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렴, 우리 시대의 요구이자 의무이다
[기고] 청렴, 우리 시대의 요구이자 의무이다
  • 시니어每日
  • 승인 2020.09.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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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마동석 주연의 ‘범죄 도시’라는 영화를 보면 경찰 역인 마동석이 동료들의 간식을 사면서 계산은 조폭이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장면은 투캅스와 같은 범죄 영화에서는 단골 장면으로 식상하기까지 하다.

‘우리 사이에 그 정도야’, ‘내가 누군데’ 등 학연과 지연, 情(정)에 끌린 문화는 건강한 우리 사회를 좀먹는 기생충과 같은 존재다. 공무원의 윤리 교과서로 불리는 ‘공무원 행동 강령’은 17년 전에 이미 ‘공무원의 청렴 유지 등을 위한 행동 강령’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고, 2016년 9월에는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예전엔 안 그랬는데’, ‘예전이 그립네’라는 말들을 심심찮게 듣는 걸 보면 공직문화도 많이 깨끗해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통곗값에서도 나타나는데,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CPI)는 공공부문에 대한 다국적기업 종사자, 국제기구 인사 등 국제 전문가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 조사로 국가청렴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첫해인 ‘16년에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53점으로 조사 대상 176개국 가운데 52위였으나, ‘19년에는 59점으로 무려 13계단이 상승한 39위를 차지하였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본부를 비롯한 지방청,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청렴문화 확산 활동을 지속해서 추진하여 전국 27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부패 방지 시책평가 결과, 중앙행정기관 중에서 유일하게 2016년부터 4년 연속 최고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 크고 작은 논란과 우려가 있었지만, 시행 후 생각보다 짧은 시간 내에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공직자는 지인의 껄끄러운 청탁을 회피하여 일하기 편해졌고, ’3·5·10만 원‘으로 대변되는 이 법으로 인해 과도한 경조사 부담을 덜게 되었다. 올해 추석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를 돕기 위해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20만 원으로 일시 상향 조정하였지만 명절 선물도 합리적인, 부담 없는 가격에서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사회학자 정수복은 청탁금지법은 “연고주의 등으로 얽힌 한국인의 ‘마음의 습관’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청탁금지법이 한국 사회의 혈연과 지역, 학연 등을 중심으로 뜨끈하고 끈끈하게 운용되는 전근대적 관계의 습성을 합리적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벼슬살이하는 방법이 오직 세 가지가 있으니, 청렴, 신중, 근면이다. 이 세 가지를 알면 몸가짐의 방법을 알게 된다.' (當官之法에 唯有三事 하니 曰淸曰愼曰勤.) 

송나라 여본중(1084~1145)이 아이들 훈육을 위해 지은 책인 '동몽훈'에 나오는 내용으로, 명심보감 치정 편이나 동몽선습에도 인용되는 글귀이다. 이달 말로 걸음마를 떼고 만 4세가 되는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의 기본으로 깊이 스며들기를 바라면서 공직자의 자세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

김한식(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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