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서해 바다가 보이는 풍경, 팔봉산을 오르다
[우리 산하] 서해 바다가 보이는 풍경, 팔봉산을 오르다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9.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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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내음 풍기는 내포땅 서산 팔봉산

 

팔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갯마을과 서해바다. 이승호 기자
팔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갯마을과 서해바다. 이승호 기자

팔봉산은 강원도 홍천에도 있지만, 충청남도 서산시 팔봉면 양길리에도 있다. 서산은 합천 가야산이 아닌, 충청도 가야산 자락 서쪽에 있는 갯마을로 상징되는 곳이다. 갯마을이지만, 감자, 육쪽마늘, 생강, 양배추 등 특용작물이 많이 생산되는 풍요로운 고장이다. 또한 관광지로는 해미읍성, 개심사, 삼화목장이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는 숙지지 않고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지만, 영덕 팔각산에 이어 봉우리가 8개가 맞는지 확인 겸, 서산 팔봉산을 찾았다. 멀리서 보면 8봉 같기도 하고 9봉 같기도 하고 10봉 같이도 보인다. 옛 서산 읍지인  '호산록'(湖山錄)에 따르면 8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어 팔봉산(八峰山)이라고 부른다고 기록되어 있다. 원래는 8개의 봉우리보다 하나 많은 9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가장 작은 봉우리를 제외하고 8개의 봉우리를 가리켜 팔봉산이라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가장 작은 봉우리가 매년 12월 말에 운다고 한다.

이 산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연화산(284.2m), 남쪽으로는 금강산(316.1m), 장군산(203.5m)이 U자 형태로 높지 않은 능선들로 이루어져 있다. 해발은 크게 높지 않은 산이지만 울창한 소나무 숲과 가파른 암릉 코스, 서해안의 절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환상적이라 많은 등산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팔봉산의 제일 높은 제3봉(해발 361.5m)이다.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면 화강암이 오랜 기간 풍화로 인하여 암석의 핵만 남은 즉 굵은 돌덩어리들이 여러개 포개있는 '토르'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힘들게 오른 정상에서는 태안반도 끝쪽 바다와 갯마을들이 그림 엽서처럼 예쁘게 펼쳐진다. 이 맛에 산을 오르는지 모른다.

잘 정돈된 읍성, 천주교인들의 성지인 해미읍성. 이승호 기자
잘 정돈된 읍성, 천주교인들의 성지인 해미읍성. 이승호 기자

해미읍성은 기독교인들의 성지이며,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읍성으로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다. 이 읍성은 조선 성종 22년, 1491년에 완성한 석성이다. 둘레는 약 1.8km, 높이 5m, 총면적 196,381m²(6만여 평)의 거대한 성으로 동, 남, 서의 세 문루가 있다. 조선말 천주교도들의 순교 성지로도 유명하다. 천주교 박해 당시 관아가 있던 해미읍성으로 충청도 각 지역에서 수많은 신자가 잡혀와 고문받고 죽음을 당했으며, 특히, 1866년 박해 때에는 1천여 명이 이 곳에서 처형됐다고 한다. 성 안에는 흥선대원군 집정 당시 체포된 천주교인들이 갇혀 있던 감옥터와 나뭇가지에 매달려 모진 고문을 당했던 노거수 회화나무가 서 있다. 바로 성문밖 도로변에는 회화나무에 매달려 고문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은 신도들을 돌 위에 태질해 살해했던 자리개돌이 있어 천주교도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간 후로 더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고 한다. 근래에는 정화작업으로 깨끗하고 단정하게 복원되어 옛 모습을 찾고 있다.

화려한 다포지붕의 개심사 일주문, 하지만 조용한 절집이다. 이승호 기자
화려한 다포지붕의 개심사 일주문, 하지만 조용한 절집이다. 이승호 기자

개심사(開心寺)는 삼&화목장 안쪽 가야산 북쪽 자락 상왕산 아래 있다. ‘개심(開心)’은 마음을 열어 깨달음을 얻으라는 의미이다. 백제 때 지어진 사찰로 전해지고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개심사 사적기」에 의하면 “진덕여왕 5년, 의자왕 14년에 혜감국사(慧鑑國師)가 서산 개원사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이 절은 깊은 산속 조용하면서 번잡하지 않음이 좋다. 일주문을 지나면 마음을 씻으라는 뜻의 세심동의 맑은 물이 흐르고 절로 올라가는 둔덕에는 오래된 노송이 운치를 더하고, 근래에 많은 사찰이 새로운 건물을 증•개축하지만 여기는 그렇치 않고 옛 모습을 간직한 절집이어서 더욱 좋다.

개심사 가는 길에는 이국적인 풍경인 서산 삼화목장이 보인다. 이 목장은 한우 3000마리 보유한 국내 최대 한우목장인 서산 한우목장의 정식 명칭은 ‘농협경제지주한우개량사업소’다. 1969년 삼화축산으로 설립되어 삼화농장, 서산목장, 한우개량사업소로 불리며 지금까지 50년의 역사를 지닌 국가 소유의 목장이다. 목장의 전체 면적은 1117ha(348만평)로 초지 665ha, 임야 452ha이며, 약 3000마리의 한우를 보유하고 있다. 목장 규모로 친다면 대관령 삼양목장(600만평)의 절반이 조금 넘지만, 한우만 전문으로 키우는 국가 소유의 목장으로는 국내최대 규모다. 이곳은 우리나라 고유의 유전자원인 한우를 개량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우수한 종자 숫소를 선발하고, 우량 씨 숫소로부터 인공수정용 냉동정액을 생산하여 양축농가의 소득증대 기여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삼화목장이었다. 당시 박정희 정권시절, 김종필 전 총리가 1969년 삼화축산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상당수가 국유지였던 이 일대를 수년에 걸쳐 개간해 목장을 만들었다. 그래서 ‘김종필목장’이라는 별칭으로 많이 알려졌었다. 목장 안에는 지금까지도 김 전 총리가 머물던 별장이 남아 있다. 또 인공저수지인 용비지도 있고 벚나무, 메타세쿼이어, 편백나무 등이 목장을 둘려친 모습은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벚꽃 피는 봄에 가면 더욱 좋다. 그러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주인도 바뀌게 된다. 신군부는김 전 총리를 부정축재자로 지목하여, 1979년 기증형식으로 몰수한 삼화목장을 국가로 귀속시킨다. 현재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위탁을 받아 농협중앙회가 관리하고 있다.  

팔봉산 오르는 길에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있다. 코끼리바위. 이승호 기자
팔봉산 오르는 길에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있다. 코끼리바위. 이승호 기자

○등산코스는 양길주차장→약수터→제1봉(감투봉)→제2봉→제3봉(최고봉)→4, 5, 6, 7, 8봉→서태사→임도→양길주차장 약4.3km, 약3시간 소요되었다. 등산길에는 울창한 숲과 기기묘묘한 바위와 코끼리바위, 용굴, 호랑이굴, 기우제터, 운암사터 등이 기다리고 있다.

tip:

•팔봉산, 해미읍성, 개심사는 주차료 및 입장료는 없다.

•식사는 만리포해변이나 서산읍내에서 해결 할 수 있다.

바위 핵으로 이루어진 팔봉산 최고봉 제3봉. 이승호 기자
바위 핵으로 이루어진 팔봉산 최고봉 제3봉. 이승호 기자

○주위에 가 볼만한 곳: 국보 제84호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응봉산, 만리포해수욕장, 천리포수목원, 예당호출렁다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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