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언제나 내게 힘이 되는 에너지
친구, 언제나 내게 힘이 되는 에너지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0.09.21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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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보라카이)의 바닷가에서 즐거운 표정의 친구들. 허봉조 기자
필리핀(보라카이)의 바닷가에서 즐거운 표정의 친구들. 허봉조 기자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가족과 건강, 직업, 종교 등이 있겠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재물이나 명예, 학력, 경력 등 스펙(spec)을 앞세우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나에게 ‘삶을 기름지게 하는 특별한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언제나 내게 힘이 되어주는 친구’라고 말하고 싶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이어서 낯선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거나 친해지지는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 발 두 발 조심스레 가까워지다 보면, 그 깊이는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을 끈끈한 담쟁이덩굴 같은 사이가 되고는 한다.

한국 현대시의 거인 서정주(1915~2000) 시인이 청년시절에 쓴 ‘자화상’이라는 시에는 “스물세 해 동안/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정서적 성장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래, ‘나에게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눈 친구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친구에는 몇 가지 부류가 있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동창생, 직장동료, 동호회 회원, 마음 따라 인연 맺은 이웃사촌 등이 있다. 꾸준한 만남을 이어가는 친구의 범위에는 나이가 많고 적음에 30살 정도의 폭이 존재한다. 강산이 세 번 정도 바뀔 만큼 소통에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그중에도 가장 흉허물 없이 편안한 친구라면, 구르는 낙엽에도 깔깔거리던 사춘기를 함께 경험한 여고동창이 아닐까 싶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다섯, 여고동창들과의 만남은 반세기를 향해가고 있다. 키가 크고 작거나 체중이 더하거나 덜하고, 기본적인 성향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약속 시간을 매우 잘 지키는 친구들은 식성이나 취미, 사고방식 등 공통분모가 많다. 영화감상이나 탁구, 볼링 등 가벼운 스포츠를 함께 즐기거나 여행을 좋아하고, 생활의 지혜를 나누는 것은 물론 건강관리와 정치‧경제적 상황에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다.

해외여행을 같이 다니게 된 것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가까운 일본을 시작으로 몽골과 러시아, 중국 실크로드, 하와이, 필리핀 등지로 여행을 다니며 쌓은 추억도 작은 산을 이루었다. 여러 날 동안 땀 흘리며 뒹굴고, 숙식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와 신뢰의 바탕이 없이는 곤란하다. 켜켜이 쌓아올린 추억을 한 토막씩 끄집어내어 되씹어보는 맛은 얼마나 달콤하고 쌉쌀한지.

친구가 좋은 이유는 ‘서로 통(通)한다’는 것이다. 공감할 수 있고, 함께 웃고 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식 없이 받아주고, 약간의 실수에도 어깨 두드려줄 수 있는 친구. 좋은 일에는 크게 기뻐하고, 안타까운 일에는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마음이 외로울 때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비밀처럼 간직했던 속내를 실타래를 풀어놓듯 한 올씩 풀어낼 수 있는 것도 믿고 의지할 친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친구는, 나를 바라보는 거울이다. ‘어떤 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를 보라’는 말이 있다. 추억을 공유하며, 오래도록 같은 곳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덧 내면의 얼굴이 닮아가게 된다는 뜻일까. 나 역시 다른 친구의 거울이기에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말아야하며, 가까운 사이일수록 기본을 벗어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언제나 내게 힘이 되어주는 오랜 친구가 있다는 것은 마음의 곳간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정신적 영양제이며, 윤활유라 아니할 수 없다. 아울러 정신적 건강은 육체적 건강을 동반하기에,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따뜻한 보약 한 첩 늘 가까이 두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대화를 나눌 상대가 줄어들어 아쉬움을 느낀다는 이웃을 볼 때마다, 친구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친구들과의 아프리카 여행은 계약을 취소해야했고, 국내여행 또한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부디 이 위기를 슬기롭게 견뎌내고, 이전의 낭만과 활기를 되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다섯 손가락 친구들의 우정이 더욱 끈끈하고 단단한 힘이 되어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함께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