만다. 반려견을 키우기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개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끝까지 함께 살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애당초 기르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반려견은 가족이다

한 공간에서 반려견과 지내다 보면 집안에 활기가 넘친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온통 개에게 집중한다. 재롱도 그렇거니와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주인을 반기는 모습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말귀를 알아들어 “앉아, 누워, 엎드려” 구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을 보면 자식 키울 때 못지않은 기쁨을 느낀다. “저 개는 천성적으로 타고난 재주가 있다”며 뿌듯해한다.

-반려견 기르기는 아이 키우는 것과 맞먹는다

반려견은 위생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귀엽다는 이유로 사람이 먹는 음식을 나눠주었을 때 대소변 냄새가 지독하다. 빨리 청소하지 않으면 온 집안이 냄새로 가득 찬다. 창문을 닫아두는 겨울철에는 상상 이상으로 고역을 치른다.

산책하고 돌아왔을 때는 반드시 목욕시킨다. 목욕할 때는 진드기 제거 전용 세제를 사용해야 한다. 수시로 진드기가 붙어있는지도 살펴본다. 귀, 눈 주변, 입 아랫부분, 발가락 사이, 겨드랑 등을 세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진드기가 붙어오면 사람한테까지 옮아붙는다.

나이가 든 개한테는 냄새가 많이 난다. 양치질은 기본, 목욕을 자주 시키고, 깔개도 자주 세탁한다. 이빨이 빠져서 사료 먹는 데 애로사항이 발생하면 사료부터 건식에서 습식으로 바꿔야 한다. 간식은 잘게 썰거나 뜯어서 준다.

적어도 3개월마다 미용을 해준다. 털갈이 시기가 되면 반드시 털을 깎인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온 집안에 개털 천국이 된다. 옷에도 붙고, 음식에도 딸려 들어간다. 또한 동물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는다. 예방접종은 필수, 스케일링도 받아야 이빨을 튼튼하게 사용할 수 있다.

-너무 예뻐만 하면 버릇 나빠져

개를 오래 키우다 보면 사람보다 눈치가 빠르다. 그야말로 눈치 9단이다. 식구들이 밥 먹을 때는 어느 자리에 가서 애교 부려야 고기 한 점이라도 얻어먹는다는 것을 파악한다. 잠깐 편의점에라도 가려고 나서면 현관 앞에 와서 낑낑거린다. 데려가 달라는 표현이다. 화장실 문이 닫혔거나, 물그릇이 비어있으면 사람 주위를 빙빙 돌면서 시선을 끈다. 착한 행동을 하면 칭찬해 준다. 그러나 선을 지켜야 한다. 너무 예뻐만 하면 버릇이 나빠지고 참을성이 없어진다.

데리고 나갈 수 없을 때는 “다음에 가자”고 단호하게 잘라야 한다. 주인이 갈팡질팡하면 개도 혼란스럽다. 그러나 대소변 잘 가리고 말귀 알아들을 때는 최대한 칭찬해 주고 간식으로 보상한다.

-개도 우울증이 온다

개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던 한 사람이 직장 문제로 집을 떠나게 되었다. 물론 다른 가족도 개를 보듬었다. 그러나 개는 떠난 사람을 찾느라 낑낑거렸고 식욕도 떨어졌다. 그 사람이 퇴근할 시간쯤이면 현관 앞에 나가서 무작정 기다렸다. 새벽까지 기다리다 제집에 들어가 축 늘어졌다. 나날이 말라가더니 결국 기력이 떨어져 일어나질 못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을 향한 상사병이려니 했다. 다른 가족이 아무리 보듬어주어도 귀찮아했다. 이래저래 겹치고 덮쳐 젖에 종양까지 생겼다. 개한테도 우울증이 온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노견(老犬)에게 각별히 신경쓰기

나이 든 개에게는 손길을 많이 주어야 한다. 사람이 나이 들어 기력 떨어지듯이, 개도 그와 비슷하다. 뒤처리도 대신 해 주어야 할 때가 많아진다. 변을 보고 나면 항문을 닦아주어야 한다. 개는 늙어도 생리를 한다. 그 또한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노견은 추위를 많이 탄다. 보온에도 신경 써서 옷을 입히고,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 산책할 때도 힘들어하면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와서 바로 지쳐 잠들면 무리한 것이고, 적당히 뛰어다니면 산책 시간을 더 늘려도 된다.

새끼고양이에게 젖 빨리는 '아지'
새끼고양이에게 젖 빨리는 '아지'

-정 나누는 개

언젠가 어미 잃은 고양이 한 마리를 집에 데려왔다. 개는 고양이를 품었다. 새끼를 가져보지 않았던 개가 고양이에게 젖을 물렸다. 배변처리까지 깔끔하게 하며 어미 노릇을 하였다. 젖에서 피가 나는데도 젖을 빨렸다. 고양이를 떼어내자 순한 개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릉거렸다.

발정을 낼 때마다 부쩍 사람에게 치댔다. 짐승도 짝을 지어 새끼를 가져보게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을 했으나 끝내 인정을 베풀지 못했다. 개는 가족이 아니라 '애완동물'이었음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18살 '아지'와 9살 '랑구'
18살 '아지'와 9살 '랑구'

-우리 집 개, 아지

18년째 같이 사는 반려견은 이제 할매 개가 되었다. 작은아이가 친구한테 얻어온 개는 당시 주인이 몇 차례나 바뀌었다고 했다. 구석에 처박혀 벌벌 떨기만 하고, 사람 눈을 회피했다. 도저히 정을 붙이기 어려웠으나 안쓰러운 마음에 받아들였다. 작은아이는 개한테 정성을 쏟았고, 개는 작은아이 곁에만 붙어있었다. 강아지 이름을 ‘아지’로 지었다.

개는 몇 차례 생사고비를 넘겼다. 이제 명을 다했나보다, 나이 들어 떠나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며 위안했다. 쓰러져서 탁한 쇳소리만 내었다. 며칠 동안이나 그런 상태로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안락사까지 생각했다. 보다 못한 작은아이가 동물병원에 데려가 비싼 주사 맞혔더니 신기하게도 다시 깨어났다.

더러 반려견을 두고 폄훼하는 사람도 있으나 한 집에서 십수 년 살아보면 단순히 ‘개’라고만 할 수 없다. 개를 들일 때는 당연히 애완동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말귀 알아듣고, 눈치 빠르고, 주인 잘 따르고, 덤으로 웃음까지 안겨 주면 어느새 한 식구가 되어있다. 반려견은 가족이다. 가족을 버리는 것은 차마 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