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적(華陽炙)
화양적(華陽炙)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0.08.26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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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적(華樣炙)은 꽃 모양 산적
화양적(花陽炙)은 태양 꽃처럼 만든 적
화양적. 노정희 기자
화양적. 노정희 기자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 음식으로는 송편을 으뜸으로 치지만, 적(炙)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명절이나 행사에 화사하게 피어나는 적이 있으니 바로 화양적(華陽炙)이다.

화양적은 궁중음식으로 그 기록이 많다. 조선 시대 혜경궁 홍씨 회갑연에 차려진 화양적 한 그릇에 ‘생저육(生猪肉) 7근, 저심육(猪心肉) 5근, 양 반부(部), 요골(腰骨)·곤자손이 각 5부, 숭어 1마리, 달걀 50개….’가 사용되었다고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기록되어 있다. ‘진찬의궤’나 ‘진연의궤’에도 ‘화양적은 쇠고기를 주재료로 하는데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리 불린다.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든 적을 한 접시에 담아 각색화양적(各色花陽炙)이라고 한다’고 전해진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연한 고기를 두어 푼 두께씩으로 저며 너비 2푼, 길이 2치씩 되게 썬다. 도라지를 삶아 불려서 고기와 같이 썰고 배추 데친 것과 박오가리를 모두 고기처럼 썰어 놓는다…….’라고 하였고, 꼬챙이에 색 맞추어 지짐질하여 제사나 일상식으로 먹는 ‘누름’이라고 칭했다. 1800년대 말경의 ‘음식방문’에는 ‘화양느르미’, 그 후 각 재료의 개성을 살려 참기름에 지져낸 후 꼬치에 꿰어 ‘화양적’이라고 불렀다.

화양적은 뜻이 여러 개이다. 꽃 모양 산적이라 하여 화양적(華樣炙)’, 둥근 접시에 빙 둘러 담으면 태양 꽃 형태라고 화양적(花陽炙), 도라지를 많이 사용했다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전한다. 현재는 통상 화양적(華陽炙)으로 사용한다.

‘적’과 ‘전’의 차이를 알아두면 좋다. 양념한 생선이나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서 불에 굽거나 번철에 지진 음식은 ‘적’, 채소나 고기 등을 밀가루와 달걀을 씌워 기름에 부친 음식을 통틀어 ‘전’이라고 한다.

화양적은 색감의 조화를 중요시한다. 채소는 손질하여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각각 참기름에 볶고, 쇠고기는 양념한 후 따로 볶는다. 색깔을 맞추어 꼬챙이에 꽂은 후에 단정하게 자른다. 접시에 담은 후 잣가루를 뿌려주면 완성이다.

화양적은 담백한 맛으로 먹는다. 간이 잘 배인 재료를 한개씩 빼어먹는 것도 재미있다. 반죽을 묻혀 지져낸 전은 기름기가 많아 더부룩하지만, 화양적은 맛이 깔끔하고 채소의 씹히는 식감 또한 별미이다. 계절에 나는 재료를 사용하여, 식성에 따라 초장을 곁들여도 무난하다. 이번 추석 상차림에 화양적 한 접시를 올리면 꽃이 피어나는 상차림에 될 것이다.