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보석처럼 찬란하게....명화 ‘모정(慕情)’
사랑은 보석처럼 찬란하게....명화 ‘모정(慕情)’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09.1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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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문화센터 명화극장
영화 '모정'  위키피디아

영화 '모정'(1955년, 헨리 킹 감독)은 중국과 유럽의 혼혈인 작가 한수인(韓素音, Han Suin, 1917~2012)의 자전적 소설을 극화한 작품으로, 전성기의 윌리암 홀덴(William Holden, 1918~1981)과 제니퍼 존스(Jennifer Jones, 1919~2009)가 주연하였으며,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남, 필립 안(Philip Ahn, 1905~1978)이 조연을 맡아서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개봉된 고전 명화이다.

배경은 중국의 국민당과 공산당이 내전을 거듭하던 1949년 홍콩으로, 중국 대륙에서 수많은 피난민이 거의 매일 유입되어 영국이 관할하던 홍콩도 지금처럼 체재가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웠던 시기다.

주인공 수인은 중국인 남편을 여의고 빅토리아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면서 피난민을 돌보기에 여념이 없다. 어느 날 우연히 외국인 클럽에서 영국 기자인 마크를 알게 되고,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마크는 기혼자임을 고백하면서 수인에게 프로포즈하여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지만, 그의 아내가 이혼을 해주지 않는다. 마카오에서 밀회 중에 한국전쟁이 일어나서 마크가 종군 기자로 발령이 난다. 수인은 국적 때문에 빅토리아 병원에서 쫓겨나지만,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지인의 집을 전전하면서 마크를 기다린다. 전선에서 보낸 마크의 편지를 읽는 수인에게 친구가 마크의 사망 기사를 전해 주는데….

수인은 두 사람이 즐겨 만나던 빅토리아 병원의 뒷동산에 올라가는데, 마크의 환영이 그녀를 반기며, ‘의사의 직분과 삶을 사랑하라’고 속삭인다. 환희에 들뜬 수인의 어깨 위에 나비 한 마리가 살포시 앉는다.

원제는 ‘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 사랑은 눈이 부시도록 자그마한 예쁜 것들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인 아버지와 유럽인 어머니에게서 출생하여 중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유럽에서 의술을 배웠으나, 중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중국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던 수인에게 마크는 그녀의 반쪽인 유럽의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전통과 형식 위주의 동양적 의식과 문화에서 벗어나 자유와 박애의 정신으로 사람과 사물을 대하고 삶을 즐기는 르네상스 정신을 상기시켜 준 것이다. 마크의 환영과 속삭임을 들으며 수인이 어쩔줄 몰라하는 가운데,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OST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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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on a high and windy hill,

In the morning mist, two lovers kissed,

And the world stood still

바람 부는 언덕에서

아침 안개 속에

두 연인이 키스하면

세상도 멈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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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true love’s

A many splendored thing

그래요, 참된 사랑은

보석처럼 찬란하게 빛나요.

수인과 마크가 지인의 저택을 향해 헤엄쳐 가던 리펄스 베이(Repulse bay), 만남의 장소인 빅토리아 언덕(Victoria peak)은 홍콩 관광의 명소가 되었다.

한수인은 중국인 기술자 아버지와 벨기에 귀족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하여 의사로 홍콩에서 근무하던 중, 한국전쟁에서 호주 출신 기자 남편을 잃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발표하여 일약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주로 싱가포르와 인도, 스위스에 살면서 중국도 자주 방문하여 모택동, 주은래와 같은 권력자들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죽의 장막으로 가리워진 중국을 서방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하였다.

  • 명대사

1. 사랑을 하는 여자에게는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이 있다.

2. 인생은 공평하지도 불공평하지도 않다.

  • 명장면

1. 리펄스 베이에서의 끽연과 포옹

2. 혼인을 축하하며 가족들이 차례로 자신들의 옥을 수인에게 선물로 준다. 중국인들은 오래 간직하면 옥이 몸의 일부가 된다고 믿는다.

대백문화센터 프라임홀(대백프라자점 10층)에서는 매주 수요일에 고전 명화를 상영하는데, 9월 16일 (오후 2시)에는 ‘왕과 나(데보라커, 율브리너)’를 상영한다.

  • 대백문화센터 웹사이트:

https://www.debec.co.kr/contents/culture/cultureCenter/cultureIntroduce.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