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질병인가 노화현상인가
(80) 질병인가 노화현상인가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0.09.14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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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일본의 아베 총리가 건강이상설로 병원에 몇 차례 다닌다는 보도와 함께, 결국 임기 1년을 남긴 최장수 총리 자리를 물러났다.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태이기에 이 뉴스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과 함께 손꼽히는 선진국의 통치권자였지만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의 재발이 원인이라는 보도를 보며, 인생에서 재력도 권력도 질병 앞에서는 새삼 나약하고 무력함을 느낀다.

최근 노후의 건강에 관련해서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이란 새로운 사회학 용어가 등장했다. 오늘날 경제 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에 의한 의학의 발달로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은 약과 병원에 집착하게 된다. 불편하면 무조건 좋은 의사, 대도시 종합병원만 찾는 건강 공포증으로 자기의 몸 상태를 실제보다 심각한 병에 걸려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 의존형이 되어 모든 증상을 치료 대상으로 생각하고 자기도 모르게 환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더해가는 심리적 현상으로, 오래 살아서 생기는 신체적 증상도 심각한 질병으로 받아들여 각종 검사와 치료 받기를 원하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건강염려증이 만든 새로운 현상이다.

우리 모두 처음 늙어보기에 신체의 노화현상과 질병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

대체로 은퇴시기인 60세를 기준으로 전후기 인생으로 구분한다면, 전기는 바쁘게 살고 은퇴(퇴직)로 일손을 놓게 되면서 제2의 후기인생이 시작된다. 처음엔 동창 직장인맥 등으로 심심찮게 지내다가 대체로 70이 넘으면서부터 건강문제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순례하며 쾌활하고 명랑하던 성격도 부정과 불안에 의한 짜증과 불평으로 변한다. 이것이 노령화되면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심리현상이요, 일반화된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인간은 소우주라고 할 정도로 복잡하고 정밀한 기계이지만 70~80년 사용하고 나면 어느 정도 고장은 감수를 해야 한다.

내 어릴 때 우리 할머니는 구름만 끼면 온몸 삭신 마디마디가 결리고 쑤시고 아프다고 했었다.

이를 질병이라고 해야 하는가?

가령 나이 들면 우선 호흡기관이 약해져서 산소흡수량이 적으니 숨이 찰 수밖에 없다. 소화기관 역시 약해져서 조금만 과식해도 힘들고 모든 관절이 닳아서 아프기 마련이요, 눈이 침침해져서 잘 보이지 않고, 귀도 어두워지고, 이도 빠지고 소변줄기가 약해지고 이런 현상은 당연한 노화에 따름이다. 물론 개인차도 있고 생활에 불편은 당연하지만, 이러한 신체적 현상을 질병과 혼돈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편을 무조건 치료의 대상으로 의사나 약 등에 의존하는데, 이제 늙었으니 노화로 인한 병이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지금도 우리 어른들에겐 길거리 약장수가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지방 곳곳에서 동충하초, 장뇌삼, 건강식품설명회가 n차 감염에 의한 코로나 확진으로 이어져 우리 모두를 움츠려들게 하고 있지만 왜 건강보조식품과 영양제에 목을 매어야하는가. 시니어들이 건강비법이라면 무조건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에 문제점이 있지 않을까?

이젠 노화로 인한 질병 한 두 개쯤은 친구처럼 다독이며 살아가야할 나이이다. 그래도 사는 건 즐거운 일이다. 한번 가면 다시 못 올 인생 희망을 갖고 열심히 몸을 움직여 건강관리를 하면서 행복하게 천수를 다하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