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들의 삶, 신앙지 경주 산내 진목정 성지
순교자들의 삶, 신앙지 경주 산내 진목정 성지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0.09.1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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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백 등 세 순교자들이 박해를 피해 범굴에 숨어 살았던 신앙의 터전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여 광화문 광장에서 복자품에 오른 세분의 묘지가 있는곳
2017년 진목정 순교자 기념성당과 하늘원(봉안당) 건립, 진목공소, 피정의집 순례길 조성
순교자 현양비가 서 있는 언덕에서 바라본 순교자기념성당은 벌써 가을색을 담고 있다. 장희자 기자

진목정(眞木亭)은 단석산 줄기인 도매산 중턱에 있는 해발 350m 정도 고지대 깊은 살골짜기인 경주시 산내면 수의길 192번지에 있다.  병인박해 때 순교한 허인백(許仁伯, 야고보), 이양등(李陽登, 베드로), 김종륜(金宗倫, 루카)이 순교하기 전 숨어 살던 동굴이 있는 곳이다,

 참나무가 많고 참나무 정자가 있어서 진목정(眞木亭)으로 불렀다. 단석산 동편 정상에 넓은 분지는 옛날 신라 화랑들이 심신을 단련했던 도장이었다. 이곳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옛날 사기술의 가마터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마을을 이루고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1592년 임진왜란 때의 피난지였다고도 한다.

1866년 대원군의 병인년 대박해를 피해온 김해 출신 허인백 야고보와 서울 출신 이양등 베드로, 충청도 공주 출신 김종륜 루카 등은 언양 간월산 죽림리(공소)에 모여 신앙생활을 하던 중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자 이곳 산내면 단석산 범굴로 숨어들었다. 순교자들이 호랑이굴을 빌려서 생활할 때 바위 굴 산 중턱에 있는 큰 바위에서 밤중에 호랑이가  울어서  다른 짐승들이 순교자들이 머무는 굴에 침입하지 못하게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진목정성지 성당 외관은 신앙인들이 추구해야할 여덟가지 행복(진복팔단)을 되새기고자 팔각모양으로 디자인 했다. 장희자 기자

범굴에 숨어살던 허인백 등은 결국 감영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경주 감영에서 두 달 정도 감옥 생활을 하면서 몇 번의 심문과 고문을 당하였지만 당당하게 버텼다. 대원군 박해의 특징은 천주교 신자들을 배교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참후계(先斬後啓)의 명령에 따라 지방관들이 자의로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자들을 마구잡이로 처형한 후 보고마저 생략하여 무수한 무명순교자(無名殉敎者)가 발생했다.

 울산 동천 강둑에 묻어두었던 허인백, 이양등, 김종륜의 시신은 허인백의 부인 박조이의 노력으로 진목정 공소 뒤편 도매산 중턱에 모셔졌다. 1932년 5월 28일 순교자들이 유골을 감천리 교구 묘지로 이장하였다가 1973년 다시 대구 신천동 복자성당으로 옮겼으며 지금 이곳에는 가묘만 남아 있다. 

세분 순교자는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광화문에 8월 16일 시복되었다. 대구대교구는 교구 100주년을 맞아 2011년 진목정성지 개발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성지 개발에 착수하여 2017년 세분 순교자의 가묘 근처에 진목정성지 순교자기념성당을 건립했다.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과 바꾼 허인백(야고보), 이양등(베드로), 김종륜(루카) 3분이 묻혔던 묘소에서 고결하고 굳건한 산앙의 숨결이 느껴지는듯 하다. 장희자 기자

성당건물은 철근콘크리트조로 지하 1층, 지상 2층 총면적 350여평규모로 특히 성당 앞부분을 성전으로 꾸미고, 뒷부분은 순교자들의 유해와 함께 신자들의 유골을 안치할 수 있는 봉안당 ‘하늘원’으로 조성했다 신자들이 기도하는 공간과 천상의 세계에 있는 선종한 이들이 머무르는 공존의 공간으로서, 순교자 현양과 함께 죽음의 의미를 묵상하는 신앙 공간으로 꾸며졌다.

가는길은 경주에서 20번 국도를 타고 건천을 지나 산내면으로 진입한 후 언양 방향으로 약 4㎞를 달리면 왼편에 '진목정 성지' 표지판이 나온다. 이 표지판을 따라 소태교를 건너 우회전 후 OK그린목장 쪽으로 700m정도 가면 진목공소와 순교자의 묘 사이에 진목정 순교자성당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진목정성지 순교자 기념성당 건물이 있고, 건물 옆 언덕쪽으로는 산책로와 함께 동산원을 조성하여 순교현양비를 세워 놓았다. 순교현양비에서 돌계단을 따라 조금 내려오면 순교자의 묘가 나타난다. 진목정성지를 둘러본후  묘지에서 샛길로 450m정도 내려오면 진목 공소도 함께 순례할수 있다. 

위) 진목정성지 봉안당인 하늘원과 성가정상, 아래좌) 순교자 기념성당, 아래우) 주차장방면세서 바라본 순교자 기념성당 건물 전경. 장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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