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 장수의 상징인 '복숭아 화채'
불사, 장수의 상징인 '복숭아 화채'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0.09.09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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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먹는 과일
시의전서 ‘복숭아 화채’
복숭아는 장수기원의 과일
복숭아 화채. 노정희 기자
복숭아 화채. 노정희 기자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서벽산(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山中問答(산중문답) 李太白

 

중국에서는 이상향을 도원경이라고도 한다. 도연명의 ‘도화원기’, 삼국지의 ‘도원결의’는 유명하다. 천계의 서왕모(西王母) 정원에 3천 년에 1번씩 열리는 반도(蟠桃)가 있는데, 이를 훔쳐먹은 동방삭은 삼천갑자를 살았다고 한다. 서왕모는 복숭아가 열리면 신선을 초대해 반도회라는 연회를 베풀었다는데, 이로 인해 노인들의 장수기원 의미로 복숭아를 드리는 풍속이 생겼다. 서유기에도 반도와 관련한 천도복숭아 이야기가 있다.

도교에서는 복숭아를 불사, 장수의 상징으로 여긴다. 복숭아나무를 신성시하고, 복숭아를 불로장생의 과일로 여겨 신선이 되기 위해 먹는 음식으로 여겼다. 제사상에 복숭아를 차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옛사람들은 복숭아나무는 귀신뿐 아니라, 부정한 것이나 음식 맛이 나빠지는 것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술을 담근 뒤 복숭아 가지로 저어 술맛이 나빠지는 것을 막았다’(규합총서), ‘복숭아나무는 백귀를 제압하니 선목이라 부른다'(산림경제), ‘임금이 상가를 방문할 때 복숭아나무와 갈대 이삭으로 잡귀를 쫓았다'(숙종실록), ‘영민하고 효심 깊은 세종께서 부왕의 병을 낫게 해 달라고 복숭아 가지를 잡고 종일 기도했다'(세종실록)는 기록이 전해진다.

복숭아의 본초명은 도자(桃子)이다. 맛은 달고 시며 성질은 따뜻하다. 보통 과일은 찬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복숭아는 예외이다. 따뜻한 과일을 먹으니 몸에 이로울 수밖에 없다. 참외밭 집 딸보다 복숭아밭 집 딸이 미인이라고 하지 않은가.

수분이 많고 부드러운 것은 백도, 과육이 단단한 황도는 주로 가공용으로 사용한다. 복숭아는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면역력을 키워 주고 식욕을 돋운다. 변비에 좋고, 유기산은 니코틴을 제거하며 독성을 없애 주기에 흡연자에게 추천하는 과일이다. 발암물질을 억제하는 성분도 들어 있다. 주의할 것은 당분이 높아 당뇨 환자는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장어와 같이 먹으면 설사를 하고, 자라와 먹으면 가슴 통증을 일으킨다니 이 또한 주의를 요한다.

상주 지방에 전해오는 조선 후기 요리 백과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복숭아 화채’가 나온다. 시의전서 요리법은 아래와 같다.

재료: 복숭아, 꿀, 잣

조리방법: 복숭아는 껍질을 벗기고 골패 쪽처럼 얇게 썰어 꿀에 재운다.

번역문: 제사에는 쓰지 않는다. 좋은 복숭아 껍질을 벗겨 골패 쪽처럼 얇게 착착 썰고 꿀에 재운 다음 꿀물을 진하게 타고 잣을 띄운다.

참고: 꿀물을 쓰거나 오미자 물을 쓰기도 한다.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는 지금, 복숭아는 몸을 덥혀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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