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태풍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0.09.15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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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지구의 열의 불균형 없애기 위한 자연의 대류현상
지구의 공기를 순환시키고, 물을 공급해주며, 전력도 생산
기상이변, 원인 제공한 인류가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
태풍이 지나간 월광수변공원(대구 달서구 도원동) 산책길과 파란 하늘. 허봉조 기자
태풍이 훑고 지나간 월광수변공원(대구 달서구 도원동) 산책길과 파란 하늘. 허봉조 기자

태풍이 훑고 지나간 공원으로 나가보았다. 티 없이 맑고 신선한 공기와 파란 하늘, 반짝이는 나뭇잎들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올여름은 우리가 이전에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최악의 기상 상황으로 고통을 겪었다. 6월 하순에 시작했던 장마는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지역을 옮겨 다니며 국지성 폭우로 돌변해 전국 곳곳을 핥고 뒤집으며 장장 54일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물러갔다. 거기다 장마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강력한 태풍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지반이 약해진 산이 무너지고, 도로가 주저앉고, 우뚝 솟은 나무가 뿌리째 맥없이 쓰러지고, 수확을 앞둔 농작물에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막심한 피해를 남겼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주로 7~10월에 많이 발생하는데, 이제 그 이름만으로도 두렵고 어깨가 옴츠러든다. 태풍은 어디서 어떻게 탄생되는지, 자료를 찾아보았다.

태풍은 열대바다 주변의 데워진 공기가 빠른 속도로 하늘로 올라가고, 그 자리를 차가운 공기가 다시 메워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류현상이다. 적도 부근이 극지방보다 태양열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생기는 열의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으면서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며 고위도로 이동하는 기상 현상 중의 하나다.

적도 인근 해상의 공기는 고온다습하고 불안정하다. 이에 따라 기압이 주변보다 약한 곳이 생기면 인근의 공기가 몰려들어 상승하면서 작은 소용돌이를 이루며 적란운(쌘비구름)을 만든다. 그리고 때에 따라 이 구름이 비를 뿌리는 스콜(squall)을 형성한다. 이 같은 소용돌이가 북동무역풍의 영향으로 한 곳에 모여 세력이 커지면 태풍의 씨앗이 된다. 일단 태풍의 씨앗이 생기면 상승기류로 발생한 적란운이 비를 내리면서 많은 열을 방출하고, 이 열은 상승기류를 다시 강화시키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세력이 강해지고 마침내 태풍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태풍은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이기만 한 것일까? 이 기회에 태풍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태풍은 지구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열대지방의 뜨거운 공기를 북쪽으로 옮겨 지구 전체의 온도를 균형 있게 맞춰주는 것이다. 만약 태풍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남북의 온도차가 점점 커져 지구의 생태계에 또 다른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매연과 각종 화학물질 등으로 얼룩진 대기 중의 오염물질을 깨끗하게 씻어 내리고, 새로운 공기로 채워준다.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바닷물을 뒤집고 흔들어 적조(red tide, 주로 바다에서 식물플랑크톤의 대량 발생으로 물빛이 붉게 보이는 현상)를 없애고, 산소를 풍부하게 해 물고기와 해조류의 안전한 서식 환경을 만들어준다. 많은 비를 뿌려 물이 부족한 국가에 물을 공급해주고, 태풍이 몰고 온 폭우로 하천의 바닥과 주변에 들러붙은 찌꺼기도 씻어준다. 또한 태풍으로 인해 천둥번개가 칠 때 많은 전력이 생산된다고도 한다.

매년 여름, 강이나 하천에서 발생하는 녹조(water bloom, 부영양화 된 호수 또는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식물플랑크톤이 대량 발생해 물빛이 녹색으로 보이는 현상) 역시 올해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녹조라테’라고 불릴 정도로 극심한 녹조는 물의 표면을 덮어 산소 공급을 저해하고, 악취 발생과 수중 생물의 호흡을 어렵게 하는 등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이 녹조를 그냥 두었을 리 없다.

그러고 보니, 태풍은 지구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자연현상이며, 지구를 건강하게 하는 거대한 영양공급원이자 공기청정제가 아닌가. 다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그 정도가 점점 강해지다 보니 태풍은 인류에게 큰 위협과 피해를 가져다주는 두려운 재앙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지금도 집중호우와 폭염, 폭설, 산불로 이어지는 화재 등 예측하지 못했던 기상이변으로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다. 기상이변의 원인을 제공한 인류가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세계의 태풍(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캡쳐)
세계의 태풍(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캡쳐)

※ 열대성 저기압은 발생 해역에 따라 그 명칭이 다르다. 북서태평양 필리핀 근해에서 발생하는 것을 태풍(Typhoon), 북대서양, 카리브해, 멕시코만, 북태평양 동부에서 발생하는 것은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 아라비아해, 뱅골만 등에서 생기는 것은 사이클론(Cyclone), 호주 부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것은 윌리윌리(Willy-Willy)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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